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항생제 필요없어요"
동네 의원들의 항생제 투여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본지 기사에 대해 의사 한 분이 의견을 보내왔다. "항생제 투여를 안 하면 치료받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환자들 인식도 문제"라는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항생제 남용의 원인을 놓고 정반대의 시각이 격돌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의사들이 바이러스 감염인 감기에 바이러스와는 무관한 항생제를 과다 처방한다고 지적하는 반면, 의사들은 환자가 항생제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처방한다고 반박한다. 누구 말이 옳을까?
그 해답이 될 만한 국제 심포지엄이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전 세계 감염내과 의사·보건행정가 등 항생제 관련 전문가 2000여명이 참석한 심포지엄은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균(耐性菌·항생제에 죽지 않는 세균) 대책을 논의했는데, 첫 번째로 꼽힌 것이 바로 교육이었다. 교육 대상은 의사와 환자, 둘 다 포함됐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아기 얼굴을 그려놓고 "저, 항생제 필요 없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제작해 일반인들에게 배포한다. 의사가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려거든 "노(No)"라고 말하라고 권한다. 그런 한편으론 의사들에게는 항생제 적정 처방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제대로 처방이 됐는지를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항생제는 남용의 개연성이 높은 약물이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양쪽 모두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다.
20세기 중반 페니실린이라는 최초의 항생제가 등장했을 때 인류는 이제 세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항생제 맛을 듬뿍 본 세균은 영리하게도 내성균을 만들어 다시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감염질환 전문의들은 내성균이 지금처럼 퍼져 나간다면 인류는 다시 '페니실린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지금 실정에서 대답은 뻔하다. 의사도, 환자도 항생제 남용에 '노(No)!'하는 수밖에 없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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