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신혼생활
소년과 소녀는 결혼후 강원도의 어느 조그만 산골 마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게 되었다. 먼저 그지역 부대로 가서 전입신고후 근무하고 있었던 소년은 전세방을 얻을 돈이 없어서 부대앞의 마을에서 월세 단칸방을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보증금도 없이 월세 2만원짜리 방이 있었던 것이었다. 방 한칸에 부엌도 있어 둘이서 살만하다고 생각한 소년은 색시에게 전화하여 방을 구했으니 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색시가 와서 보고는 소년의 생각과 달리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살수 있느냐’ 고 하는 것이었다.
그방은 장작불로 난방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다 부엌은 한개의 수도꼭지에 50C㎡ 밖에 안되는 배수대만 있었고,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개울 너머에 있는 독립가옥의 방이어서 울타리도 없이 방문만 있었고 화장실은 외딴 곳에 재래식으로 되어 있어서 밤에 도시여자가 지내기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결혼전에 6남매의 맏딸로 자라나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2층집에서 에어컨이 설치된 독방을 사용했었던 그녀로서는 도저히 사람이 살수 없는 곳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마을내 다른 집을 다 알아보았는데 그래도 소년이 알아본 그방만이 조그만 장롱이라도 들어갈 공간이 되어서 그녀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부엌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산골로 이사를 와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사를 하는데 소년은 부자들이 쓰는 것으로 생각했던 물품들을 보게 되었다. 어릴적 밥을 지을 때 연탄불이나 석유풍로를 사용하는 것만 보았던 소년은 부엌에 들여놓은 가스렌지를 보고 놀랐는데, 방에 장롱과 냉장고․TV외에도 색시가 쓸 화장대 까지 비치하는 것을 보고 색시집이 부자인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생활수준이 조금 나아지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년은 자신의 누이가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던 살림살이들을 보고는 누이가 어려운 가정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자랐는지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년은 신혼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어린시절이 얼마나 어려웠었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산골에서 소년과 소녀는 동화속과 같은 신혼생활을 하게 되었다.
부엌에서 빨래할 수가 없었던 소녀는 집앞 냇가에 나와 동네 아낙들처럼 빨래를 하다 퇴근하는 소년을 보고 반가워했고, 밥을 같이 먹으면서는
방바닥이 흙바닥으로 되어 있어 방안으로 스며든 장작불 연기로 인해 서로의 얼굴이 시커멓게 된 것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였으며, 밤에 소녀가 화장실 가는 것을 무서워하여 소년이 손전등을 들고 따라가서 보초를 서주기도 하였던 것이다. 어느날 하루는 소년이 부대에서 당직근무를 서고 다음날 퇴근하니 방안에 요강과 과도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녀는 밤에 혼자서 화장실을 갈수가 없어 요강을 사왔고, 대문도 없이 방문만 있는 방에서 혼자 있는 자신에게 괴한이 덥치려 한다면 은장도로 자결할 생각으로 과도를 준비해 두었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비포장도로에 지나가는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 밖에 없는데다 막차도 저녁 8시면 끊어졌고, 앞뒤로는 산으로 둘러쌓인 곳에 냇물이 흐르는 산골이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으리라 생각한 소년과 소녀는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중 어느날, 반갑게도 소년의 친구 두명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들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중이었는데 소년의 신혼생활이 궁금하여 왔던 것이다. 그때는 서울서 자란 소녀도 어느덧 시골아낙의 마음이 되어 찾아온 소년의 친구들을 자기 친구처럼 반가워 하였다. 그들이 찾아와 네사람은 같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밤 늦도록 정겹게 보냈다.
그러면서 서로가 순진했던 그들은 재밌는 추억을 남기게 된다.
그들이 찾아온 다음날 아침, 소녀가 식사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나가자 한 친구가 소년이 자고 있는 이불을 뺏어서는 자기들이 덮으며 소년에게 자기들이 덮었던 이불속에 한번 있어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 소년은 이불속에 너무도 한기가 있어 깜짝 놀랐다. 전에 장작불 연기 때문에 불을 때지 않고 이불속에 전기장판을 구입하여 사용했던 터라 방바닥은 냉골이었던 것이었다. 전날밤 자신들은 전기장판이 있어 추운줄 모르고 잤지만 전기장판 없이 이불만 덮고 잔 친구들은 밤새 추위에 떨었던 것이다. 소년이 그사실을 알고서 미안해 하니 친구들은 웃으며 괜찮다고 하였고 다음날에는 친구들에게 몇곂의 요를 깔아주었던 것이다.
이튿날 소년이 출근을 할때 친구들은 소녀와 셋이서 고스톱을 치며 놀고 있겠다고 하여 그날은 색시가 외롭지 않겠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소년은 출근을 하였다. 그런데 퇴근해서 보니 친구들과 고스톱을 쳤던 소녀는 현금 2천원을 잃고는 외상으로 집안 살림을 담보로 잡히고 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이 갔을때는 이미 전기면도기 2천원, 헤어 드라이기 3천원 등으로 빚을 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년이 가세 했는데 오히려 밥솥 등 빚담보만 늘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친구들이 웃으면서 패를 보여주면서 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소년과 소녀는 친구들에게 이길수가 없었다. 당시 친구들은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고스톱을 조금 알았었는데 소년과 소녀는 겨우 룰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밤 자기전에 친구들은 웃으면서 앞으로 돈벌어서 훗날 갚으라고 말하며 기한을 무기한 연장해준다고 하였던 것이다.
그후 20여년이 지난 뒤 소녀는 산골 신혼생활 하던 그때가 제일 좋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시골생활이 많이 걱정되었는데 외딴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았던 그때가 가장 순수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에게 산골 시절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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