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2_Biography

[명화감상] 로마의 자선 - Roman Charity

忍齋 黃薔 李相遠 2014. 10. 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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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할 것 같은 그림에서조차 '전문가'의 지도의 손길이 필요하다

[1]


'로마의 자선'이라는 명화들에 대한 인터넷을 떠도는 잘못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는 초라한 죄수 의를 입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빠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유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이 그림들에 불쾌한 감정을 표출합니다. "이런 삼류 싸구려 그림들이 어떻게 국립미술관의 벽면을 장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미술관의 입구에."라며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의 부도덕을 속으로 통렬히 꾸짖게 되지만, 의아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게 됩니다.


 초라한 죄수 의를 입은 주책스런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성은 가장 부도덕한 인간의 한 유형으로 비칠 수 있지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불륜의 현장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 그림들은 정말 삼류 포르노일까요? 하지만 초라한 죄수 의를 입은 노인은 그 젊은 여인의 아버지입니다.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는 여인은 바로 그 노인의 딸인 거지요. 


 이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투사입니다. 스페인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해 감옥에 넣고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습니다. "음식물 투입 금지" 노인은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어갔습니다. 딸은 해산한 지 며칠 지나서 무거운 몸으로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아버지의 임종이라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눈에는 핏발이 섰습니다. 마지막을 향한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를 위해 딸은 간수들의 눈을 피해 서슴없이 가슴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불은 젖을 아버지의 입에 물렸습니다. "노인과 여인"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인류의 숭고한 작품들입니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자신들의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 


 위 내용을 접하고 오랜기간 동안 이 그림들에 대한 선입감을 가지고 아래와 같은 생각을 했었답니다. 


 같은 그림을 놓고 그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포르노'라고 비하도 할 수 있고, 그 배경을 아는 사람들에겐 민족혼이 담긴 성스런 그림이라고 격찬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실제로 "노인과 여인"에 깃든 이야기를 모르는 성급한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림 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감상하게 되지요. 


 아직도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묻는 선거에서 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로 남아있길 원하는 어찌 보면 철없고 줏대없는 사람들이 사는 땅이긴 하지만 한때는 스페인의 식민치하에서 벗어나려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긴 독립항쟁을 이어온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라 미국과 공생하는 것'이러고 말이지요.


 어쩌면 물리적 착취와 독재가 있는 것만이 식민지로 착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록 자신들의 상하원의원들을 선출할 수도 없고 단지 하원에 옵서버를 파견하긴 하지만 많은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이 차별 없이 연방공무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들 말처럼 미국이라는 작은 세계 속의 일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신 김인철 선배님 덕분에 이 그림들에 대한 새로운 정리를 하게되었습니다.

 

 아무튼, 오랜 세월 이 이야기는 한국사람들을 중심으로 진실처럼 감동을 주게 퍼져있었습니다. 내가 남태평양연방지부인 샌프란시스코로 전근 오기 전까지 푸에르토리코가 담당 지역으로 포함된 남대서양연방지부에 근무하면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직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아무도 공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 교양이 풍부하고 역사지식이 해박한 친구 하나가 '로마의 자선' 그림이 푸에르토리코 Ponce Museum에 하나 걸려 있다고는 이야기하더군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인종적으로도 스페인과 원주민 그리고 흑인이 짬뽕으로 섞이고 민족적 정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뚱딴지같은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어디에서 누가 푸에르토리코 독립투사 이야기를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로마 시대 이야기라고 합니다.


 전주공대에서 교수님으로 산업디자인 가르치는 이 분야 전문가이신 김인철 선배님의 말씀을 빌리면, 


"이 그림들은 로마 시대 페로(Pero)라는 딸이 억울하게 투옥된 아버지를 위한 신화와 같은 얘기를 주제로 한 것으로, 즉 Cimon이라는 아버지는 정치적인 이유로 투옥되어 모진 고문과 아무런 음식 없이 죽어가는 상황이 된다. 이때 딸이 몰래 찾아 들어가 아버지에게. ... 


서양 회화에는 같은 주제를 여러 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무척 많다.... 이 그림들은 모두 서양 회화, 즉 르네상스 이후(루벤스의 그림도 있네)의 그림들이다.... 제목은 모두 "Roman Charity" 즉 로마의 자선(?)이라고 해야 하나? 


부연하면, 세례요한의 목을 따내도록 만든 쌀로메라든가....삼손의 머리를 잘라 힘을 잃게 만든 델릴라와 같은 유명한 주제를 갖고 그린 그림들이 무척 많음.... 모두 매우 유명한 화가들이... 그러므로 무명화가들 것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위의 그림들 역시 대단한 서양의 화가들 작품..." 


또 그림에 대한 사실 인식을 위해 프랑스에서 공부하시는 Seung-Hyun Yi 선생님의 말씀도 함께 소개하면,


"이 이야기는 카라바지오의 7가지 자비로운 행위라는 작품에도 등장하죠. 7가지 자비 중 음식을 나누는 자비, 감옥의 죄수를 찾아가는 자비를 묘사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선택한 것이죠. 로마에서는 이 딸의 모습이 부모를 섬기는 가장 고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네요. 효나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사회적 규율에 따른 행위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 마음이 진실하면 표현방법은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요."


그림의 감상은 독자의 심오한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법이니 이 그림들을 '포르노'로 감상하지 않은 푸에르토리코(?) 이야기의 원작자에게 큰 점수는 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원래 이 그림이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과 사실을 직시하여 관조해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여기서 우리는 사소할 것 같은 그림에서조차 '전문가'의 지도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합니다.


[3]

이 그림들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 ...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로마에 Cimon이라는 한 홀아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페로(Pero)라는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예쁘게 키운 이 딸은 시집을 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Cimon은 한 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을 당하게 됐습니다. 로마 시대에는 죽이는 형벌 방법도 다양했나 봅니다. 옥에 가둬 굶겨 죽이는 방법으로 Cimon을 사형시키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면회는 허용되지만, 음식물 반입은 물론 금지됩니다.

Cimon은 탈수와 영양실조로 서서히 죽어갑니다. 딸이 면회를 왔습니다. 빈 손으로 들어온 딸은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가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마침 딸은 아기를 출산해 젖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딸은 자기의 가슴을 열어 아버지에게 간수 몰래 젖을 물렸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에 감동되어 노인은 나중에 석방되었다고 합니다. ..."


이상의 이야기는 기원전 3세기에 살았던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저작 중 한 곳에 실려 있는 이야기랍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당연히 화가들의 좋은 소재가 충분히 되었을 것이고 이를 소재로 한 그림들이 16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유럽에 크게 유행하였다는군요.

대부분 제목이 “Roman Charity”이고 부제는 Cimon(Simon) & Pero입니다.

루벤스(Rubens) 또한 이런 소재로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의 그림에 인터넷에 떠도는 푸에르토리코 독립투사 어쩌고 하는 이야기가 붙어있더군요. 

프랑스 화가인 쟝 밥티스트 글뤼즈(Jean-Baptiste Greuze)는 루벤스의 그림을 이용하여 다른 방식으로 화폭에 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바른 정보를 가지고 이 로마의 자선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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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푸에르토리코 Ponce Museum에 있는 로마의 자선



[5] 유럽 Museum에 있는 로마의 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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