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동양 최대 '유령 상가'

忍齋 黃薔 李相遠 2010. 1. 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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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최대 '유령 상가'   

 
 

동양 최대의 쇼핑몰이라고 선전하던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가 유령 상가로 불리고 있다. 코엑스몰의 6배나 되는 초대형 건물이지만 대부분의 상가가 텅 비어 있다. 주말에도 영화 관람객을 빼고는 이용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상가는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작업을 하면서 주변 상인을 이주시키기 위해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서울시는 완공만 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허무하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이 개장 첫날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아시아 쇼핑 허브'를 선언할 정도로 성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서울 금싸라기 땅에 자리 잡은 가든파이브가 텅 비어 있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으로 '공기(工期)만 맞추면 된다'는 관료주의의 덫에 걸린 탓이다. 상가는 성공확률이 10%를 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유통·부동산 개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이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어떻게 손님을 끌어모으고 수익성을 높일까에 대해 민간 기업만큼 처절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도로공사 하듯이 공사기간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부산 센텀시티의 경우, 임직원들이 일본 두바이 중국 미국 등의 쇼핑센터 100여곳을 돌면서 손님들을 끌어모을 방안을 연구했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과 미국의 컨설팅회사 2곳에서 보고서를 받았고 미국의 쇼핑몰 전문 설계업체에 설계를 맡겼다. 쇼핑몰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온천스파, 대형아이스링크, 대형문고, 50여개의 명품매장 등 손님들을 모을 수 있는 집객(集客)시설을 배치했다. 복합 쇼핑몰에서 가족과 함께 쇼핑도 하면서 식사·게임·영화 등 다양한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기면서 소비하는 몰링(malling)의 개념을 접목시킨 것이다.

 

실패하면 망한다는 절박함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센텀시티는 쇼핑몰의 정문 콘셉트를 잡기 위해서만 10여 번의 회의를 열었고, 매장 계단 손잡이를 고르는 데만 3개월을 쏟아부었다. 센텀시티 건설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완공 후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회사의 운명이 바뀔 수 있어 죽을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와 SH공사는 담당자들이 자주 인사이동 되다 보니 건물 완공 후를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공기에만 급급했다. 가든파이브 자문을 했던 한 민간 전문가는 "서울시·SH공사에 전문가가 없는 데다 담당자들도 자주 바뀌다 보니 책임지고 상가를 만들어나갈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사비 낭비도 가든파이브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가든파이브는 설계와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턴키입찰을 했는데, 검찰 조사에서 가든파이브 시공 건설사들이 심사위원들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가 입찰로 했다면 보통 예정가의 30% 정도 낮은 가격에 공사를 맡길 수 있었지만, 공기에 급급해 턴키입찰을 했는데 여기에 로비까지 개입된 것이다. 그 결과, 분양가가 높아져 청계천 상인 상당수가 입주를 포기하고 있다. 반면 센텀시티는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건축비를 낮췄다.

 

일부에서는 서울 시장이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가든파이브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광화문광장에서 국제 스노보드 대회를 열 정도로 행사에 치중하는 서울시이지만 가든파이브에서는 고객을 끌어들일 변변한 문화행사 하나 제대로 찾아보기 어렵다.

 

이대로라면 가든파이브는 정말 유령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 먼저 "이러다 망한다"는 절박감부터 심어야 한다.

 

   

  - 차학봉 산업부 차장대우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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