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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이종복의 뉴욕 통신]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조건

忍齋 黃薔 李相遠 2016. 4. 2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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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복


국제신문 2016-04-21 본지 13면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한 장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저커버그가 그의 딸 맥스를 안고 분유를 먹이는 장면이었다. 그 사진은 '오늘의 가장 중요한 미팅'이라는 제목에 'LeanTogether'(서로 기대어)라는 해시태그가 붙어있었다. ABC 뉴스는 저커버그가 가사분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전적으로 한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공동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아이와 눈을 맞추고 분유를 먹이며 짓는 함박웃음은 대부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필자는 약간 삐딱하게 바라보고자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들의 말 한마디, 사진 한 장은 일반인들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상의 사진과는 다른 힘이 있다. 일반인의 사진은 보고 웃을 수 있지만, 유명인의 사진은 무엇인가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서로 기대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저커버그의 수유사진은 한 가정의 일상사라기보다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조언이다. 어떻게 보면 강요이다.

1990년대 초 필자를 가르친 한 교수님은 아들을 등에 업고 박사논문을 썼다고 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재미있게 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결코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2013년 박사논문을 마치면서 필자 역시 막내를 등에 업어 재우며 박사논문을 쓰고 있었다. 온 몸을 흔들어 등에 업힌 아이를 재우면서 논문 한 줄 한 줄과 싸워야 하는 것이 저커버그의 수유 장면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지금이야 웃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어디 하나 도움을 부탁할 곳 없고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유모를 고용할 여유도 없던 그 당시에는 그 순간이 중요한다고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세계적인 갑부가 제반의 모든 상황이 받쳐주는 상황이라면 아이를 안고 오늘 하루의 가장 중요한 미팅이라고 말하며 가사의 동등한 분담을 강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성애와 모성애는 타고나지 않고 사회가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일상을 사는 대부분은 아이를 키우는 날들이 소중하다고 간간이 느낀다.

육아가 삶에 지니는 중요한 의미를 자연스럽게 그리고 진정으로 아는 것은 개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부모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해와 구조적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전에 한 스님이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들이 30분만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과 놀아주면 어떻겠냐고 했다가 바로 참회를 한 적이 있다. 그 스님이 직장인의 삶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루에 30분이라도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정시에 퇴근할 수만 있어도 아이를 위해 하루에 30분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은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과 이해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그러한 여유가 있는데도 대다수 국민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책임의 완수만을 강요하는 구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호에 대한 배려에 기반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 의식의 전환은 복지에 대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복지에 대한 투자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스톡턴대학 철학과 교수 jby663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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