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용 꽃을 사러 꽃집에 들렀습니다.
네덜란드는 꽃의 나라답게 동네 길가나 상가에서 꽃집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꽃 사랑은 그들의 일상에서 느껴집니다. 공항에서 귀국하는 가족에게 꽃을 선사하고 주기적으로 집에 놓을 꽃을 삽니다. 누구나 꽃을 좋아하여 선물용으로도 꽃이 제격입니다. 선물용 꽃의 가격은 보통 만 원 내외이고 화환이나 동양 난같이 화려하고 비싼 종류는 수요가 없어 꽃 가게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선물로 꽃 이외에 초콜릿과 같은 먹거리를 선물하며 가격은 만 원 내외입니다. 회사의 경우 크리스마스 때 고객에게 2만 원 내외의 포도주나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백화점에서 팔리는 필요 이상으로 포장된 고가의 선물용 식품 세트 상품은 없습니다.
네덜란드는 갑과 을의 개념이 없습니다. 일상에서 오히려 우리의 갑에 해당하는 고객과 을인 공급자나 판매자의 입장이 뒤바뀐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물품을 배달하거나 인터넷을 연결하거나 보일러를 점검하기 위해 회사 담당자가 집을 방문할 때 일정 시간을 정하지 않습니다. 보통 오전 8시에서 12시 또는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와 같이 4시간대로 정해 고객은 집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사회생활에서 갑과 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갑도 되고 을도 되어 맡은 일을 충실히 할 뿐 권위적인 갑과 눈치를 봐야 하는 을의 관계는 없습니다. 관공서와 민원인 사이를 포함하여 수평적인 관계로 이뤄진 네덜란드 사회에서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소박한 선물 이상의 편의나 청탁을 위한 고가의 선물은 주고받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 키가 컸던 탓에 주로 교실 맨 뒤에 앉았습니다. 자연히 교실 뒤편에 앉은 키 큰 급우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뒤편에 앉았던 한 친구가 갑자기 앞에 앉게 되어 섭섭했습니다. 뒤편에 남아있던 친구들은 그 친구의 어머니가 학교에 다녀간 것을 알았고 그 후 와이로라는 말도 알았습니다. 중학교 시절 가게를 운영하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아버님의 부탁으로 친구와 함께 파출소에 설탕 포대 여러 개를 배달하는 심부름을 했습니다. 대학교 때 사회의 모순에 고민하던 친구가 대학원에 가서 연구실 조교를 하며 간이 영수증을 추가로 챙기며 갈등하던 모습도 보았습니다. 해외근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윤리를 강조하던 회사 선배는 귀국 이삿짐 통관 때 봉투를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통관장소에서 봉투를 언제 줘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 이삿짐 상자를 차례차례 풀어야 했고 다시 싸야 했습니다.학교에서 배운 바른 생활, 도덕, 윤리의 내용과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고 불합리한 현실은 관행이란 핑계로 행해졌습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부조리를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김영란법으로 이제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선물용인 축산, 수산물, 과일, 화훼 상품의 소비가 위축되고 자영업인 외식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있습니다. 2015년 한국의 60만 개 회사들이 접대비로 지출한 금액이 약 10조 원입니다. 회사들은 김영란법으로 절감된 접대비로 구내식당의 고기와 생선 메뉴를 늘리고 후식으로 과일을 넉넉하게 제공하며 직원들과 사회 소외 계층에 상품권을 나눠주기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지출했던 경조사비를 아낀 가장들은 동네 식당에서 가족외식을 하고 귀가할 때 가끔 꽃을 든 남자가 되길 바랍니다. 더치페이를 하면 인간미가 줄어들 것이란 견해도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과 서로 언제 밥 한번 먹자는 지키지 못할 빈말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 바쁜 이유도 있지만 사는 경우는 부담되고 얻어먹을 경우는 체면 때문에 빈말이 되곤 했습니다. 이제는 부담 없이 날짜를 정해 더치페이로 밥을 먹으며 인간미를 더욱 높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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