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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r. Sam Lee/15_80년5월18일

[한겨레] 파워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씨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10. 13.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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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파워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 안치용씨


효성 사장 소유 빌라·리조트 구입 사실 공개


아직 증거 찾지 못한 유명인사 계속 추적중

재벌이나 정치인, 관료 등 누구든지 미국 부동산을 은밀히 구입해 재산을 숨겨본 사람이라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 '파워 블로거'의 존재 자체가 무척이나 껄끄러울 것이다.

 그 주인공은 '시크릿 오브 코리아'(http://andocu.tistory.com)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언론인 안치용(42·사진)씨. 누리꾼들은 안씨가 미국 곳곳의 등기소와 관청 등에 건져올린 방대한 자료에 놀라고, 그가 고발한 국내 유력 인사들의 해외 부동산 규모에 한 번 더 놀란다.

 안씨는 11일 < 한겨레 > 와 서면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5월부터 매일 3~4시간씩 뉴욕과 보스턴의 등기소를 뒤지고 다녔다"며 "누구든 끈질기게 찾아나서면 얻을 수 있는 공개된 자료에만 근거해 글을 썼다"고 소개했다.

 안씨는 지난 6월께부터 전직 대통령 일가와 재벌들, 옛 고위관료들의 미국 부동산 보유 실태를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성 조현준(41) 사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호화 빌라와 샌디에이고의 고급 리조트를 구입한 사실을 공개해, 효성그룹 비자금 수사를 종결한 검찰을 궁지로 몰았다.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지난 2003년부터 미국 한인 티브이방송국에서 일하던 그가 직장을 접고 본격적으로 이번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취재 시간이 늘 부족했다'는 갈증 때문이다. 안씨는 "몇 년전부터 자료를 조금씩 모아두었지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결국 이 일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둔 뒤 그는 곧바로 뉴욕 맨해튼지역의 1965년부터 올해 7월까지 40여년의 부동산 소유관계를 '바보처럼' 훑었다. 안씨는 "이 작업을 해보니 전직 대통령 가족 등 적지 않은 한국인의 이름이 나왔고, 다시 이를 통해 다른 가족들의 이름을 검색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생긴 노하우를 통해 점차 뉴욕 외에 다른 주의 부동산 소유내역도 찾아다니게 됐고, 여기서 나온 이름을 검증하기 위해 다시 한국의 등기부등본을 조회해 주소를 맞춰보는 방식으로 최종적인 소유자를 확인해나갔다.

 안씨의 이런 끈질긴 작업을 통해 예를 들면, 국내 재벌기업 회장 2명과 유명 탤런트 1명이 뉴욕 맨해튼의 한 호화 콘도의 '이웃사촌'이라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30년 전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는 성과도 있었다. 뉴욕 웨체스터의 대형쇼핑센터가 그의 것이라는 제보가 있었지만 그 곳의 쇼핑센터는 200곳이 넘었다. 지역 등기소를 모두 뒤져 마침내 서류창고에서 40여년 전 문서를 손에 넣었다. 김 전 부장이 망명 2년 전인 1971년에 쇼핑센터를 취득한 법인을 만들었고, 김 전 부장 부인이 법인대표로 서명한 서류를 찾은 것이다. 안씨는 "제보를 접하고 4년 만에 확인했는데, 시내 복판에 있는 쇼핑몰이 카메라에 다 잡히지 않는 큰 규모여서 허탈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부유층의 해외 재산은닉 소문이 한인사회에 있고 난 뒤 이를 실증적으로 추적해보면 소문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등기소 등을 뒤지면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이나 그 매입시기가 한국의 권력부침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 꼭 밝혀내야 할 국내 유명인사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국외 부동산 구입이 본격적으로 허용된 시기는 2006년 5월이라, 안씨가 밝혀낸 부동산 대부분이 불법 취득됐을 가능성이 크다. 안씨는 "이름이 공개된 인사들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이니셜로 처리해달라'고 연락해왔는데 거절했다"면서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자료 원본을 모두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누구든 자료를 보면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고, 다른 이의 심층취재에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씨는 "우리 국민들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부유층은 와이키키 해변에 별장이 있었다"면서 "만일 그들이 부정축재해서 산 것이라면,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우리는 건전한 상식의 잣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터뷰 전문 >

 
 -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홀로 프리랜서 활동에 나선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2003년 미국에 왔고 6년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24시간 한인방송국 TKC [THE KOREAN CHANNEL] 에서 일했습니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방송국을 그만두고 독립탐사보도 기자로 나서려 했으나 올해 초 뉴욕한인회장 선거 등이 있어 선거 취재 등을 마무리하고 5월 중순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떠났습니다. 방송국등에 근무하면서 시간관계상 깊게 들어가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해 볼때가 됐다 생각한 것이지요.

 
 - 특별히 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전직 대통령이나 옛 고위관료, 재벌 등에 눈을 돌린 이유가 있나

 = 기자생활을 하면서 '어디에 가면 어떤 정보가 있고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구체적인 증거를 찾겠구나' 하는 감은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뉴스, 마감시간 등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었다.

 친일파나 전직 대통령의 가족 등 꼭 이런 분들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니고 일단 뉴욕 맨해튼지역의 1965년부터 올해 7월까지의 40여년의 부동산 소유관계를 우둔하게 '바보처럼' 훑어 봤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적지 않은 한국인 소유 부동산이 나왔다. 이후 그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의 가족이 드러나면 다른 가족들의 이름을 정밀 검색하는 방법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생겼고, 점차 뉴욕을 제외한 다른 주의 부동산 소유내역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친일파의 미국 부동산 구입 등도 처음에는 신분을 전혀 알 수 없는 생소한 이름이었으나, 이들이 등기소에 제출한 서류에서 한국주소를 발견했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한국 등기부등본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친일파의 후손임을 알게 됐다.

 소문처럼 나돌던 해외재산도피등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문이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드러났다. 등기소 등을 뒤지면서 느낀 것은 해외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이나 그 매입시기가 한국의 권력부침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A가 실권자로 등장하면 A의 부동산이 나타나고 A가 실각하고 B가 등장하면 점차 A의 해외부동산구입은 줄어들면서 어김없이 B의 부동산이 모습을 드러내는 식이다.

 
 -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알린 뒤 재벌들이나 유력인사들의 반응이 있었나

 = 블로그에서 이름이 거론되신 분들 중에서 저에게 직접 연락을 주신 분은 단 한 분이었고, 이니셜로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간접적으로 리액션을 취한 것도 이번 효성이 유일하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효성관련 2건이 블라인드 처리돼 있었다. 다음 쪽에서 '효성이 명예훼손 시판 제요청이 들어왔다'는 내용만 통보받았을 어느 부분이 어떻게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 전혀 듣지 못했다. 그뒤 언론보도를 통해 효성이 '오너인 조현준 사장의 문제'라고 전제한 부동산 구입을 시인했다고 들었다. 그다면 효성이 사과하고 다음 쪽에 게시판 삭제요청을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효성이나 조현준 사장의 명예도 중요하지만 나의 명예도 중요하다.

 
 - 보도 뒤 수사기관 등에서 연락을 해온 경우는

 = 아직 검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다.

 
 - 이번 효성의 경우처럼 다음 쪽에서 블라인드 처리를 하니, 독자들이 해외사이트로 옮기라는 요구를 하는데

 = 해외사이트로 옮기라는 권유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회사들의 블로그 서비스가 더 우수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특별히 옮길 생각은 없다. 모든 증거자료를 전자북 형태로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전자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사이트에 원본자료를 동시에 보관하고 있는데,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 기억에 남는 추적 보도 사건을 소개한다면, 또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 제가 7월초 한 사람에 대해 2주이상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다. 결국 아직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제 결론은 '부동산을 구입했지만 등기는 하지 않았다'이다. 이 건을 알아보는 과정 중간에 구입을 확신할 수 밖에 없었던 해프닝이 있었는데, 자세히 공개하긴 어렵지만 언젠가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30년전 실종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산을 입증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2005년에 유력한 제보자로부터 김형욱이 집도 집이지만 뉴욕 웨체스터에 대형쇼핑센터를 갖고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웨체스터를 방문하면 쉽게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크고 작은 쇼핑센터가 2백개에 가까웠다. 이를 찾기 위해 5월말 등기소를 방문했는데 등기소 출입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등기소 그 큰 건물을 세 바퀴나 뱅뱅 돌았는데 어찌나 땀이 나던지, 결국 등기소 건물 자체에는 출입구가 없었고, 8차선 도로 건너편 웨체스터 법원 건물로 들어가 검색을 받은뒤 구름다리를 통해 등기소 건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등기소에서 어렵게 김형욱의 소유로 추정되는 법인을 찾았으나 법인 서류를 보기 전에는 김형욱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었다. 법인서류를 요청했더니 약 40년전 서류라 문서고를 뒤져야 한다며 남아있을지 의문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2주 뒤에 오라는 답변을 들었다. 2주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등기소를 방문, 아주 얇은 폴더하나를 통째로 넘겨 받았는데, 김형욱 망명 2년전인 1971년 법인 설립서류에 자신과 비서가 서명한 서류를 찾았다. 이것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한데 하는 심정으로 다른 서류를 들여다 보았는데, 김형욱의 부인이 법인대표로 서명한 서류도 있었다.

 결국 처음 제보를 접한지 4년만에 대형쇼핑센터 주소를 알아냈고, 내 작은 카메라로는 모든 정경을 담을 수가 없을 정도로 적지 않았던 쇼핑센터를 찾아낼 수 있었다.

 
 - 'no evidence, no story'가 사이트 슬로건이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팩트 확보의 노하우가 있는지. 미국의 정보공개 실태는 어떤지

 = 미국 서류찾기 작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공개된 서류가 매우 많다. 단지 우리가 접근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아직 많이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한국도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만 조금은 정리된 형태로 공개된다면, 미국은 원본자료를 접할 기회가 많다. 해당지방자치단체 세무담당 부서에 가면 그 자치단체내의 모든 부동산에 대한 현재 소유주이름이 지번별로 정리, 비치돼 있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 등기소로 가면 현재소유주는 물론이고 특정건물의 소유권 이전, 매매계약서, 위임장, 은행융자서류 등 모든 서류의 원본을 입수할 수 있다.

  
 -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만 영리적인 목적이 아닌 데다 취재 비용도 많이 들어갈 텐데

 = 부동산등 관련 자료찾기에 필요한 3가지 요소가 시간과 돈 그리고 바보처럼 우둔한 끈기다. 사실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제 삶에 큰 영향을 미쳤고 가장 존경하는 언론계 대선배 한 분이 저를 도와주신다.

 블로그에 광고가 있어 광고클릭에 따른 수입을 얻게 되지만 아직은 한달에 10~20만원 수준이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조만간 자립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 향후 계획 전반에 대해 듣고 싶다.

 = 앞으로도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비용문제 등으로 제가 세운 계획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직 시작을 못했다. 조만간 시작할 것이다. 신문지면의 제한, 방송시간의 제한 등으로 100%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해소되지 않은 부분을 알고 싶은 욕구가 분명히 있다 생각한다. 제 블로그는 바로 이런 부분을 미력하게나마 보충하는 그런 자리로 만들어갈 생각이다.  

 또 하나 관심있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관련 증거자료 원본을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내가 블로그를 개설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이 접할 경우 매체 특성상 증거자료를 중심으로 정리된 내용만을 접하게 되고 원본을 접하기 매우 힘들다. 저는 블로그에서 '광범위한 증거자료 수집과 증거자료 공개'를 약속했듯이 모든 관련자료 원본을 전자책[E-BOOK]형태로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이 원본을 보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취재 때 내 자료가 중요한 단초로 쓰일 수도 있다.

 
 - 마지막으로 최근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다면

 = 한국인의 미국 보유 부동산 소유실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아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재벌의 재벌의 직계나 사촌도 아닌 6촌, 8촌들도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은지.

 제 아버님이 36년간 공무원을 하시고 정년퇴직하셨다. 제가 국민학교 다닐때 돼지고기도 한 근을 사지 못해 150그램, 180그램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공무원인데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보니 그때 벌써 '가진 사람'들은 하와이 와이키키해변 바로 앞에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돈으로 해외별장을 사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위법이고 부정축재한 돈이라면 그것이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우리는 건전한 상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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