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에서의 사연
얼마전 비무장지대내 소초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었다. 소년은 그때 그일이 왜 일어났는지 언론 보도를 통하지 않고서도 전부 알수가 있었다. 자신도 전에 그곳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총격사건이 일어나기 이전에 그일대에서 소초 몇 개를 관리하는
중대장으로 근무했었다. 소년이 그부대에 갔을 때 소년의 부대는 한창 소초 막사 신축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소년은 부임하자마자 중대원들을 데리고 비무장지대 안에서 신축공사 현장을 지휘하는 현장 소장 역할을 수행했다.
건물을 짓기 위해 바닥 기초 작업후 기둥 과 벽체에 대한 형틀조립 및 콘크리트 타설 등, 일반공사 현장에서와 같이 공사를 진행하였다.
일반공사와 달랐던 것은 전방지역의 보안상황 때문에 인부는 몇명의 기술자만투입되어 그 외 모든 작업은 병사들이 해야 했고, 그지역의 지형이 험하여 레미콘차가 들어오지 못해 콘크리트 제조 및 타설등을 직접 병사들이 삽으로 일일이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북한초소가 바로 보이는 최전방에서 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사통제 외에도 북의 도발이나 공사병력중 월북자 발생에 대하여 만반의 대비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적 도발에 대비해서는 대피지점을 정해 놓고 소대별 무선 연락망을 유지하였으며, 월북자 발생에 대비해서는 공사임무를 소대 및 분대 건제 단위로 부여하여 공사중에 시간대별로 인원을 파악하였던 것이다.
6개월의 기간이 흐른후 공사는 성공적으로 완료되었고 소년에게 최전방에서 150여명을 지휘하며 공사한 것은 실전과 같은 긴장감을 느껴본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것이다.
그때 소년은 지휘관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서 현장에 위치하여 하루하루 수행해야할 임무를 건제를 유지하여 정확하게 부여하고, 주기적으로 현장을 다니며 문제점을 발견하여 조치해주어야 그날의 임무가 계획대로 끝날 수 있다는 것 등, 위험한 공사현장에서의 지휘방법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이다.
공사가 끝나고 소년의 중대는 비무장지대내의 3개 소초에 대한 경계임무를 맡게 되었다. 소초는 소대별로 전담하여 몇 달 간격으로 교대를 하는데 소년은 중대장으로서 각소초를 지휘통제하며 주둔지에 있는 소대에 대해 소초투입전 교육을 시키는 것이 주임무 였다.
소초에서는 소대장 및 부소대장과 병으로 편성되어 한번 투입되면 비무장지대내 소초 철책안에서 몇 달동안 그들끼리 지내야 했다.
그리고 그안에 있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전날 비무장지대 출입 신청을 하여 상급부대 승인이 떨어져야 가능했고, 출입시간도 제한되어 각소초별로 한시간 정도만 머물수 있었으며, 출입횟수도 한주에 두세번 정도였다. 그러한 출입이 가능한 시간도 낮에 잠시 였고 소초에 있는 인원들에게 사전에 통보되었기 때문에 정작 그들만의 생활실상은 아무도 볼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대장이 소초에 대해서는 매일 전화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것과 주에 두세번 현장에 가서 잠시 지도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주둔지에 있는 소대들에 대해 휴가, 정비, 투입전 교육을 내실있게 하여 소초임무를 수행할수 있도록 개인별 임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병사들에 대한 신상파악을 통해 투입불가한 인원을 판단하여 임무를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최전방에서 각소대가 그들끼리 임무를 잘수행할수 있을까?’, ‘경험이 없는 소대장들이 과연 소대원을 잘 지휘할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어 몇가지 대책을 강구했던 것이다.
먼저 소대별 교대순서는 소대장의 경험을 고려하여 1년차 선후임간으로 하도록 편성하되 가급적 임관출신 선후배가 되지 않도록 편성하였다. 1년차 소대장끼리 인수인계를 하면 서로 미숙하기 때문에 누락사항이 있을수 있는 점이 있고, 출신 선후배간에는 선배의 인계사항이 소홀해도 후배가 제대로 요구하거나 보고할수 없는 경향이 있는 점을 우려해서 였다.
부소대장 편성은 소대장의 성격을 고려하여 서로 잘 맞을수 있는 인원으로 보직하여 한마음으로 소대를 지휘할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소초에서 그들끼리 생활해야 하는 환경속에서 분대장과 병장의 중요성을 고려해 분대장은 병장중에서 리더쉽이 있는 인원으로 선발하여 분대장의 권위를 인정해 주었으며, 병장들은 개별적으로 신상파악을 통해 친밀감을 갖고 대해주어 고참병으로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근무토록 하였다.
일단 소초에 투입된 소대를 지적을 하거나 야단을 치면 그들끼리 지내는 시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자상한 모습으로 대하려 했으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교대후 주둔지에 있을 때 집중교육을 하였다.
소대원들에게는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자신들의 역할이 병으로서 의무복무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치있는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여 자긍심을 갖고 근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맘대로 갈수 없는 그곳에서 그들끼리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중대장과 소대장·부소대장간의 믿음이라고 생각하였다.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격리된 곳에서 병사들을 직접 보고 지휘하는 간부들이 거짓으로 말한다면 중대장은 아무것도 알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간부들이 주둔지에 있는 동안 중대장과 가장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 소초에 투입되어서도 솔직하게 보고하고 근무간 애로사항을 부담없이 말할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2년간을 소년은 최전방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지냈다. 그들은 최전방에서 근무한다는 자긍심과 서로를 믿는 전우애로 한마음이 되어 그기간동안 단 한건의 사소한 사고도 없이 모두 군생활을 잘 마치고 사회로 돌아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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