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2_한국역사

[스크랩] 할머니, 공부가 재미 있어요?(1) - 머릿말-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5. 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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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8일 하는 부모님 희수, 칠순에 어머니 자서전을 내려고 준비중이다.

그때까지 가능할지 몰라도 노력해보겠다.

맛뵈기로 글을 좀 올려보려는데, 자유게시판이 번잡해질 것 같아서 다음부터는 익명게시판에

올리겠다.

물론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다면 전문을 올릴 수도 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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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할머니, 공부가 재미있어요?

  

                                         김  영  숙

 

         당신이 가난하다고 ······

         넋 놓고 있으면 남은 쌀 한 톨까지 다 뺏기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꼭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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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말]


       - 작은 책을 내면서 -

 

  저는 전남 장성의 농촌에서 태어나 가정 형편상 초등학교만 마치고, 결혼하여 남편과 10여년 농사를 짓다가 상경하여 부천에서 20여년 속옷 장사를 하면서 살아온 평범한 사람입니다.

   나이 쉰 일곱에 자녀들이 결혼하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장사를 그만 두고 쉬게 되자, 어려서 포기했던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서 고려학원 초등부에 등록하였습니다. 어린 학생처럼 책가방을 등에 지고 전철타고 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중학교 검정고시부터 대입 검정고시까지 차례로 통과하고, 환갑에 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금년 2월 일흔 살에 졸업하였습니다.   

   졸업할 때가 되니, 학교 조교나 동급생, 자녀들까지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남들과 똑같이 굶지 않으려고, 자녀들 공부시키려고 아등바등 했고, ‘못 배운 한’을 늘그막에 풀었던 뿐입니다. 잘난 것도 없고 너무 힘들었던 옛날을 생각해보기도 싫어서 글쓰기를 거절하였습니다.

   자녀들이 얼마 후에 ‘아버지 희수와 어머니 고희 잔치를 한다’고 해서, 늙었다고 유세하는 것도 싫어서 금혼식 때나 보자며 거절했습니다. 자녀들은 “우리가 신세진  사람들에게 식사 한 끼 대접하는 것”이라며 잔치를 예약하여 버렸습니다. 엎질러진 물이다 싶어서 이왕 벌어진 잔치상에 인생을 고백하는 글이나 올려보기로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중학교 진학이 좌절된 일, 밥굶기를 밥먹듯 했던 신혼시절, 다 죽은 남편을 살려놓고 어렵게 마련한 논을 나라에 뺏기고 고향을 떠난 일, 이리저리 쫒겨가며 행상하던 일, 이러저러한 어려운 시절이 생각나서 많이 울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하면 주위 사람들 마음도 아플 것 같아서 줄거리만 적당히 썼더니, 큰 아들이 보고나서 “좋은 일이건 섭섭한 일이건 다 속마음까지 쓰세요. 인생을  정리해보는 뜻도 있고, 솔직히 써야 다른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던 속마음까지 쓰다보니 주위 사람들을 다 몹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착한 남편을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고, 먹고 살기 바빴던 사람들을 냉정하게 보이게 하고, 신혼시절 이야기를 하려면 돌아가신 시아버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찢어지게 가난했던 분을 욕보이고, 저도 그런 사람들을 원망이나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에는 원망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잊었고, 이승에서건 저승에서건 잘 있기만을 바랍니다. 이 작은 글 때문에 마음이 언짢은 분이 있더라도, 노망든 할머니 혼자 생각이니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족함이 없는 집안에서 친정 아버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친정 아버님이 돌아가시고부터 딴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진학을 못해서 그 한 때문에 반 미쳐서 5년이란 세월을 그냥 보내고, 시집와서도 남편이 10년 넘은 지병을 고칠 생각도 않고, 저는 매일 굶으면서도 어떻게든지 살아보겠다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철없는 새댁에게 세상은 냉정했습니다. 도와주는 사람은 하나 없고, 없는 것마저 다 뺏어가는 원망스런 사람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남편은 병들어 죽고 나는 굶어주겠다’ 하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남편의 병을 고치고 먹고 살겠다고 죽을 힘을 다 하니, 이번에는 저를 도와주려는 사람이 줄을 섰습니다. 

   처지를 원망만하고 있을 때나 살려고 노력할 때나 곁에 있는 사람은 다 같은 사람입니다. 똑같은 사람이 아무 노력도 않고 포기하고 있을 때는 뒤주에 남은 쌀 한 톨마저 딱딱 긁어서 뺏어가고, 먹고 살려고 노력하니 쌀가마를 보태 주었습니다. 저도 주위 사람들이 먹고 살려고 하면 도와주려고 애썼지만, 노력도 않고 남의 것이나 탐하는 사람들은 상대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러니, 저나 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나 다 같은 사람들입니다.  

   노력만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미련한 노력은 안하느니만 못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는 잠깐이라도 멈춰 곰곰이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 말을 듣거나 하다 못해 잘하는 사람 유심히 쳐다보기라도 해야 합니다.

 

    나이 70이나 살면서 터득한 인생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이렇습니다.

   “신세 한탄만 하고 있으면 그나마 있는 것마저 다 뺏깁니다. 내 처지가 어떠한지, 그 해결 방법이 뭔지 궁리하고 실천하면 꼭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 잘난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평범한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보통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이 갈 수 있고, 힘든 세상에서 살아갈 지혜와 용기를 줄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출처 : 복사26회
글쓴이 : 김동섭 원글보기
메모 : 제 초등학교 동창 김동섭 변호사의 어머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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