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회 관전평
얼마전에 끝난 WBC 대회는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아쉬움을 주었던 것 같다.
이번대회에서 한국팀은 야구 선진국에서 활동중인 선수들이 거의 빠진 상태에서 국내선수 위주로 구성되었고 감독직도 서로 사양하는 상황에서 김인식 감독이 떠밀리듯이 맡게 되어 역대 대표팀중 최약체로 평가되었는데 기대이상의 좋은 성적을 올리자 많은 국민들이 열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가 미국이 아닌 일본이었고, 한국사람들의 가슴에 일본이라는 나라에게는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자 준우승을 하고도 아쉬워하는 생각들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인생사도 그렇지만 특히 운동경기에서는 절대로 우연이라는 것이 있을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그런 관점에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대회에서 한국의 수준은 정확히 준우승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들은 프로리그로 몰리게 되어 있는데 현재 국가별 프로리그 수준이 미국에 이어 일본, 그다음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WBC 대회를 국가대항전으로 보지 않고 자국내에서 각국 프로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고, 선수들도 메이저리그 시작전 시범경기 정도로만 의식하고 있었기에 애초부터 미국팀은 우승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팀과 비슷한 경우는 한국과 준결승에서 겨뤘던 베네주엘라팀이라 하겠다. 그들 역시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번대회에 임하는 자세는 미국선수들과 같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야규 최강이었던 쿠바가 지난 올림픽과 이번 WBC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에게 연거푸 무너진 것은 이제 프로야구 무대에서 쿠바야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어찌보면 프로리그 시범경기 정도의 인식을 갖고 참가한 미국팀을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한국팀이 연장전 10회에 한 마무리투수의 실투로 결승타를 맞아 우승을 놓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아쉬워하는 여운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대회에서 한국팀은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팀은 선수들의 실력과 집중력으로 거의 에러 없는 경기를 하며 찬스때마다 결정타를 쳐서 결승전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한국팀은 이번대회에서 현재의 전력으로 올릴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거둘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승전에서는 한국팀이 도저히 이길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팀은 일본팀에 비해서 선수층이 부족했기 때문에 정작 결승전에서는 최고의 전력을 집중할수 있었던 일본팀에 비해 몇몇 선수에 의존하며 가까스로 경기를 따라가는 양상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결승전에서 한국팀은 2번씩이나 일본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었던 선수를 또다시 선발등판할수 밖에 없었기에 일본은 그선수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여 그를 괴롭히다가 조기 강판시킬수 있었지만, 한국팀은 그전에 한번 겨뤄봤던 일본팀 선발투수의 공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것이다.
그날 한국팀에서 등판한 투수들은 모두 안타를 맞으며 일본팀에게 찬스를 허용하였는데 오히려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긴장한 일본팀이 한국팀보다 3배나 많은 안타를 쳐서 만들었던 수많은 찬스들을 놓치며 점수차를 벌려놓지 못해 9회에 한국팀에게 찬스를 허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팀은 8회와 9회에 각각 안타 1개로 1점씩을 뽑아내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연장전까지 끌고 갈수 있었지만 10회부터는 도저히 한국팀이 이길수 없는 경기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팀에는 또다른 구원투수가 있었지만 한국팀에는 9회에 나온 마무리투수로 계속 갈수 밖에 없었고, 8회와 9회의 공격찬스를 살리기 위해 대타자 및 대주자를 기용한 탓에 주전포수와 결정타를 칠만한 선수들이 거의 교체되어 공수 양면에서 더욱 열세한 상황이 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은 야구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수 있는 상황인데도 한국사람들이 일본에게 지는 것을 무조건 기분나쁘게 생각하는 정서로 인해 결과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래선지 어려운 여건에서 선수단을 잘 이끌어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던 60대 노감독 조차 '연장 10회말 위기상황에서 일본의 최고타자를 가급적 거르라고 사인을 보냈는데 투수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경기후 아쉬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니 귀국시 기자회견에서는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져서 죄송하다'는 표현까지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자 적지 않은 한국사람들은 그렇다면 한국팀 마무리투수로 나온 그선수는 과연 감독의 사인을 보지 못했던 것이냐, 아니면 무시하고 정면승부를 한 것이냐며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식의 말들이 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감독의 지시대로 그투수가 일본 최고타자를 거르고 만루상황에서 다음타자와 승부해서 그위기를 막을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이후의 경기상황은 이미 모든 전력을 소진한 한국팀에게 더욱더 불리하게 전개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최고타자를 거르고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다른 선수에게 안타를 맞고 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당당하게 일본 최고타자인 그와 정면승부를 했던 한국팀 마무리투수의 자세가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비록 안타를 맞아 패했지만 그상황에서 만약 그를 제압했더라면 한국팀의 기세가 살아나 기적도 연출될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현재 한국팀이 거둘수 있는 최고의 실력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당당하게 일본의 최고타자와 맞장을 떴던 그 마무리투수가 비록 패전의 멍에는 썼지만 한국야구의 미래를 발전시킬수 있는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한 국가나 조직이 발전하려면 영웅이 많이 나와야 하는 데 영웅이 되려는 사람들은 잘못하면 역적이 될수 있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WBC 대회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각 분야에서도 역적이 될수 있는 위험을 알면서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 영웅 후보자들이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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