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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트럭섬에 갇혔던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의 슬픈 역사

忍齋 黃薔 李相遠 2017. 12. 1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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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 한겨레

서울시 기록물사업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 26명 확인
필리핀 마닐라에서 돌아온 33명 귀환명부도 입수

“확인된 피해자 숫자에 그치지 말고 적극 발굴해야”

트럭섬 조선인들의 사진자료에서 포착된 이복순 할머니의 모습. 서울시 제공

1943년 경북 칠곡에서 재봉공장을 다니던 17살 소녀는 더 돈을 잘 버는 공장을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배를 탔다가 트럭섬으로 끌려갔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한 트럭섬(축 제도)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함대의 주요 기지로 많은 조선인이 기지건설 등에 강제 동원됐던 곳이다. 그동안 트럭섬에서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를 봤다는 회고는 많았다. 그러나 실제 위안부 피해 기록이 사료로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11일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미군 전투일지,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귀환 당시 탑승한 이키노호 승선 명부, 귀환 당시 사진 자료와 <뉴욕타임스> 기사 등 자료를 발굴해 트럭섬에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 26명이 살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복순 할머니는 1946년 이키노호를 타고 3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복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돌아왔을 때의 이동 경로. 서울시 제공

미군 전투일지를 보면 이키노호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간 1만4298명 중 3483명이 조선인이었으며, 그 중 군인이 190명, 해군 노무자가 3049명, 민간인이 244명이었다. 이복순 할머니와 함께 조선으로 귀환하는 배를 탄 사람들 중엔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 26명과 아이 3명도 있었다.

하복향 할머니 포로심문카드와 2001년 할머니의 생전모습. 서울시 제공

이번 자료 발굴에선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되지 않았던 다른 피해자의 존재도 드러났다. 경북 경산 출신 하복향 할머니는 1941년 15살 나이에 공장에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소개인을 따라갔다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도 하기 전인 2001년 세상을 뜨며 피해 사실도 묻혔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팀이 확보한, 필리핀으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의 포로 심문카드엔 하복향 할머니가 1945년 9월14일 필리핀 루손 섬에서 미군에 발견돼 루손 제1수용소에 갇혔다가 귀환선을 탄 기록이 남아 있었다. 카푸코로 이름은 달랐지만 연구팀이 할머니 생전 사진, 열손가락 지문을 대조해 할머니 신원을 확인했다.

제2의 이복순, 하복향 할머니 같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서울대 인권센터 박정애 교수는 “일제강점 당시 경찰이 여성 강제동원을 유언비어라며 강력 단속하는 분위기여서 조선인 위안부가 끌려갔던 기록은 없다. 그러나 해방 뒤 돌아온 기록은 있다. 30여명의 심문카드를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추가 피해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피해자로 자진 등록한 239명에 그치지 말고 피해실태 조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 1월에 2년 동안 추진해온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 결과물을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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