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6가지 조건
입력 : 2009.11.09 22:21 / 수정 : 2009.11.09 23:25
4대강 사업 공사가 10일부터 착수된다. 4대강 사업은 작년 12월 사업계획 발표, 올 2월 기획단 발족, 4월 계획 중간발표, 6월 마스터플랜 발표, 8~11월 환경영향평가의 과정을 거쳐왔다. 2012년까지 진행되는 4대강 사업엔 22조6000억원이 든다. 4대강 사업만한 초대형 국책사업이 착수 1년 만에 환경영향평가까지 끝내고 첫 삽을 뜨게 되는 건 이례적이다.
4대강의 성공을 위해선 첫째, 정부가 치밀한 청사진 아래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정부가 보(洑) 설치에 따른 수질 악화를 생각 못했다가 뒤늦게 수질 대책비를 책정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14조원에서 22조원으로 늘었다. 4대강 때문에 다른 SOC 투자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비판이 일자 사업비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키로 했다. 국민들은 4대강 사업 준비가 뭔가 허술하고 불안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둘째, 투입 재정을 알뜰하게 써야 한다. 22조6000억원이면 올해 교육예산 38조2000억원의 59%, 국방예산 28조5000억원의 79%나 된다. 지자체들은 이번 기회에 자기들 숙원 사업을 포함시키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건설업계가 단군 이래의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는지를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
셋째, 비리가 없어야 한다. 뭉칫돈이 곳곳에서 움직이면 인허가, 입찰을 둘러싼 비리의 소지가 커진다. 벌써 대형 건설사들이 언제 어느 호텔 조찬 모임에서 모여 입찰 담합을 했다 하는 의혹이 야당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만에 하나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 신뢰는 큰 금이 가게 된다.
넷째, 공사 중 수질 악화를 막아야 한다. 4대강에서 5억7000만㎥나 되는 토사를 준비 없이 준설하면 곳곳에서 부유물질이 떠올라 수돗물 생산에도 지장을 주고 생태계도 파괴된다. 준설선이나 토목 장비로 인한 기름 유출사고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하수처리장에 질소와 인 같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고도(高度)처리시설을 확보해 보 상류의 물이 썩는 부영양화(富營養化)를 사전 차단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 특성을 살리는 하천정비가 돼야 한다. 4대강 634㎞ 전체 구간이 자연이 수십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본래의 모습을 잃고 인위적·획일적 모습으로 바뀌면 국제적 평가는 고사하고 역사적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여섯째, 4대강 프로젝트를 성역(聖域)처럼 여기는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내에서 활발한 토론과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지난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바꿔 4대강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비롯해 사전환경성 검토를 약식으로 마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환경영향평가를 3개월 만에 끝낸 것도 정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4대강 사업은 규모에 비해 준비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만큼 예측 못했던 일이 빚어질 수가 있다. 수문을 여닫는 가동보만 해도 국내선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문제점이 제때 걸러지고 해결책을 찾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중요한 국책사업일수록 지나치게 서두르고 허둥대 일을 그르친 전례(前例)가 많다. 문제가 생기면 전체 일정도 조정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다음번 대선(大選)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2012년까지는 무조건 사업을 끝내야 한다는 식의 경직된 분위기로 몰아붙이면 그것이 되레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업의 장애물을 만들어내게 된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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