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보세요!!"
나의 아래 찌질한 푸념에 페친이자 성인의 후손이요 로마의 시민인 Christine Youn 박사님께서 "주님을 보세요!!"라는 권면의 댓글을 남기셨다. 구교집안인 윤박사님의 신앙의 깊이와 그 사랑이 느껴지면서 34년전 5월과 6월, 고문 속에서 만난 나의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님이 떠올랐다.
사실 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소문없이 살인마 전두환의 졸개들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나의 어머니는 전라도로 유학간 아들이 80년 5월에 행방불명되었다고 아직도 80노구를 이끌고 찾아 다니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적어도 어느 양반처럼, 아직도 실성한 정신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화살기도와 로사리오기도
잡혀가서 벌거벗겨지고 젖은 모포로 싸여진 몸은 복날 개잡듯이 몽둥이 찜질부터 당했다. 그때 패는 놈들에게도 목숨을 구걸했지만, 제일 많이 목숨을 구걸한 분이 주님이다. 화살기도며 로사리오기도며 손꾸락을 꼽아가며 1달반을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셀수도 없는 수만 수천단의 로사리오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그 기도는 응답받지 못했다.
예수님에게 구하는 기도가 소용없다는걸 깨닫던 어느날, 나는 나보다 더 한심한 꼴로 가시관을 쓰고 무거운 십자가를 끌며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러 올라가는 이스라엘 민족의 보잘것 없는 지도자 예수님의 모습이 눈앞에 펼처졌다.
같은 민족에게서 조차 버림받은 실패한 민족지도자 인간 예수
I prayed to the wrong person for me.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예수도 죽으러 가는데 나쯤이야 하는 생각과 그래 죽자 하는 다짐이 일었다. 그 순간, 고문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곤 나의 아저씨, 큰형뻘 되는, 고문을 가하던 보안대 중상사들에게 "당신에겐 나같은 동생도 조카도 없냐?"는 말이 터져나왔다.
노련해 보이던 상사 한명이 "이자식 맛이 갔군."했지만 난 그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두려움을 느꼈고, 내가 살수 있겠구나 하는 삶의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리고 죽으려고 하는자 살것이라는 음성이 귀전에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또 저 버러지 같은 인간들은 강한자에겐 약하고 약한자에겐 잔인하다는것도 깨달았다.
난 그 인간적인 예수를 경험하고 난후로는 쓰잘데기 없는 걸로 기도 별로 안한다. 그렇다고 내가 주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윤박사님에게도 댓글로 이야기했지만 여러분들도 내가 경험했던 그 인간의 몸으로 오셨던 예수를 체험 할 은총이 있길 기원한다.
이런 이야기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잘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기억도 가물거리고 감흥도 떨어지는데 페이스북에나마 나의 경험을 나눈다. 이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그 가족에게도 죽음을 넘어서는 은총을 간구해 보지만 이건 성격이 달라도 한참 다른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그런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님 고만 팔아 먹고, 인간으로서, 같은 민족에게서 조차 버림받은 실패한 민족지도자 인간 예수가 인류의 구세주가 되는 그 과정을 묵상해 보길 바란다.
찬미예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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