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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낙동강 하구인 부산 을숙도를 출발해 1주일간의 여정 끝에 어젯밤 현풍에 닿았다. 오늘 걸을 길은 현풍에서 화원에 이르는 약 30㎞ 구간.
이날 코스는 낙동강 하구 쪽만은 못하지만 오염이 심각한 구간 중 하나다. 상류에 위치한 공단 등에서 흘러온 오폐수가 제대로 여과되지 않은 채 강으로 흘러드는 데다 토사 퇴적이 늘고 수량도 크게 줄어 오염물질이 흘러나갈 길이 막혀버린 곳이다. 이들은 강을 따라 난 포장 도로를 걷지 않는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강은 그야말로 조망 대상일 뿐. 물가 바로 옆에서 모래언덕을 넘고 갈대숲을 헤치고 행군을 한다. 멀리서 바라본 강과 바로 옆에서 살펴본 강은 역시나 하늘과 땅 차이. 비전문가가 한눈에 보기에도 강물은 탁해 보인다. 강가 벌밭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에는 붉은 기름띠가 둥둥 떠다닌다.
물이 말라버린 강가는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토사에 오염물질이 두껍게 쌓여 굳어 있다. 앙상한 갈대나 나뭇가지에는 '꽃'이 한가득 피어 있다. 향기로운 꽃이 아니라 비닐과 쓰레기가 가득 널린 게 멀리서 보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탐사대에 참가한 최종률 기륭전자 부회장은 이번 탐험을 위해 특별 제작한 GPS에 오염이 심각한 구간을 마을 단위까지 상세히 입력하고 있다. 오염구간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향후 있을지 모를 복원작업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상류 쪽 공단에서 흘러온 오폐수로 심하게 오염된 낙동강 하구 모습. |
박종영 탐험협회장은 "물의 양이 크게 줄어들어 오염물질도 흘러나가지 않아 하천기능이 거의 상실된 상태"라고 전했다.
나도채 탐사대장은 "강 주변에는 수생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강바닥 퇴적물이 쌓여 수량은 줄어도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리면 홍수가 나 양 둑만 높이고 있는 등 치수체계가 후진국형"이라고 설명했다.
강가에서 만난 지역주민 임선창 씨(58ㆍ농업)는 "젊었을 적보다 물이 더러워진 건 말할 것도 없고, 수심이 1m 이상 줄고 강폭도 절반 넘게 좁아졌다"고 말했다.
탐사대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준설을 통해 강바닥에 쌓인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수량을 늘리는 것 외에 오염된 강을 되돌릴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없다"는 것. 말인즉 경부 대운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열렬한 '대운하교(敎) 신도'인 것만도 아니다. 탐사대원들 역시 경부 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물류비 절감 등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신 대운하는 환경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추진이든 중단이든 올바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종영 회장은 "경부 대운하 사업보다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생태계 복원과 오염물질 제거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탐사대는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면 최대 난공사가 예상되는 경북 문경을 지나 경기 여주와 양평 등을 거쳐 오는 25일께 서울에 도착할 계획이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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