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0_영어잘하는비법

[[한국말을 쓰면 한국인, 미국말을 쓰면 미국인]]

忍齋 黃薔 李相遠 2014. 11. 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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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에 우리는 과연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지속 가능한 정체성을 언제까지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나의 아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툴레인(TULANE) 대학을 입학했을 때 장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여 부부 동반하여 입학식, 무슨 무슨 날이면 빠지지 않고 아들을 찾아갔고 또 아들은 1학년 때만 하여도 방학이나 휴일과 명절이 낀 긴 주말에는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시시콜콜한 학교이야기며 친구이야기 그리고 여자아이들 이야기까지 삶의 재미를 안겨주었다.

 

헌데 2학년이 되니 프레터니티(fraternity)클럽에서 함께 어디를 가야 한다, 친구네 가기로 했다, 무슨 사업을 해야 한다며 도통 얼굴도 보여주지도 않고 아들과 수다 떠는 재미는 엄두도 못 낼 지경이 되었다. 문득 치매에 걸려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져버려 영어의 세상이 송두리째 사라져 자식들과 대화조차 나눌 수 없는 미국 속의 한인 노인네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에겐 조셉 박(Joseph Park)이라는 친구가 있다. 한때 플로리다에서 에버그레이드 국립공원 복원사업을 나는 연방공무원으로 그 친구는 주 공무원으로 함께 일했던 동료였다. 그 뒤 그친구는 대학교수로 갔다가 NGO 단체에서 일도 했다가 지금은 그리도 소원이던 연방공무원이 되어 국립기상청 (NOAA)에 근무를 하고 있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성이 Park 씨여서 한국계라는 걸 직감했지만 자신은 아니란다. 자신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아니라며 아마 자신은 인종적으로 짬뽕이니 아마 한국인 피도 쪼금 석여 있겠지라며 농으로 말을 마무리 했다. 사실 자신을 토종 백인이라고 주장하는 Lee 씨, Park 씨, 하다못해 Kim 씨도 살면서 스친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친구는 동료로 무려 3년을 보았으니 나의 도전정신은 가만있질 않았다. 한 두 달 뿌리찾기 프로그램과 그 친구 출생기록 거주기록들을 바탕으로 이 친구 고조부가 G.D. Park이라고 인천을 통해 들어온 하와이 사탕수수밭 조선이민자였다는 기록을 찾아내어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같은 한민족의 핏줄이라는 감동이 나만큼 없었고 오히려 같은 한국계이니 연방공무원으로 끌어달라는 로비만 커졌다.

 

물론, 하와이 이민노동자의 삶이 열악했고, 나라까지 일본에 잃고, 독립운동 한다며 돈이나 뜯어가던 사기꾼 이승만 등쌀에 식솔들을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을 것이고 4대를 거쳐 내려오면서 한국말도 피부 색깔도 또 한국사람이라는 정체성도 사라진 "So what?"의 천박한 미국인이 되어 15년이 넘게 교분을 나누었고 연방공무원이 되도록 도움을 주었음에도 절대 곁을 내주지 않는 한국인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미국인이 된 것이 이해는 되지만 너무도 슬프다. 

 

언어는 사고 그 자체이기에 한국말을 쓰면 한국인이고 미국말을 쓰면 미국인이다. 미국에도 굳이 한국말을 알면서도 영어만 쓰며 사는 한국인들이 제법 있다. 기실 나도 5.18 민주화 유공자로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한국사람도 만나지 않고 만나도 영어만 쓰며 살고 나의 아들에게도 복수심에 불타는 살인마 전두환이의 한국을 열심히 설명하는 그런 꼴값을 떨며 살았었다.

 

다행히 하늘과 천지신명이 도와 나의 아들은 2학년을 마치고 한국 시골에서 원어민 강사도 하고 고려대 국제학부에 스스로 편입하여 졸업하고 한국 색싯감을 고르는임무를 수행 중에 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나의 분신인 나의 아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은 확보한 듯 하다. 나의 아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또 세대를 이어 한국인의 지속 가능성을 이어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은 알았을 것이다.

 

요즘, 한국이 보이는 모습은 과거의 합리적이지 못한 독재의 시스템으로 퇴행하는 듯하다. 한국의 미래, 한국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젊은이들은 어찌 살아가는지 궁금할 정도로 아예 나라가 통째로 걱정이 된다. 너무 사리사욕에 물들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고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영어권 유학을 감행하는 무모함도 안쓰러워 보인다.

 

한국말을 하면 한국인이고 미국말을 하면 미국인인데 말이다. 얼마전 한국에 "안녕들 하시냐?"라는 대자보가 화제가 된 적이있었다. 나는 한국에 지금의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안녕들 하시냐?"라는 대자보를 붙인 그런 젊은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장구한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고귀한 문화를 좀먹는 일베충의 젊은이들이 대오각성하길 바란다.

 

소수 민족으로서 지속 가능한 정체성은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차원이 다른 경쟁력 있는 문화 속에 있다는 걸 한국의 젊은이들이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세상 어디에 살든지 나의 친구 한인 4세 조셉 박(Joseph Park) 박사 같은 한국인의 혼을 잃어버린 한국인이 되도록 적게 생기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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