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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 요꼬(Yoko Kawashima Watkins)
줄거리: 주인공 소녀는 열두 살이고 언니는 열일곱 살이다. 소녀는 영문을 몰랐다. 일본 경찰이 별안간 들이닥쳐 집안의 쇠붙이를 죄다 빼앗는 까닭을 소녀는 알지 못했다. 어머니의 안경까지 벗기는 경찰을 소녀는 물어뜯었고, 경찰은 군홧발로 그녀를 짓밟았다. 그래도 소녀는 전쟁을 알지 못했다. 두만강이 지척인 마을의 일본인 소녀에게 전쟁은, 제대로 불을 켜고 살지 못하게 하는 귀찮은 일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오빠는 집을 떠나 군대에 있다. 전쟁 상황이 불리해지고 위협이 다가오자, 자매와 어머니는 적들의 위협을 피해 고국인 일본을 향한 먼 피난길을 떠난다. 전쟁 시기에 여성들끼리 길을 떠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버지와 오빠를 남겨둔 채, 어머니.언니와 함께 급작스레 서울행 환자후송 열차를 얻어탔던 어느 날 밤에도 소녀는 전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만주의 일본정부에서 일하는 아버지 때문에 인민군들이 이들 모녀를 찾아다닌다는 걸 알아내고 스스로 기차에서 내려 서울로 걸음을 옮길 때도, 소녀는 배고픈 게 싫었고 빨리 걸으라고 재촉하는 언니가 미웠다. 폭탄 파편을 맞아 가슴에 고름이 흐르고 한쪽 귀는 청력을 거의 잃었어도, 소녀는 마냥 걷기만 했다.
마침내 서울역에 도착한 세 모녀. 그러나 오빠는 나타나지 않는다. 역사에서 새우잠을 자고 식당 쓰레기통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소녀는 오빠를 기다린다. 그렇게 5주일이 흐르고 모녀는 부산행 열차에 오른다. 전쟁은 끝난 뒤였고 조선인들은 일본인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있었다. 서울은 일본 여자에게 안전한 곳이 되지 못했다. 어머니는 두 딸의 머리를 남자 아이처럼 바짝 친다.
부산 생활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같은 일본인도 모녀에겐 위안이 되지 못했다. 일본 남자는 일본 여자의 물건을 노렸고, 조선 남자는 일본 여자의 몸을 노렸다. 세 여자에겐 세상 모두가 적이었다.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인민군들이 공습으로 죽자 이들의 땀에 찌든 옷을 벗겨 입는다.
임산부가 먹을 물이 없어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물 한 모금을 주지 못한다. 그 물을 주고 나면, 자신이 어떤 갈증을 겪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강간이 일상화된 주변 환경에서, 이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장을 한 채 매 순간 숨 죽인다. 시월이 되어서야 모녀는 후쿠오카행 배에 올라탄다.
끝까지 이들은 주저앉지 않고 고국 일본을 향한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침내 조국에 도착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냉대와 가난이다. 친척은 모두 연락이 끊기고, 난민수용소에 격리된 모녀는 악착같이 쓰레기통을 뒤진다. 어머니는 그간의 고생에서 온 병으로 죽음을 맞고 자매만 덩그러니 살아 남지만, 악다구니 자매는 왕따를 당하는 학교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노점에서 팔고 구두닦이를 하고, 학교 쓰레기통을 뒤져 학용품을 마련하며, 생존한다. 이야기는 소녀가 에세이를 써서 상을 받고 이듬해 봄 오빠가 돌아오면서, 자매가 희망을 가지게 되는 상황에서 끝이 난다. 홀로 피난길에 나섰던 오빠는 삼팔선 근처에서 김씨 아저씨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인민군들이 요코 일행을 강간하려 했으나 공습에 의해 죽어버리는 장면이 한번 등장하고, 부산에서 일본행 배를 기다리는 동안 일본인 피난소 근처에서 한국 남성들이 진을 치며 일본인 여성들을 마구 강간했다는 묘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