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웠던 소풍
학창시절 소풍은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엄니가 없던 소년은 그날이 부담스럽고 외롭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소풍을 가서는 김밥과 기타 간식거리를 가져가서 반급우들과 점심을 먹게 되는데 평상시 도시락으로 맨밥에 김치나 단무지만 가지고 갔던 소년은 소풍때도 그렇게 가져가는 것이 부끄러워 그냥 맨몸으로 가서 김밥을 몇 명의 급우들에게 얻어먹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 한번은 소풍을 가서 만취되어 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소년은 맨몸으로 가서 점심때 급우들에게 김밥을 얻어먹으려 했는데, 그날은 소년처럼 몸만 온 친구들이 3명 더 있어서 그들중 한친구가 얻어먹지 말고 그냥 우리끼리 돈 걷어 간식거리를 사다 먹자고 하여 4명이 간식거리를 들고 숲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간식거리에 맥주 몇병이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몇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거라는 생각에 마시던 중, 그곳에 놀러온 아저씨들이 옆자리에서 막걸리를 드시며 ‘총각들도 와서 한잔 하라’ 고 권하여 맥주를 마셔 다소 알딸딸한 상태에서 냉큼 막걸리를 받아 마셔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더욱 몽롱해지며 몸이 나른해졌는데, 한 친구가 가게에서 소주를 또 사와서 취한 상태에서 독한 줄도 모르고 몇잔을 마시다 3명 모두 쓰러져 잠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집합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나타나지 않자 선생님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그들을 찾도록 지시하였던 것이다. 전교생들이 숲속을 찾던 중에 술을 마시지 않아서 깨어있었던 한친구를 만나서 만취된 3명을 업고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모습을 본 담임선생님이 어이가 없어 하시며 귓뺨을 몇 대 치셨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아하며 헤벨레 웃는 제자들을 보고는 냇가에서 씻게 하고 힘센 친구 몇 명에게 업어서 귀가시키도록 지시하여 집에 오게 되었다.
소년은 그때 왜 그리 취하도록 마셨는지 몰랐다. 단지 낮술 먹으면 무지하게 취한다는 것 밖에는 알지 못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홀로 외로왔던 소풍날 똑같이 도시락을 못싸온 동지들을 만나 서로 반가운 마음에 그리도 취해 버렸다는 것을. 그래선지 소년은 아직도 그때 같이 취해버렸던 그친구들의 마음에 취해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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