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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돈 들여 외국학생 초청해 한국을 미워하게 만들어"이인열 기자 yiyul@chosun.com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9. 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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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들여 외국학생 초청해 한국을 미워하게 만들어"

입력 : 2009.09.24 03:05

'서울대 외국인 학생회' 前회장 셀림씨가 본 한국 대학
세계 100대大 외치면서 영어 수업은 거의 없고 글로벌 마인드도 부족

대학마다 글로벌 경쟁력이 화두다. 무한 경쟁에 노출된 대학들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수출용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 우수 교수와 학생 모시기 경쟁에 한창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 눈에 비친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서울대에 유학 온 40여개국 1500여명 유학생 모임(대학원생 등 포함)인 '서울대 외국인 학생회' 회장을 이달 초까지 맡았던 카사르 야우즈 셀림(Selim·24·경제 3년)씨는 "대학이 유학생으로 하여금 한국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미워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터키 출신인 그는 고교 졸업 후 3년간 돈을 모아 한국 유학 길에 오른 뒤 2007년부터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공부 중이다. 셀림씨는 "그 동안 도움을 준 대학 관계자들이 더 많았지만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또 후배가 될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얘기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달 초까지‘서울대 외국인 학생회’회장을 맡았던 터키 출신 셀림씨. 그의 눈에 비 친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은 왔던 길보다 갈 길이 멀었다고 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뭐가 가장 힘들었나.

"서울대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곳은 입학관리본부다(웃음).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숙한 사람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진짜 글로벌 대학이구나 생각했다. 문제는 입학 결정 이후였다. 외국인을 위한 상담센터도 없었다. 용기를 내 일반 상담센터에 가서 얘기하면 학생과 등에 가라고 추천해 주는데, 그곳에 가면 영어 할 줄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 외국 학생을 데려오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돌아가느냐가 더 중요한데 그런 마인드가 많이 부족하다."

―영어 수업이 적어 불편하다던데.

"외교관이 되고 싶어 외교학과에 가려 했지만 영어 수업이 하나도 없더라(확인결과 2007년 2학기 기준엔 외교학과 전공 8과목 중 영어 수업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후 한 과목이 생겼음). 그래서 영어 수업이 있는 경제학을 선택했다. 글로벌 대학을 강조하고, 세계 100대 대학 외치지만 영어 수업이 너무 부족하다."

―왜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나(그는 신림동에서 외국인 친구 3명과 함께 월세 45만원에 자취를 한다).

"음식 때문이다. 서울대에는 150여명의 이슬람 유학생이 있지만 기숙사나 학교 식당 어느 곳에도 할랄(halal·이슬람식 도축법) 음식이 없다. 우리는 라면도 먹지 못한다. 일본 도쿄대에도 할랄 식당이 있다. 3년 동안 학교에서 빵 외에는 먹을 게 없었다. 학교에 이슬람 기도실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학교에서 국립대라서 종교적인 시설이 안 된다고 하더라. 국립대인 카이스트 등에는 시설이 있는데…."

―다른 외국인 학생은 뭐가 불만인가.

"한국 정부와 대기업이 매년 수백명의 외국 학생을 학비며 생활비까지 줘가며 초청한다. 나중에 귀국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변해 달라는 뜻 아닌가. 그런데 몇년 지낸 외국 학생들이 모이면 한국 비난을 많이 한다. 이게 참 안타깝다. 교직원 중에 나이 많다고 반말하고, 큰소리치면서 화내고…. 학생은 소비자이고, 교직원은 학생에게 서비스하는 사람이다. 도움을 청하러 가면 오히려 화가 나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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