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010 Flutter, Flutter, Butterfly

'나비, 날다'를 'Flutter, Flutter, Butterfly'로 번역한 안영숙(Anna Lee)

忍齋 黃薔 李相遠 2018. 7. 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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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숙은 1970년 충청남도 당진에서 2남 4녀 중에 막내딸로 태어났다. 사업하는 큰오빠와 유럽정치 전문가인 작은 오빠 그리고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인 두 언니. 아버지는 5년 전에 자식들 다 자리 잡은 걸 보고 작고하셨다. 그러나 안영숙의 어머니는 45세에 중풍에 걸려 60에 돌아가셨다. 그 때문에 안영숙은 감성적으로 까칠한 면이 있다. 고향 당진에서 당진여고를 졸업하고 서울 외국어 대학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나이 서른에 보따리를 싸 들고 무작정 미국으로 왔다.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도서관 정보학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포트노브 컴퓨터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사 자격을 취득했다. 그곳에서 만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민 온 교포와 결혼도 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15년간 대학원과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사 자격증 공부에 아이들과 남편 그리고 시집 뒷바라지를 하고선 나이 45에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사로 IT 회사에 취직했다. 나와 안영숙은 그 와중에 2014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도 부족한 딜리버러블한 글과 태도가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한번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2년 이상 거주한 외국 젊은이들에게 미군에 입대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군대에 대한 나쁜 인식들 때문에 처음에는 지원율이 현찬았다. 국방성 근무할 때 알았던 동료가 한국 젊은이들에게 소개 좀 해달라 하여 내 페이스북에 광고도 하고 내 조카 하나도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미군 입대도 하고 시민권도 받고 주립대학에도 군 학비 보조 프로그램으로 다니고 있어 미국의 중심부에 자리 잡기 딱 좋은 제도였다. 그런데 안영숙 씨가 자기 주변에 딱한 가족이 있다며 그 집 아들들을 소개하겠다고 했다. 그 집 아들은 군입대 적성검사 애즈뱁을 만점을 받아 위생병 주특기를 받았다.

그 아이 엄마는 아들 전쟁터에 보내 죽인다고 난리도 그런 난리 항의가 없었다. 아무튼 선입견과 오해 속을 극복하여 그 아이는 예비군으로 가게 되어 시민권도 받고 부모들에게 영주권 신청도 하게 되었다. 그게 고마워 안영숙 씨 부부를 실리콘밸리쪽 회사에 연결하여 주고자 박재양 선생에게 소개를 부탁하였지만 아쉽게도 이 지역 진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은미희 작가님의 '나비, 날다' 원고를 받아 나름대로 저명한 번역전문가들에게 영문판 번역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유명대학의 영문과 언어학과 교수들로 번역에는 전문가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분은 수고료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아예 시간이 없다고 발을 빼기도 하고, 그래서 번역이 내 마음에 들면 아예 학교에 본인의 실적으로 학교출판사에서 출판해서 수익금을 학교와 당신이 먹도록 하라고 파격적인 제의까지 했다. 그래서 두 쳅타를 번역하여 달라고 요청했다. 그 번역된 영문을 내가 아는 미국 작가들에게 보였다. "이게 기계적 번역문이지, 문학작품이냐? 어찌 문학적 감수성이 전혀 없냐?"는 평가를 받았다. 20명에 가까운 명문대 전문가들이.

그러다 안영숙 씨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국소설 번역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꿈이 번역작가였단다. 그래서 한두 쳅타를 번역해보라고 했다. 평가해 주었던 3명의 작가가 이구동성으로 이재야 문학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번역이라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영문학도 아닌 독어교육학을 전공했고 미국에서는 도서관정보학 석사를 하고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사 공부를 한 평범한 아줌마가 미국 독자들에게 어필될 번역을 하다니….

난 이 작품이 가지는 무거운 무게를 안영숙의 까칠한 감성이 충분하게 감싸 안았다고 생각한다. 안영숙은 이 작품을 3개월이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번역을 마무리했다. 은미희 작가가 이 작품을 쓰고는 들어 누워버렸듯 안영숙도 이 아픈 역사의 질곡을 벗어나려 허우적거렸다. 그 여파로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잘렸고 다시 직장을 구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다행하게도 직원 5만명의 세계적인 환경회사 에코랩에 품질관리 지도자로 재 취업을 하여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었다.

안영숙에게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안영숙은 미국 생활 중에 한국 작가 최초의 위안부 영문소설 번역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 금자탑에 그 정도 피해와 아픔이 없다면 그 또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나는 역사 왜곡을 미국에 심고 있는 일본의 요꼬이야기에 대항할 은미희 작가의 '나비, 날다'를 안영숙 번역작가를 통해 실현한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에 자부심을 남긴다.

은미희 작가의 만남을 하늘이 예지했듯 안영숙 번역작가와의 만남도 하늘이 예지했을 것으로 믿는다. 이 역시 하늘이 내린 천생연분이라 할 만하다.


책의 번역이 완성되어 책으로 출간되고 난 뒤 번역작가 Anna Lee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안영숙은 다음과 같은 자신의 소개를 페이스 그룹에 올린 바 있다.

1. 제 간단한 이력은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러 나이 30에 홀홀단신 미국에 왔다가 결혼하고 애둘 키우면서 대학원 마치고 나이 40에 귀한 딸을 하나 얻은 세아이의 엄마입니다. 집에서 10년동안 살림만 하다가 얼마전부터 풀타임으로 QA engineer 로 일하고 있고 일하면서 이번 번역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2. 번역을 하게 된 동기는 제가 시골에서 자랐고 딸을 가진 엄마라서 이야기속의 감성을 잘 표현할수 있을거라고 믿고 맡겨주신 분의 부탁으로 시작하게 되었구요. 어린시절 부터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번역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이 기회를 통해 그 꿈이 이루어지는 기회가 될수도 있을거라는 작은 기대도 있었고, 지금은 이 늦은 나이에 그 꿈을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더 기쁩니다.
 
3. 이 번역을 하면서 시골에서 자라면서 제가 경험한 것들이 이야기속의 주인공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감정을 표현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수십명의 군인들에게 날마다 겁탈을 당하고, 성병에 걸리고, 죽음을 당하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 딸아이를 보았습니다. 너무나 귀하게 얻은 내 딸이 만약에 그 시대에 조선에 태어났더라면 똑 같은 일을 경험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마음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여러분 자신이 그 당시 조선이라는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에 태어났다고 상상해보면 남자는 총알받이로 전쟁터에 징용되어 가고 여자는 위안부로 끌려가 이 책속의 주인공과 똑같은 일을 당했을것을 쉽게 이해하실수 있을겁니다.
 
4. 그래서 전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라고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더 감정을 담아서 번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잔인하고 아픈 이야기속에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이 나오기에 더 아프고 가슴이 터질듯했습니다. 담장밑의 빨간 봉숭아, 뒷산에 진달래, 개나리, 찔레꽃, 목련꽃, 그리고 보라색 오동나무꽃, 봄 들판을 날아다니던 하얀나비, 저녁무렵에 아궁이에 불을 지필때 나오던 회색 연기와 타닥 타닥 불똥 튀는소리, 눈오는날 아련한 아쉬움에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위에 발로 꾹꾹 눌러 국화꽃을 만들던 모습, 배 아플때 엄마가 노래를 부르며 손으로 배를 쓰다듬어 주던 기억들…
 
5. 저도 한발짝 밖에 있을땐 느끼지 못했던걸 한발짝 다가가서 보니 바로 나의 이야기, 내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도 한발짝 다가가서 우리의 할머니, 엄마, 나 자신, 내 딸아이를 바라보세요. 그럼 지금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사셨고 지금도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해하실수 있을겁니다. 살아남지 못하고 병에 걸리거나 일본군의 칼에 맞아서 허무하고 처참하게 죽어간 10대의 어린소녀들을 기억해 내실수 있을겁니다.

6. 일본 우파들은 위안부가 돈잘번 매춘부라고 거짓말을 책으로 펴내서 미국 관공서와 학교, 도서관에 뿌리고 있는데 이태껏 우리 나라에서는 한번도 이런 진실을 담은 책을 영어권에서 펴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출간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에 각계 각층에 있는 분들이 책 출판 모금에 동참해주셔서 이제 출판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에서 9월 15일경에 crowd funding을 시작해서 한달 동안 모은 금액으로 미국 학교와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여 이 역사적 진실을 알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이 작은 힘을 모아주시면 큰 물결을 이루어 불편하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될 우리의 역사를 알리고 왜곡되고 거짓된 역사를 바로 잡는데 쓰여질 것입니다.

7. 이 책이 출간되고 나면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선물로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라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고 나라가 이태껏 위로해주지 못했던 그 분들을 이렇게 우리가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릴수 있어서 감사하다구요. 세상 떠나실 그날까지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사시다가 편하게 눈감으시라구요. 그리고 그땐 모든 따가운 눈총과 아픔에서 벗어나 나비랑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시라구요.꼭 이 7번을 실천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



'Flutter, Flutter, Butterfly'로 번역한 안영숙의 사연은 뉴스코리아 댈라스 신문에 2016년 9월 16일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 내용을 이곳에 소개한다.


한인 동포들의 노력과 지원으로 출간되는 “Flutter Flutter Butterfly
<뉴코가 만난 사람>, 위안부 소설 ‘나비날다’ 영문판 번역자 안영숙 씨
DATE 16-09-16 05:18

글쓴이 : 청아


한국의 중견소설작가 은미희 선생의 일제 전쟁범죄 위안부를 다룬 미발표 장편소설 ‘나비 날다(Flutter Flutter Butterfly)’의 영문판이 한인 동포들의 노력과 지원으로 오는 10월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다.

작가와 오랜 친분이 있는 한인출신 미 연방공무원인 사무엘 리 씨가 은 작가로부터 지난 3월 판권을 건네받고, 일본의 영어권 역사왜곡이 날로 심해져 가는 상황 속에서 미주지역의 한인 2. 3세에게 위안부의 실체를 분명히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번역 출간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리 씨가 여러 통로와 검증 끝에 선택한 번역자는 안영숙 씨로 지난 99년도에 미국으로 유학와 이제는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동포다.

“저는 영문학 전공자도 그렇다고 영어에 능통한 미국 태생도 아닙니다. 그러나 소설을 읽고 정말 마음이 아팠고, 위안부의 문제는 한인만의 문제가 아닌 여성 인권 문제이고 전쟁범죄로 다뤄야 함을 깨닫게 됐어요. 또 미국에 살고 있는 많은 한인들과 미 주류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서관에도 이 책을 배치시키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6월까지 3개월간의 번역기간 중 안 씨는 주말과 새벽잠을 포기해야 했다. 처음에는 위안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읽고 생각하며 번역에 임할수록 순간 순간 화가 나고, 또 감정적 동요가 심해 힘이 들었다.

“보통 우리는 ‘귀향’이란 영화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의 상황을 알고 있지요, 하지만 영화는 겉표면만 언급했어요 소설에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실제적인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어 잔인한 부분도 많습니다. 마음도 아프고 눈물나는 순간도 정말 많았지요. 은미희 작가가 소설을 탈고하고 정말 많이 아팠다고 들었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감정부침이 심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영문번역을 계속했던 것은 미주에 사는 한인들에게 위안부에 대한 실체를 꼭 알리고 싶었고, 딸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것이 시대를 잘못 타고난 우리 가족의, 그리고 형제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저는 쉬운 영어로 느낌과 감정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순박한 15살의 어린 처녀가 처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순간 순간의 감정, 슬프고, 두려운 공포를 담으려 노력했고, 원본보다 감정표현이 잘 됐다는 평가도 받았어요 또 한국어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려 애를 썼습니다.”

결혼해 아기낳고 살기를 꿈꿨던 15살의 소박한 소녀가 나비를 쫓다 처녀공출에 걸려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이야기. 그 과정 중에 만난 3명의 친구들의 처참한 인생사와 해방후 망가진 몸으로 홀로 떠도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가 ‘나비날다’다.

처음에는 출간을 위해 미주권 출판사를 알아봤으나 여의치 않아 미주에 있는 한인들이 중심이 되어 자비출간을 결정했다. 오는 10월 Ebook 형식으로 출간되며 하드카피본 50권을 기본으로 시작한다. 출간비용은 7,000 달러이나 현재 기부로 거의 채워진 상태다.

페이스북에 Flutter Flutter Butterfly란 그룹을 만들어 세상에 상황을 보고 했을 때 네팔, 한국 등 전세계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현재 2500 여 명이 이들을 지원 중이다. 어느덧 재능기부로 책의 표지 디자인까지 해결됐다. 기부는 1 달러 이상 가능하며, 기부자는 책 뒷면에 이름이 기재되고 출간작업 전후 지출과 수익에 관해 회계회사를 통해 보고 받게 된다.

‘나비날다’는 지난 9월 13일(화)을 기점으로 힘을 모으기 위한 크라우딩 펀딩에 들어갔다. 페이스북 Flutter Flutter Butterfly공개그룹이나 웹사이트 azimong.net, 또는 ibooks.market 에서 이러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켈리 윤 기자 press2@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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