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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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18일 Facebook 이야기

忍齋 黃薔 李相遠 2013. 9. 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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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순여덟 번째 이야기-2013년 9월 5일 (목)]

    하산하는 동자를 전송하며

    불문이 적막해서일까 너는 집을 그리워하여
    절간을 하직하고 구화산을 내려가네
    너는 대 난간서 죽마 타길 좋아하고
    절집에서 공양하는 일은 게을렀지
    물 긷는 계곡에서 달 보는 일도 더는 없고
    차 우리는 사발 속 꽃놀이도 이젠 그만이구나
    자꾸 눈물 흘리지 말고 부디 잘 가거라
    늙은 나야 안개와 노을을 짝하리니

    空門寂寞汝思家
    禮別雲房下九華
    愛向竹欄騎竹馬
    懶於金地聚金沙
    添甁澗底休招月
    烹茗甌中罷弄花
    好去不須頻下淚
    老僧相伴有烟霞

    - 김교각(金喬覺, 705~803)
    「송동자하산(送童子下山)」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 권5 「동시연기(東詩緣起)」>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새벽 잠자리의 서늘함이나 상쾌한 밤 공기, 파란 하늘을 대하노라면 절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평소에 잊고 지낸 지인의 안부도 괜히 궁금하고 그리운 사람은 더욱 그리워진다. 어디 멀리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다. 또 아침저녁으로 피는 노을은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가. 그래서 진나라 때 장한(張翰)은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향 강동의 순챗국과 농어회를 즐기며 인생을 자기 뜻에 맞게 살고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의 저자 김교각은 김지장(金地藏)으로 더 잘 알려졌는데, 신라 왕족으로서 중국으로 건너가 구화산(九華山)에서 수행을 하고 교화를 펴 사람들에게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은 인물이다. 지장이 원래 법명이었다. 이 시에 나오는 동자도 지장을 모시며 차를 끓이고 하다가 고향 생각이 간절하였던 모양이다. 동자가 막상 스님 곁을 떠나자니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떼지 못한다. 정이 많은 아이이다. 스님 역시 자상하고 온화한 인품, 깊은 정과 심미적 교양이 문자 속에 가득하다.

    네 번째 구절에 나오는 금지(金地)는 사찰을 뜻하는 말이다. 인도 사위성(舍衛城)의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경모한 나머지 정사(精舍)를 세워 주려고 기타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살 때 자신의 신심을 보이기 위해 황금을 땅에 깐 일이 있다. 그 때 세운 사찰이 기원정사(祇園精舍)이다. ‘금모래를 모은다[聚金沙]’는 말은 아쇼카왕의 전생담에서 유래한 말이다. 『현우인연경(賢愚因緣經)』에 부처님이 아난과 함께 탁발을 나왔을 때 전생의 소년 아쇼카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가 무엇인가 공양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모래를 밥으로 공양하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그러니 ‘금으로 덮인 땅에서 금모래를 모은다[金地聚金沙]’는 말은 사원에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뜻이 되고 그 말 속에는 불문에서 수행을 열심히 해 나간다는 의미가 자연 담기는 것이다.

    여섯 번째 구절의 ‘꽃을 희롱한다[弄花]’는 말도 간단한 말이 아니다. 차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지금 우리가 차를 마시는 방법은 보통 찻잎을 다관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는 방식이다. 이것을 흔히 포다법(泡茶法)이라 한다. 그런데 당나라 법문사(法門寺) 등에서 나온 다구 중에 차를 가는 맷돌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당나라 시대에는 찻잎을 쪄서 떡처럼 만든 차 덩이를 구워 다연(茶硏)이라고 하는 작은 맷돌로 갈아 이걸 뜨거운 물에 타서 거품을 내어 먹는 방식을 취하였다. 오늘날 일본에서 흔히 마시는 말차(抹茶)와 같은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솥에 차 가루를 넣어 달이는 자다법(煮茶法)이고, 다른 하나는 사발에 가루를 넣고 물을 부어 거품을 내어 마시는 점다법(點茶法)이다. 점다법은 송나라 시대에 와서 발달하고 포다법은 명나라 시대에 와서 발달하였으므로, 김지장 스님이 차를 마신 방법은 자다법이라고 볼 수 있다.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읽어 본다.

    말발(沫餑)은 탕의 정화(거품을 미화한 표현)이다. 거품이 엷은 것은 말(沫)이라 하고 두터운 것은 발(餑)이라 하며 작고 가벼운 것은 꽃[花]이라고 한다. 그 꽃 중에는 마치 대추 꽃이 둥근 연못가를 표표히 떠다니는 것 같은 것이 있고 물살이 도는 연못이나 구부러진 물굽이에 부평초가 처음 자라나는 것 같은 것도 있다. 또 맑게 갠 하늘에 비늘구름이 떠 있는 것과 같은 것도 있다. 그 말(沫) 중에는 푸른 이끼가 물가에 떠 있는 것 같은 것이 있고 국화 꽃잎이 술 단지 속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것도 있다.
    [沫餑,湯之華也. 華之薄者曰沫,厚者曰餑,細輕者曰花, 如棗花漂漂然於環池之上, 又如回潭曲渚,靑萍之始生, 又如晴天爽朗,有浮雲鱗然. 其沫者,若綠錢浮於水湄,又如菊英墮於鐏俎之中.]

    시의 내용을 쉽게 풀어본다.

    너는 아직 어려서 절에서 생활하는 게 따분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고향의 어머니 생각이 오죽하겠는가! 이제 너는 이 높은 구름에 가린 구화산을 내려가는구나. 가는 너를 보니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너는 위태로운 난간에 올라가 죽마를 타고 노는 것은 좋아하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공부하는 것은 심드렁하게 여겼지. 이제 네가 여기서 가게 되면 계곡에 가서 물을 길을 때 하늘에 뜬 달이 물에 비치고 그 달을 병에 담고 하던 일도 이제 그만이고, 차를 달일 때 꽃처럼 피어나는 다양한 거품을 바라보며 즐기고 또 그 거품을 찻사발에 담곤 하던 일도 이젠 없겠구나. 가기로 했으니 울지 말고 잘 가려무나. 늙은 나는 이제부터 저 안개와 노을을 짝하련다.

    고운당(古芸堂) 유득공(柳得恭)이 그의 필기에서 우리나라 시의 기원을 언급하며 이 시를 소개하였는데, 다른 시들도 다 훌륭하지만, 이 시는 뭐랄까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한없이 인자한 면과 또 일상생활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 시 속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뜻과 수사가 모두 빈빈하게 뛰어나다. 1200년 전에 이런 시를 썼다니! 감탄을 금치 못한다.

    원래 지장보살은 “지옥이 텅 비지 않으면 성불하지 않겠다. [地獄不空, 誓不成佛.]”고 서원을 세웠으니, 지장이라는 법명을 가진 분의 흉금이 어떻겠는가. 송(宋)나라 범중엄(范仲淹)이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다 즐거워한 뒤에 내가 즐거워할 것이다.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고 한 포부를 떠올리게 한다.

    중국에는 4대 불교 명산이 있다. 보현보살이 있는 아미산(峨眉山), 관음보살이 있는 보타산(普陀山), 문수보살이 있는 오대산(五臺山), 그리고 지장보살이 있는 구화산(九華山)이 그것인데, 다른 산은 모두 불교 교리에서 온 것이지만 구화산의 지장보살은 신라인 김교각 스님이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떠받들어져 신앙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또 신라인이라는 점에서 각별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분이 신라에서 갈 때 선청(善聽)이라고 하는 삽살개와 금지차(金地茶)라고 하는 차, 신라송(新羅松)이라 하는 잣나무, 그리고 황립도(黃粒稻)라고 하는 볍씨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특히 고려 시대에 그려진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를 보면 개가 그려져 있는 것이 눈길을 끄는데, 아닌 게 아니라 보성 대원사에 근래에 지어진 지장전의 벽화에도 뱃전에 선 스님 앞에 삽살개가 그려져 있다.

    불교 문자와 차 문화 전통에 대한 이해, 김지장이라는 인물, 그리고 불화, 이처럼 한 편의 시는 우리에게 많은 공부거리를 선사해 준다. 시를 읽는 어려움이자 동시에 즐거움이다.

    김종태 글쓴이 : 김종태(金鍾泰) / hanaboneyo@hanmail.net
    한국고전번역원 특수고전번역실 선임연구원
    주요 약력
    - 고종ㆍ인조ㆍ영조 시대 승정원일기의 번역, 교열, 평가, 자문 등
    역서
    - 『승정원일기』고종대, 인조대 다수
    - 『청성잡기』(공저), 『名賢들의 簡札』, 『허백당집』(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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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여든일곱 번째 이야기-2013년 9월 9일 (월)]

    리더의 작은 호의는 은혜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리더의 덕목으로 제일 먼저 ‘소통’을 이야기한다. 또 의외로 많은 사람이 리더가 자신들을 자주 접하면서 자잘한 도움을 주는 것이 ‘소통’의 주요 방식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리더는 작은 감동을 주는 일에 매진해서는 안 된다. 작은 감동은 리더보다는 그들에게 더 가까운 부하들의 몫이다. 리더는 한두 사람이 아닌, 전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출유(出遊)할 때, 노인이 헐벗고 굶주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의식(衣食)을 내려주었는데, 그 노인이 말하기를, “원컨대, 온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내려주소서.”라고 하니, 환공이 말하기를, “과인의 창고 정도로 어찌 온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두루 혜택을 베풀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는 어진 마음은 있지만, 정치를 하는 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다.

    자산(子産)이 정(鄭)나라의 재상의 신분이면서 그 수레와 가마를 가지고 진수(溱水)와 유수(洧水)에서 백성들을 건네주었으니, 이는 작은 은혜를 행하였지만, 정치를 하는 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이 반드시 사람마다 물건을 내려주고, 사람마다 건네주느라 날이 부족할 정도인데도, 백성들에게 미치는 은혜는 도리어 두루 고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고구려의 왕이 굶주린 백성들을 보고 그 의식(衣食)을 지급하고, 나아가 온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염려하여 마침내 진대법(賑貸法)을 시행하였으니, 그는 이른바 ‘백성을 구휼하는 정치’에 대해 아는 자일 것이다.

    昔齊桓公出遊。見老而飢寒者。賜之衣食。老人曰。願賜一國之飢寒者。公曰。寡人之廩庾。安足以周一國之飢寒。是則有仁心而未知爲政也。子產相鄭國。以其乘輿。濟人於溱洧。是則行小惠而不知爲政也。故人君必欲人人而賜之。人人而濟之。日亦不足。而惠之及於民者。反不周矣。今高句麗王。遣見窮民。給其衣食。因念一國之飢寒者。遂立賑貸之法。其知所謂恤民之政者乎。

    - 최보(崔溥, 1454~1504), 「고구려입진대법(高句麗立賑貸法)」,『금남집(錦南集)』권1 「동국통감론(東國通鑑論)」

    조선 초기의 문신인 최보가 고구려(高句麗) 제9대 임금 고국천왕(故國川王)이 진대법(賑貸法)을 시행한 것에 대해 평한 글이다.

    진대법은 보릿고개 때에 곡식을 빌려주었다가 가을에 추수한 뒤에 돌려받는,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제도였다. 양식이 없어 굶어 죽거나 몸을 팔아 남의 종으로 전락하는 일을 막는 효과가 컸다. 그래서 그는 고국천왕이 정치의 요체를 안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반면에 그는 헐벗고 굶주린 노인에게 옷과 음식을 내려준 제(齊)나라 환공(桓公)이나, 겨울철에 자신의 수레를 동원해 백성들을 건네준 정자산(鄭子産)의 행위에 대해서는 진정한 정치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런 일을 담당하는 유사(有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한 것은 차후에 논할 일이다. 결정적인 문제는 그들 정도의 신분이라면, 한두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런 방식보다는, 온 백성들의 어려움을 구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나 정치가가 눈앞의 곤궁함을 보고 자잘하게 은혜를 베풀기 시작하면, 그로 인해 생기는 폐단이 만만치 않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당장 한쪽에 이익을 주면, 다른 쪽에서는 그만큼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어머니가 우산 장수 아들이 불쌍하다고 비 오기를 기도하면, 짚신 장수 아들은 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양(梁)나라 혜왕(惠王)이 희생(犧牲)으로 쓰일 소가 벌벌 떨며 끌려가는 것을 보고는 불쌍한 마음에 양으로 대체하라고 하였다. 얼핏 보면 참으로 어진 마음이다. 스스로도 무고한 한 생명을 살렸다고 뿌듯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신 죽어간 양은 무슨 죄인가? 정말 동물들이 불쌍하다면 희생을 바치는 제도를 없애야 했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고사이다.

    이런 현상은 인기와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대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갑을관계,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이슈만 터지면, 너나없이 우르르 몰려들어 조급하게 대책을 남발한다. 특히 약자를 배려한다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국가 전체적인 차원의 접근보다는 무조건 약자 쪽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그런 졸속적인 일회성 대책은 장기적으로 볼 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리더, 정치가라면 자신이 살리려고 하는 사람이나 조직 때문에, 대신 죽어가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경열 글쓴이 :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주요역서
    - 『국역 갈암집』공역, 민족문화추진회. 1999
    - 『국역 오음유고』, 민족문화추진회, 2007
    - 『국역 국조상례보편』공역,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 『국역 매천집 3』, 한국고전번역원, 2010
    - 『국역 가례향의』, 국립중앙도서관, 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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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귀한 글 얻어갑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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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열아홉 번째 이야기-2013년 9월 12일 (목)]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위한 조언

    천하의 의리는 무궁한지라,
    어진 자는 그 큰 것을 알고,
    어질지 못한 자도 오히려 그 작은 것을 안다.

    天下之義理無窮, 賢者識其大, 而不賢者猶識其小.
    천하지의리무궁, 현자식기대, 이불현자유식기소.
    - 임영(林泳, 1649~1696)
    「옥당청광언로차(玉堂請廣言路箚)」
    『창계집(滄溪集)』

    위의 말은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이자 문신인 창계(滄溪) 임영이 숙종에게 올린 차자에 나오는 말로, 임영의 독창적인 말은 아니고 출전이 있습니다. 바로 『논어(論語)』「자장(子張)」 편에 “문왕과 무왕의 도가 아직 실추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남아 있으므로, 어진 자는 큰 것을 알고 있고 어질지 못한 자도 작은 것을 알고 있다. [文武之道 未墜於地 在人 賢者識其大者 不賢者識其小者]”라고 한 것이 그 출전입니다. 창계 임영의 차자나 상소를 보면 자주 숙종의 과격한 성격과 한쪽으로 치우치는 폐단을 지적한 말이 많은데 이것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의견 충돌을 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대개는 나와 다른 의견을 누르고 싶고 무시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일차적인 욕심입니다. 나 나름대로는 생각을 많이 하고 고심을 많이 한 의견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특히나 높은 자리에 있거나 나이가 많을 경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지위와 연치의 힘에 의지해 남의 의견을 누르거나 무시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할수록 일은 반드시 어긋나고 잘못되는 경우가 많은 법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크고 작음을 우열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크고 작음을 가지고 우열을 나눌 수 없는 것이 세상사의 은미한 이치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라 하여 반드시 집안을 가지런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이 배운 큰 학자라 하여 반드시 사람 사이의 세세하고 은미한 일들을 다 통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큰 것은 큰 것 나름대로의 길과 결이 있고 작은 것은 작은 것 나름대로의 길과 결이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남보다 많이 알수록 자신의 의견에 집착하고 그것이 옳다고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산에 오르면 천하만물이 다 자기 눈 속에 들어오는 것 같지만 저 아래 골목에 희미하게 두 사람이 붙어 있는 것이 싸우는 것인지 어깨동무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법이요, 광활한 바다 앞에 서면 그 웅장한 기운과 드넓은 기상이 모두 내 것인 듯하지만, 물결 밑의 어룡이 어디로 헤엄쳐 가는지 해초는 어디에 많고 산호는 어디에 많은지 도통 알 수 없는 법입니다. 큰 자리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아래에서 들려오는 말에 귀 기울이고 자기 생각을 철두철미하게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겸손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모르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냥 덮어놓고 남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도 분별없는 짓이겠지만,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고, 안다고 착각하며 온갖 일을 다 망치는 짓은 정말이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같은 잘못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여파가 다른 법이니, 고양이가 장난으로 깨물면 손가락이 따끔거리고 말겠지만, 사자가 장난으로 깨물면 사람이 죽어 나가지 않던가요. 게다가 그 과보 또한 큰 법입니다. 고양이야 꿀밤 한 대로 징치될 것이나 사람을 죽인 사자는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하늘의 해는 모든 사람이 바라보는 것이라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사람들이 금세 안다고 하였습니다. 열 눈이 바라보고 열 손이 가리키는 자리에 앉아 아집이나 부리며 뭇사람들의 입을 막고 일을 망친다면 참으로 꼴불견이 아닐까요. 뒤미처 후회해도 미칠 수 없나니 두렵고 두려운 일입니다.

    글쓴이 : 이승현(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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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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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고맙습니!
    잘 익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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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고견을 저는 흔히 접하진 못합니다. 허나 이런 고귀한 정신을 추구할 대통이라면 이미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울 나라 대통은 대통 당신의 과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 이런 고견을 받아들이고 숙고해볼 대통이라면 이리 대처하진 않았을 겁니다. 이 대통령은 매우 영악하고 충성스러워 아버지를 위한 효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국민보다는 자신의 영겁을 먼저 생각하는 대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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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드디어 수도권 진입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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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구경하는 저역시 전국일주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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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저같은 어린친구들에게, 시야를 확장시키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글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과거, 그런생각을 했었습니다.
    빌게이츠가 길을 지나다 거리의 노숙자를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가 노숙자들에게 입을 옷과 먹을음식을
    손수 나누어주며 노숙자들의 새인생을 독려하는것이
    맞는가
    아니면 회사에 가서, '오너'라는 위치에 맞는 세계적인 업무를 통해, 얻은 이윤을
    사회복지측면에서 기부를 함으로써,
    '주'의 노숙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맞는가...

    고민했었습니다.
    그땐 많이 어렸었죠 ㅎㅎ

    답은 없었습니다
    옳고 그름은 없었습니다
    합리적이냐 그렇지않냐도
    결국, 타인의 생각아고 판단일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글을 읽고,
    합리화와 자만에 빠지는것을
    항상 경계하는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배우게 된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 자신이 이기적일지도 합리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

    좋은 글
    다시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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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welcome to com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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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만에 고국에서 접하는 추석입니다. 댁내 만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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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앗 일등하려고 했는데 이등했어요 ㅋㅋ 사무엘님도 해피추석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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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감사합니다^^이박사님..내외분과 가족모두의 편안함과 행복을 보름달에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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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보름달 같은 행복하고 넉넉한 추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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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감회가 새로우시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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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귀국 하셨군요^^^환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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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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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즐거운 추석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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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고국에서 즐거움 가득한 한가위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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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한국에 오셨군요~ 의미있는 시간가지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행복한 추석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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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달 모양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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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Samuel Lee님.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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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정말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기쁘고 복된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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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기쁘고 행복한 추석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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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Samuel Lee 샘 ★ 방긋
    고향에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올만에 오셨으니
    온가족이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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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뵌적은 없지만 한국오신거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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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26년만이라니...감회가 남다르겟네.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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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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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좋은 추석, 뜻 깊은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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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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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항상 좋은글 잘 보고있습니다~선생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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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멋진 추석 명절 보내셔요.^^부천 시댁에 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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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형님.. 고국방문 제대로 즐기시는것 같습니다 ... 즐거운 명절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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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메리 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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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고국에서 한가위를 만끽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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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우와 !!! 만가지 감회가 어린 달 !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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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uel Lee 26년만에 조국에서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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