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콩=이항수 특파원
수천만원의 장학금 제시 외국 우수학생 적극 유치
홍콩·중국본토 출신 빼면 한국 학생수가 대학별 1위
아시아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홍콩 소재 대학들에 한국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대학별로 한국인 입학생이 작년의 1.6~3배로 급증했다. 최근 홍콩 대학들의 수준이 서구 명문대 못지않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홍콩 정부가 외국 학생들에게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제시하면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전망이다.18일 홍콩대 입학처에 따르면, 올 9월에 시작된 2009~2010학년도에 홍콩대에 입학한 한국인 학부생은 58명으로 작년 가을 신입생 24명에 비해 2.4배나 됐다. 재작년 가을에 입학한 한국인 학부생은 32명이었다. 특히 올해 홍콩대 경영·경제학부 신입생의 경우, 정원 250명 중 29명(11.6%)이 한국 학생이다. 이들 속엔 홍콩의 비자를 가진 한국 학생, 중국과 인도 등 제3국에서 온 한국 학생, 한국에서 직접 지원한 학생들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홍콩대의 랍치추이(徐立之) 총장은 "오랜 경험으로 한국인 교수진과 학생들이 대부분 우수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들이 홍콩대에 몰려오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대학들에 입학하는 한국 학생 수는 홍콩과 중국 본토 출신을 빼면 대학별로 거의 1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과기대의 경우 4위인 말레이시아(18명)나 5위인 인도네시아(13명) 출신보다 한국 학생들(30명)이 훨씬 많다.
홍콩 대학들에 한국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홍콩 대학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학비가 싸고 ▲영어로 수업하면서 중국어나 중국을 좀더 깊이 있게 배울 수 있고 ▲아시아 최상위권 대학들이 몰려 있어 졸업 후 취업이 잘된다는 점 때문이다. 홍콩 대학들의 연간 수업료는 10만 홍콩달러(약 1600만원)가량이고, 기숙사비는 월 8000~1만 홍콩달러가량이다.
- ▲ 홍콩대의‘외국 학생 환영의 날’인 지난달 28일 교내 본관 건물을 배경으로 랍치추 이(徐立之) 총장(가운데 양복 입은 이)과 세계 각국에서 입학한 신입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홍콩대 제공
특히 홍콩대와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는 지난 5월 조선일보와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의 아시아 랭킹 조사 결과 차례로 1·2·4위를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3위는 도쿄대).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또는 국내 대학과 홍콩의 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경우 홍콩의 대학들을 선택한 학생도 많았다.
홍콩과기대 국제경영학과에 입학한 장지영(19)양은 미국의 N대학과 싱가포르의 2개 대학에 모두 합격했으나 결국 홍콩과기대를 택했고, 홍콩대 경제금융학과에 합격한 이용선(19)군은 서울의 S대와 싱가포르 대학을 포기하고 홍콩대에 입학했다. 장양과 이군은 "많은 친구들이 지난 5월 발표된 조선일보·QS조사 아시아 랭킹을 본 뒤 과감하게 홍콩의 대학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