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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ciences/31_유전자조작

'골리앗' 미국기업 4곳이 세계시장 50% 이상 독식 (한국일보)

忍齋 黃薔 李相遠 2014. 7. 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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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미국기업 4곳이 세계시장 50% 이상 독식

■ 총성없는 해외 종자전쟁

GM종자 개발한 몬산토가 1위 

세계 10대 기업서 74%나 잠식… 대부분 제약업체가 대주주로 참여

종자보유국 상대 특허권 주장 등 국가 간 갈등 끊이지 않아

"생물자원 이익 국제사회가 공유" 나고야 의정서 협약 맺기도

한국일보 | 이동현기자 | 입력 2014.05.09 21:49 | 수정 2014.05.10 13:01


"석유를 장악하면 국가를 통제할 수 있고, 식량을 장악하면 시민을 통제할 수 있다."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부장관은 이 같이 말했다. 배럴 당 2달러 중반이던 원유가가 1년 사이 11달러를 넘어서며 4배 이상 치솟았고, 국제 곡물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폭등했다. 곳곳에서 아사자가 속출했다.


유엔은 1974년 로마에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주재로 세계식량회의를 열고, 식량자원 공급에 관한 국제 공조에 합의했다. 키신저 장관은 이 회의에서 "10년 내에 전세계 어떤 아이도 줄인 배를 잡고 잠자리에 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김형태 동부팜흥농 육종연구소장이 배추 꽃가루가 되기 직전에 떼어낸 조직이 배추로 커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조직 배양은 신품종의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하지만 미 행정부는 1970년대 식량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강화하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췄고, 카길ㆍ콘티넨탈 등 민간 곡물메이저 기업을 앞세워 세계 식량 시장을 독점해갔다. 이후 이들을 뒷받침 한 것이 몬산토를 비롯한 미국계 종자회사다. 식량전쟁에서 종자전쟁으로 옮겨 붙은 것이다.


종자전쟁 절대강자, 미국


총성 없는 세계 종자전쟁에서 미국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ETC그룹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으로 몬산토와 듀퐁, 랜드오레이크, 다우 아그로사이언스 등 미국계 종자기업이 세계 종자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4개 기업이 종자를 팔아 얻은 수익은 그 해 125억7,311만 달러(약 13조 원)에 달했다. 특히 몬산토는 1990년대 유전자조작종자(GM)를 판매하면서 세계 종자시장의 23%를 장악한 1위 종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01년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만들어 코카콜라에 전량 납품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던 몬산토가 종자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1980년대다. 몬산토는 1982년 세계 최초로 식물세포의 유전자 변형에 성공했고, 이후 GM종자 개발에 집중했다. 몬산토의 대표적 전략은 자사 제초제와 그것에 내성을 가지는 GM종자를 패키지로 판매하는 것인데, 몬산토의 세계 GM종자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전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 의 유해성 비판이 거세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프랑켄푸드'라는 악명이 붙은 GMO 생산이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콩의 97%가 몬산토 종자일 정도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 과점 강화


세계 종자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수요 증가,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 불안정, 농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개발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몬산토를 비롯한 듀퐁, 랜드오레이크, 다우아그로사이언스 등 미국계 종자기업과 신젠타(스위스), 리마그레인그룹(프랑스), KWS AGㆍ바이엘 크롭사이언스(독일), 사카타(일본), DLF-트리풀리움(덴마크) 등 세계 10대 종자기업의 독과점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들 기업의 세계 종자시장 점유율은 1996년 14%에서 2004년 49%, 2009년 74%로 급격히 늘고 있다.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세계적 제약회사들이 이들 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갔고 있다는 점이다. 몬산토는 미국 제약회사 파마시아가, 신젠타는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각각 대주주로 있다. 생명공학 기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글로벌 제약업체가 종자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은 종자산업이 고부가가치 지식집약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지난 2002년 미국 시사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 중 의료분야 최고 발명품으로 설사 치료제로 쓸 수 있는 토마토 종자가 선정될 정도로 종자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스타아니스(팔각나무) 종자에서 성분을 추출한 신약이다. 이 밖에도 엉겅퀴에서는 간기능 개선제, 은행잎에서는 혈액순환 개선제를 만들고 있다.


끊이지 않는 종자주권 갈등


종자주권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은 끊이질 않는다. 미 종자회사 포드너스는 1994년 멕시코에서 다양한 색의 강낭콩 한 자루를 구입, 노란색 콩만 골라 개량한 뒤 1999년 '에놀라'라는 이름으로 종자 및 식물육종권 특허를 취득했다. 포드너스는 2년 뒤 멕시코에서 수 백년간 재배해왔던 노란 강낭콩에 대해 로열티를 내라며 멕시코 농부들과 콩 수출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9년을 끌던 분쟁은 미 연방고등법원이 2009년 포드너스의 특허권을 취소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종자자원국이 승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미 특허청은 로린 밀러가 1999년 아마존에 자생하는 약용 넝쿨식물 '아야후아스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것 관련, 아마존유역토착민기구연합(COICA)이 낸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독점권을 인정했다. 남아프리카 산 부족의 약초 '후디아'는 식욕억제 효과가 있는데, 수십억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추정되는 특허권이 1995년 제약회사 파이토팜(영국)과 화이자(미국)로 넘어가기도 했다.


유전자원 보유국들은 최근 글로벌 종자기업의 이러한 개발행위에 푀예赴峠?유전자원의 주권 및 권리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국제 사회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에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의정서(나고야 의정서ㆍABS)'를 맺었다. 미약하지만 생물자원을 이용해 발생하는 이익을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을 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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