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의 열기가 식어가던 1988년 겨울, 책보따리를 짊어지고 막 시집와 반년도 되지 않은 아내를 놔두고 혼자 떠난 미국유학길 … 4, 5년전 몇일간 급한일로 잠시 들른 한국 … 그리고 지난 10월 첫째주와 둘째주에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빨간연필님에게 체팅을 통해서 주기자님께는 워싱톤디시 출장때에 직접뵙고 한국방문을 알리고 다녀왔으니 모든 분께 알리지 못한점 너무 탓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있었던 ‘아시아 시뮬레이션 2004 컨퍼런스’에 주제발표와 좌장을 맡게되어 출장겸하여 2주간의 아주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1주일간을 독감에 시달리다 이제 몸을 추스려 한자 소회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지난시절에 비하여 모두들 잘먹고 잘사는 것 같았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에 ... 핸드폰은 어린아이들 까지 장난감처럼 손에 쥐어 있더군요. 식당의 주방아줌마며 가정부, 공장의 직공, 농부, 심지어 어부들 까지 제3세계의 이민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게 경이적이었답니다.
좀 사는 분들은 한결같이 노무현정권이 빨갱이정권이며 간첩을 잡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며 탄식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방문기간중에는 코메디 프로에나 나옴직한 기름기 흐르는 노인네들이 시내에 모여 ‘국가보안법사수 궐기대회’를 하고 있었고 … 매춘방지법이 발효되어 강제로 동원된듯한 마스크를 입에 두른 집장촌 여인들의 뜻모를 집회가 있었습니다.
절묘하게도 제3자의 입장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볼 귀한 기회였습니다.
미국에 있으면서 많은 아주 많은 고급공무원,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세무사, 개인사업자, 교수등의 자제들이 중.고등학교때 부터 유학을 나와있는것을 보았습니다. 평균잡아 1명당 년간 5만불정도의 돈이 들어갑니다.
고급공무원 년봉이 얼마나 될까요? 한 6만불 … 아마 지난 정권시절에는 이리 저리 생기는 부정한 돈으로 자녀 유학비가 되었던가 봅니다. 지금은 힘들다지요. 그래서 정권 수뇌부와 코드가 맞지 않네, 랭귀지가 틀리네 하며 주머니가 따땃해질 정권을 그리고 있답니다. 사업하는 분들이 기가 차다는듯 말슴하시더군요. 담당공무원들이 추석인사하시려면 최소한 한달전에 인사오시라 했답니다. 암행감사에 걸리면 않되니까.
의사, 치과의사들 … 공무원보다는 많이 벌겠지요. 근데 이양반들도 현정권이 빨갱이들이 랍니다. 돈되는 환자들이 팍팍줄었다고 말입니다.
한강변에 길게 늘어선 호사스런 러브호텔주인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며 또 현정권이 빨갱이 정권이랍니다. 장사가 잘된다고 은행들이 너나없이 대출해주어 지은 러브호텔인데 인제 빛더미에 올라않게 되었다며 입에 거품을 물어댑니다. 시간당으로 손님을 받던 호텔인데 … 이해가 좀처럼 쉽지 않은 괴변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한가닥 하던 영감님들, 때되면 이놈 저놈 떡값쓰시라 새배돈 쓰시라 받쳤는데 … 이젠 설쇠시라며 정종, 복분자술 한병이라. 그러니 아무도 아무도 관심없는 저 거지 발싸개같은 국가보안법사수 운운하며 정신없이 바쁜젊은 사람들 피곤하게 만들며 … 빨갱이 정권이라니 …
미국에 살다보니 200년이라는 일천한 역사와 다양한 인종적 언어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으로 딴놈들이 … 유태인같은 자들이 잘살면 잘사는가 보다 … 참 열심히 살아 잘살고 좋은학교가고 훌륭하구나 하는데 …
한국을 돌아보니 반만년 유구한 역사에다가 … 단일민족에 … 같은 언어에 … 생김새도 비슷한 사람들이 … 어떤놈은 의사에 변호사에 고급공무원에 교수에 강남에서 잘먹고 잘사는 꼴을 보기가 죽기보다 힘들고
책상밑으로 오가던 그 따땃한 부패와 부정을 좀 없애보려는 정권을 침을 튀겨가며 빨갱이 정권이라 악을 쓰는 꼴을 보고 왔습니다.
머무는 동안에 민방위훈련이라고 길막고 가상북괴의 적기에 대응하는 연습을 하는 정권, 아직도 어제의 용사들에게 총을 들고 예비군 훈련을 시키는 정권, 일산만 넘어가도 길막고 신분증 보자며 간첩색출에 여념없는 정권을 보고 빨생이 정권이라고 악을 박박쓰는 부패한 고급관료들과 배불은 의사 치과의사들과 가여린 여인들의 성을 상품삼아 그네들의 등골을 파먹는 포주들과 러브호텔 사장들의 꼴들을 말입니다.
어쩌면 한국은 바로 그 유구한 동질의 역사와 문화, 인종, 언어 때문에 라도 어쩌면 … 어쩌면 말입니다. 유럽식 사회주의가 한국에 걸맞는 구조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지구상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라는 말이 있는 유일한 민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해찬이 성님이 전두환이 노태우는 받아줄수 있어도 조.동은 않된다 하셨다는데 ... 어림 반푼없는 말씀. 전두환이를 응징하지 않는 정권을 우리는 용납할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