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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umanities/22_한국역사

SAT 준비서 인턴·봉사활동까지 '맞춤형 사교육' 없이 혼자 힘으로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4. 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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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준비서 인턴·봉사활동까지 '맞춤형 사교육' 없이 혼자 힘으로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

 

입력 : 2009.04.02 23:36 / 수정 : 2009.04.03 09:54

미(美) 명문大 4곳 동시 합격한 김예슬양

"부모님 몰래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국제반으로 옮긴 것이 제가 한 결정 중에 제일 잘한 일 같아요.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해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게 꿈이거든요. 어렵다고 시도조차 안 하는 건 실패보다 더 나쁘다고 믿어요."

전화기 저편에선 가늘고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일 오후, 고향 울산에서 전화를 받는 이 수줍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미국 최상위권 대학 4곳에 동시 합격한 '의지의 여학생'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올해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예슬(19)양은 최근 UC버클리·UCLA· 노스웨스턴·듀크 등 손꼽히는 명문 대학들로부터 일제히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외국에 가서 영어를 배운 적도 없고, SAT(미국 수능시험)를 준비하느라 학원에 다닌 적도 없다.

다른 친구들처럼 미국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되는 경력을 쌓으려고 방학을 외국에서 보낼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20년 넘게 울산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일해 온 아버지와 학습지 업체 판매사원으로 일하는 어머니가 자신을 민사고에 보내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예슬이는 말했다.

민사고 국제진학 상담 손은주 교사는 "대부분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반 수업을 따라가느라 예슬이는 걸어 다니면서도 영어 단어를 외웠다"고 말했다. 손 교사는 "국제반은 대부분 외국서 살다 온 학생들인데, 같은 책을 읽더라도 예슬이는 그런 학생들보다 시간이 2∼3배 더 걸린다. 그래도 3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고 했다.

2008년 민사고 재학 당시 성년식에 참석한 김예슬양.

예슬이는 "영어 수업은 들리는 대로 모두 받아 적은 후 다시 사전을 찾아가며 채워 넣는 식으로 공부했고, 영어 잘하는 친구들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고3 때 담임을 맡았던 안상준 교사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교육으로 길러진 요즘 학생들에게선 찾아 보기 힘든 끈기가 예슬이에겐 있다"며 "미국 대학에 보내는 자기 소개서를 수십 번도 더 고쳐 쓰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예슬이는 중학교 때부터 방학마다 빠짐없이 울산의 동네 복지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독거 노인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일이었다. 지난 여름에는 호텔 인턴으로 일했다. "다른 친구들이 인도, 베트남,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해외 봉사를 떠날 땐 많이 부러웠죠. 하지만 고3 여름방학 동안 땀 흘려 일한 것도 값진 경험이었어요."

예슬이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장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집안 형편상 장학금 없이는 미국 유학이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장학금을 받기가 어려워 국내 장학 재단에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예슬이는 지금도 하루 두세 권씩 책을 읽는다. "제 꿈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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