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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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억속을 거닐며 (20) : 애물 단지

忍齋 黃薔 李相遠 2008. 11. 2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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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아옹다옹 살아가던 소년과 소녀에게 또 한명의 식구가 생기게 되었다.

결혼후 2년뒤에 아이를 가지려던 소녀는 자신의 계획과 달리 1년이 지나자 자기 몸에 애물단지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특전부대 중대장으로 근무하던 소년은 소녀의 산달을 두달 앞두고 한달여간의 훈련을 나가게 되었다. 훈련이 끝날 즈음 소년은 갑자기 소녀의 안부가 궁금하여 전화로 걸려고 동료 한명과 같이 산속 숙영지에서 산길로 한시간이나 되는 시골 점방으로 향하였다. 소년이 소녀가 가있었던 처가로 전화를 하니 어린 동생이 ‘누나가 아기를 낳으러 아침에 병원에 가서 아들을 낳았다’ 고 하는 것이었다. 그소식을 듣고 소년은 기쁘기도 하면서 한달이나 빨리 아기를 낳아서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때 같이 간 동료가 병원에 있는 산모와 전화통화가 가능할지도 모르니 알아보라는 말을 듣고 소년은 동생에게 산모가 있는 곳 전화번호를 물어서 통화를 하였다.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은 그녀는 마침 그때 의식이 있어 소년과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소년은 홀로 아기를 낳은 소녀에게 달리 해줄말이 없어 ‘아들 낳아서 혼자 있지만 괜찮지?’ 하고 물었더니 그녀가 괜찮다고 하여 소년은 안심을 하였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아버지가 되었다는 기쁜마음에 점방에서 먹을 것을 한아름 사서 다시 산길을 달려가 중대원들에게 소식을 전해주고 조촐하게 산속에서 잔치를 벌였다.

 

며칠 뒤 소년은 처음하는 천리행군을 하면서 무척 힘들었지만 행군간 매일 휴식시간 마다 엽서에 마음을 담은 글을 적어 아기를 낳아준 고마운 아내에게 보내며 기쁜 마음으로 걸어왔던 것이다.

 

부대에 도착해서 병원에 가보니 아기는 병원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있었다. 소년은 간호사가 안고 온 아기를 유리창 너머로 보면서 문득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 제목이 떠올랐다. 약간 거무스름 하고 팔뚝 만큼 작았던 그아기는 눈을 감은채 작은 이불에 덮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자신과 똑 같이 이마 앞쪽에 가마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 소년은 그아기가 운명적으로 자신을 닮은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기의 이름을 자신처럼 외자로 지은 소년은 점차 자라면서 아이가 자신의 외형을 닮은 것 외에 행동까지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고는 대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소년이 어렸을 때 처럼 멀리 나가 놀다가도 집은 잊어버리지 않고 찾아왔고, 자신이 이해되지 않으면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주장을 얘기했으며,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면 흥분하며 반발하곤 했던 것이다.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자라면서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면서 살아온 아이엄마는 자기가 낳은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지 못할때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그런 아이의 행동을 보며 그녀는 ‘씨도둑은 절대 할수 없다’ 는 옛말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린시절 똑똑했던 그아이는 엄마가 시키는대로 잘 따라서 중딩시절까지는 학업성적이 우수하여 그녀의 마음을 충족시켜주었는데 고딩시절 사춘기가 되어서는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면서부터 방황을 하게 되었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가슴저린 아픔을 겪게 되었고, 그로 인해 소년의 가정은 희망보다 절망의 기운이 가득하게 되었다. 그러다 소년과 소녀는 자신들이 그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해 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가 부모의 기대에 부족한 것만 생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로서 아이에게 형제를 갖을 기회를 주지 못했던 것과 외아들인 아이에게 서로가 너무 많은 것을 강요했던 것 등을 반성하게 되었고, 그래도 아이로 인해 자신들이 기뻐했던 것들을 기억하게 되면서 고마운 마음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제사 ‘자식을 낳아서 키워 봐야 진정 어른이 된다’ 는 말을 이해하게 된 모양이다.

 

그래서 소년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아들아, 너는 아버지 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고 있고, 엄마보다 더 아버지를 이해하고 있다’ 고. 그리고 ‘너는 엄마와 아버지를 이어주는 유일한 핏줄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고.

 

출처 : 장훈고일사회
글쓴이 : 신 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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