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1. Dr. Sam Lee/13_미국이야기

한국 조기유학생, '친디아'에 밀려 찬밥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5. 2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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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기유학생, '친디아'에 밀려 찬밥

미국 뉴욕의 대표적 한인타운 플러싱(Flushing)의 입시학원 ‘CCB 스쿨’. 한국인이 10년째 운영하는 이 학원의 ‘자랑’은 이제 한국 학생이 아니라 중국 학생이다. 중국 학생 찰스 린(Lin)군은 이 학원 출신으로 유일하게 2005년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1998년 개원 때만 해도 한국학생이 80%쯤이었던 이 학원엔 현재 중국학생이 70%를 차지한다. 최종승(51) 원장은 “2003년쯤부터 중국 학생들의 과외열기가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계 조기 유학생들이 ‘친디아(China+India)’ 학생들에게 치이고 있다. 뉴욕, 워싱턴 DC 등 미국 주요 도시에 중국·인도 학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 학생들의 입시 및 취업 경쟁 상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학생들과의 경쟁도 버거웠던 한국 학생들이 친디아 학생들에게까지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는 셈이다.

◆뉴욕 영재고 35%가 중국학생

지난달 27일 뉴욕 맨해튼의 영재학교 스터이비슨트(Stuyvesant) 고교. 입학경쟁률이 평균 6대1인 뉴욕 최고의 공립고교다. 이 학교의 중국학생 비율은 35.1%(1058명)이다. 한국인은 6.8%(206명). 인도를 비롯한 다른 동양학생이 6% 가량이고 절반이 백인이다.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 최대 관심사는 AP(Advanced Placement·대학과정을 미리 이수하는 것)를 몇 과목이나 이수하느냐다. 아이비 리그에 가려면 내신 우등과 SAT(학습능력 적성시험) 고득점은 물론이고 AP 이수 숫자가 관건이기 때문. 한국학생들은 대개 4~7과목쯤을 듣는다. 이 학교에 올해 ‘AP 괴물’이 등장했다. 무려 12개 AP 과목에서 A학점을 받은 중국학생 데이먼 챈(18)이다. 그가 AP를 12개나 수강할 때는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전과목 A를 받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학교 이지선(여·39) 교사는 “중국학생들은 부모한테 맞아 가며 공부한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져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초·중학교도 비슷하다. 플러싱 144가의 대니얼 카터 비어드 중학교 7학년 영재반(honored class) 정원은 2개 반 62명. 그중 중국학생은 21명, 인도 15명, 한국은 8명이다. 이 학교 과학교사 아론 프랭크씨는 “20년 전만 해도 ‘한국학생은 모두 영재’라고 했는데 요즘은 들쭉날쭉한 것 같다”며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엔 우수한 중국·인도학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인도의 급부상은 두 나라 학부모들이 뒤늦게 사교육에 눈 떴기 때문이란 게 현지 학교와 학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플러싱의 경우 5년 전만 해도 중국 입시학원은 1개에 불과했으나, 현재 200개에 달한다. CCB스쿨 최종승 원장은 “한국학생들의 성적 비결이 사교육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국학생들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전선에도 ‘친디아’ 장벽

워싱턴DC에서 유학중인 채모(27·조지워싱턴대 토목공학 4년)씨는 한국과 미국 사이를 떠도는 ‘인공위성’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서 취업이 어렵고, 뒤늦게 한국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3 때인 1995년 유학온 채씨는 작년 말부터 미국 회사 10곳쯤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10곳 중 절반은 지원자격을 ‘시민권자’로 제한해 채씨의 취업은 아예 불가능했다. 최근 미(美) 이민국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 수도 뚝 떨어져 한국 학생들은 취업비자 신청 때부터 중국·인도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다. 미 당국의 취업비자 발급대상은 2003년 19만5000명에서 지난해 6만50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한국인이 취업 비자를 발급 받는 비중이 3% 선에 그치는 반면 인도인은 2002년 33%에서 2005년 44%로 뛰어올랐다. 중국은 9% 가량을 차지한다. 한국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가도 다음 관문(취업)을 통과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뉴욕=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워싱턴=장일현 기자 ihj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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