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산
2006년 6월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 시장이 시의회에 나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력(自力)으론 재건하기 어려워서 지방자치단체 파산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632억엔의 빚을 감당 못해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이었다. 방청석을 메운 시민들 사이에서 야유와 한숨이 터져나왔다. 파산 결과는 참혹했다. 12만이던 인구가 파산을 앞두고 빠져나가 1만2000명으로 떨어졌다. 절반으로 줄어든 공무원들은 한 해 1000시간 넘게 야근을 하면서도 한 푼의 수당도 받지 못했다.
▶ 탄광 24개를 거느린 유바리는 홋카이도의 대표적 석탄 산지로 번창하다 1980년대 탄광산업이 쇠퇴하자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스키장·호텔·리조트·역사촌·석탄박물관 등 47개 관광사업에 176억엔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1994년 일본의 거품 경기가 가라앉고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재정이 파탄나 빚더미에 앉았다. 2007년부터 정부 관리 아래 적자를 줄이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 일본엔 파산까지는 아니지만 재정 위기에 몰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지자체가 많다. 오사카의 모리구치(守口)시도 2004년 직원 급여를 줄여 적자 탈출에 나섰다. 미국에선 가장 부유한 주(州)라는 캘리포니아가 작년 6월 돈이 없어 죄수들을 형기(刑期)도 마치기 전에 석방해야 했다. 하와이는 작년부터 한 달에 사흘씩 공무원들을 강제로 휴가 보내고 있다.
▶ 부산광역시 남구가 작년 말 지자체 처음으로 월급 줄 돈이 없어 지방채를 발행해 20억원의 빚을 냈다고 그제 밝혔다. 이 돈으로 환경미화원 인건비와 퇴직금 11억원, 공무원 연가(年暇) 보상비 3억7000만원 등을 메웠다. 남구는 부동산 값이 내리면서 재산세 같은 세입(歲入)과 정부 지방교부금이 크게 줄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정은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데 왜 남구만 빚을 졌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 남구는 2005년부터 437억원을 들여 새 청사를 짓고 체육센터 등을 세우느라 몇 년 사이 120억원을 빌려 썼다고 한다. 부산시는 "그 바람에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수천억짜리 호화 청사를 짓거나 전시성·선심성 행사에 예산을 허투루 쓰는 곳이 수두룩하다. 외국 지자체 파산이나 재정 비상사태를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상황이다.
- 김낭기 논설위원 ngkim@chosun.com
'2. Humanities > 23_생각해볼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같은 실화 " 인연 " (0) | 2010.02.15 |
---|---|
[스크랩] 처절한 우리의 인생살이 (0) | 2010.02.08 |
'진흙 과자' 먹일 사람들 (0) | 2010.01.26 |
뉴턴 사과의 진실은? (0) | 2010.01.21 |
동양 최대 '유령 상가' (0) | 2010.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