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에 자원 민족주의에 어떻게 대처할까?
세계화 시대의 특징은 국경을 초월한 무한 경쟁
세계화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국경을 초월한 무한 경쟁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기업은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값싸고 품질 좋고 디자인 우수한 상품을 국경을 초월해 구입할 수 있게 돼 소비자 후생은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국경을 초월한 무한 경쟁으로 국내 기업이 도태되면 미래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식량 자원이나 주요 자원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A자원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 경쟁에서 밀려나면 경쟁력 있는 외국 A자원이 수입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의 값싼 자원을 이용할 수 있어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 자원에 의존도가 심화된다. 그런데 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외국은 A자원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고 그것은 상대 국가에 타격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자원민족주의의 종류에는 원유 자원 민족주의, 원자재 자원 민족주의, 곡물 자원 민족주의 등 다양하다. 세계화 시대에 특정 자원을 독점하게 되면 자원민족주의를 통해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은 그의 개혁의지를 담은 남순강화(1992) 연설에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고 했다. 자원에 대한 민족적 주권을 주장하는 자원민족주의의 대표 자원은 석유다. 하지만 이미 1990년대부터 중국은 희토류를 통해 그들만의 자원민족주의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는 열을 잘 전달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최첨단 산업의 핵심 부품이나 군사 무기류에 쓰이는 귀한 금속들이다. 세계 희토류 매장량 중 36.4%가 중국에, 19.2%가 독립국가연합에, 13.1%가 미국에 매장돼 있다.(2009년, USGS·U.S.Geological Survey) 하지만 생산비 등의 문제로 독립국가연합과 미국의 생산은 중단된 상태고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중 96.8%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중국은 저렴한 생산비를 수단으로 전 세계 희토류 생산 대부분을 중국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인한 희토류 자원 민족주의
얼마 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이 있었다. 현재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영토지만 1895년 이전에는 중국 영토였다. 지금도 중·일 간 분쟁이 있는 그 근처 일본 영해에서 2010년 9월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해 중국인 선장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경제면에서 중국은 아직까지 일본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싸움은 중국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그 이면에는 희토류를 무기화한 중국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센카쿠 분쟁으로 체포된 중국인 선장 석방을 일본이 보류하자 중국은 희토류의 대일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고 일본은 선장을 방면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97%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다툼은 중국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중국의 수출 금지 조치가 계속되면 일본은 신성장 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 전자, 기계, 화학 산업에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자원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
세계화 시대는 전 세계 국가들이 자유롭게 무역을 하기 때문에 자원민족주의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어느 나라가 자기 나라의 자원민족주의를 주장한다면 그 나라에 수출하는 다른 나라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의 수출 수입이 공평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원의 수출 주도권을 많이 가진 나라가 유리하고 수입에 많이 의존하는 국가가 불리해질 수 있다.
그럼 희토류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센카쿠 분쟁에서 백기를 든 이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중국 이외의 베트남, 카자흐스탄, 에스토니아, 호주 등 해외 조달 루트를 다각화하고, 대체재 개발에 노력하며 사용량 절감, 리사이클(재활용)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최소한 3~4년 이상이 돼야 조금씩 효과를 거두겠지만 국가 차원에서의 리스크 관리를 한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희토류의 자원민족주의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도 원유, 원자재, 곡물 등의 중요 자원을 지나치게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수입 구조를 개선하고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둬야 할 것이다.
▶남순강화(南巡講話) :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 등소평)이 1992년 1월 18일~2월 22일까지 우한(武漢), 선전(深W3), 주하이(珠海), 상하이(上海) 등을 시찰하고 중요한 담화를 발표한 일을 말한다.
▶자원민족주의 : 석유 등 중요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발전도상국이 이들 자원에 대한 민족적 주권을 주장하고 또한 그에 입각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총칭하는 말이다.
▶희토류(rare earths) : 희귀금속(rare metals)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원소주기율표상 57번 란탄 이후의 15개 원소, 스칸듐과 이트륨을 더한 17개 원소를 일컫는다. 현재 최첨단 산업 제품류 및 첨단 군사무기류를 생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재료다. 이들 17개 원소 가운데 현재 주로 사용되는 것은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세륨, 란탄 등인데,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은 HDD나 핸드폰, FA(공장자동화)기기, 하이테크 가전제품의 영구자석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의 모터에 들어가는 영구자석에도 사용된다. 또한 세륨은 자동차·빌딩의 유리나 배기가스 촉매, 유리·반도체의 연마제, 조명 형광체 등에 사용되며, 란탄은 촉매, 광학렌즈, 석유정제, 전자부품에 사용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분쟁 : 2010년 9월 7일 센카쿠 열도 근처 일본 영해에서 중국 어선의 조업이 발견됐는데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선체에 충돌해 일본이 중국인 선장을 체포한 사건으로 시작된 분쟁이다.
중국, 희토류 수출관세 25%로 인상
중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희토류 수출관세를 최고 25%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국이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 재정부는 16일 홈페이지에 올린 ‘2011년 관세 실시방안 통지’를 통해 희토류의 수출관세 조정안을 내놓았다. 통지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 및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강력한 소형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네오디뮴의 수출관세가 현행 15%에서 25%로 인상된다. 또 하이브리드차에 사용되는 란타늄, 반도체 기판 생산에 쓰이는 세륨 등 지금껏 수출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희토류에도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희토류 원소가 10% 이상 포함된 합금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관세를 물릴 방침이다.
게다가 2개 일본기업 등 9개 외국기업을 비롯한 31개 회사에 중국산 희토류를 수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중국은 지난 2007년 이래 희토류의 수출관세를 계속 올리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중국이 올해 희토류 수출쿼터를 전년 대비 40%까지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한 점으로 미뤄 내년에도 같은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야오젠(姚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내년 희토류 수출쿼터와 관련, “시장 수요를 고려해 관련부처와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연례통상무역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중국은 전 세계 희토 자원의 30%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요량의 90%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중국의 희토 문제에 대해 제멋대로 왈가왈부하고 정치문제로 삼는 것은 양심도 없는 짓”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신문 2010.12.18일자>
식량은 ‘무기화’ 하고 있는가
(상략)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식량이나 돈을 ‘무기화’해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지요.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수출을 통제하고 ‘수출세’를 부과하는 주된 이유가 ‘자원 민족주의’ 강화에 있다고 보는 건 무리라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각국이 자국의 물가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요.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어느 나라에서나 정정 불안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데다 빈부격차가 훨씬 더 심한 신흥개도국에서는 그 가능성이 훨씬 더 크겠지요. 특히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으로서는 지극히 민감한 문제일 것입니다. (후략) <한겨레 [블로그]>
[활동하기]
1.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100자 안팎으로 쓰시오.
2. 곡물 가격 상승으로 곡물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자원민족주의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를 200자 안팎으로 쓰시오.
[예시답안]
1. 석유 생산을 독점하는 중동 지역의 국가들이 석유를 수단으로 자원 민족주의를 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중국도 희토류를 수단으로 자원 민족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 곡물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자원 민족주의라기보다는 곡물 가격 상승이라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국가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무역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세계화 시대에 특정 국가가 자원 민족주의를 추구하면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나라에도 피해를 불러오는 자원 민족주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박윤진 서울 구현고등학교 교사 / info@ahaeconomy.com > 2010-12-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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