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스크랩] 신간 추천- 나비야 나비야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5. 5.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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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은미희 지음
출판사
문학의문학
2009-04-20 출간 | 페이지수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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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류 시인 이옥봉, 그녀가 온몸으로 사른 사랑!

조선시대의 여류 시인 이옥봉의 삶과 사랑을 그린 은미희의 장편소설『나비야 나비야』.

조선 중기 황진이, 허난설헌과 동시대를 살아가며 시와 사랑을 위해 온몸을 바친 여류 시인

이옥봉. 이 소설은 그녀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화려한

필치로 이옥봉의 삶과 사랑의 발자취를 전해준다.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뜨거운 언어로 담아낸 이옥봉의 사랑 시는

현재 서른두 편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신분의 벽이 높던 조선시대에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시를 사랑하였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한 남자를 사랑하였다.

이 소설은 그녀의 생애를 통해 사랑의 치명적인 독성이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나비야 나비야"

저자소개

은미희

1960년에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하였다.

광주문화방송 성우를 거쳐, 《전남매일》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1996년 단편 「누에는 고치 속에서 무슨 꿈을 꾸는가」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1999년 단편 「다시 나는 새」로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장편소설 『비둘기집 사람들』로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금기시되고 터부시되는 근친 간의 사랑과 동성 간의 사랑 등을

중심으로 인생과 사랑의 어두운 그늘을 다뤘던 『소수의 사랑』으로 지난한 생의 그림자에 대한

고유의 진지한 성찰력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았다.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현대판 남사당패라 할 만한 떠돌이 엿장수 공연단의 애환을 그려 낸

바람의 노래』를 발표했을 때는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언론의 시선을 모았다.

그의 여러 단편들을 모아 엮은 첫 단편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는 쓸쓸한 일상을 붙잡고

삶을 이어 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삶의 숭고함을 토로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품으로 단편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가 있고, 장편소설 『소수의 사랑』, 『바람의 노래』,

『18세, 첫경험』,『바람남자 나무여자』 등이 있으며,

청소년평전으로 『조선의 천재 화가 장승업』, 『창조와 파괴의 여신 카미유 클로델』 등이 있다.

 

"은미희"

목차

1. 매화꽃 지던 날
2. 간청
3. 거문고는 바람 소리로 울고
4. 집을 떠나다
5. 한양살이
6. 방 안의 나비
7. 첫 만남
8. 저 별에게 묻노니
9. 사랑에 젖다
10. 그리워, 또 그리워
11. 사랑, 그 병
12. 연모의 시간들
13. 꽃이 되어 꽃을 보다
14. 사랑아, 내 사랑아
15. 어머니의 병환
16. 어머니의 죽음
17. 운강의 방문
18. 여름을 희롱하다
19. 붉은 비단 너머
20. 죽음의 자리
21. 다시 살다
22. 소문
23. 시를 버리고 사랑을 얻다
24. 베갯머리 사랑에
25. 꿈인 듯 생시인 듯
26. 삼척으로 가다
27. 막례의 해산
28. 편지 한 통
29. 10년 전의 약속
30. 이별
31. 그리워, 그리워, 임 그리워
32. 흰 나비로 날다
33. 슬픔은 피처럼 붉고
34. 당신 곁으로

황진이를 뛰어넘는 조선 최고의 여류 시인 이옥봉!
그가 온몸으로 사른 사랑의 불꽃

조선 중기 황진이, 허난설헌과 더불어 동시대를 호흡하며 시와 사랑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 시인 이옥봉의 삶을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화려한 필치로 그려낸 역사 소설이다.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가장 뜨거운 언어로 뽑아낸 이옥봉의 사랑 시를 통해

파란 많은 생애를 읽을 수 있다.

■ 추천사

나는 영혼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영혼의 실체에 대한 것은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약 4백여 년 전 조선 땅에 살면서 영혼의 발자취를 남긴 한 여자에게 홀려 두 편의 시를 바쳤었다.
이옥봉(李玉峰)이었다. 그의 ‘내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 그대 문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으리(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便成沙)’의 싯귀를 보는 순간 나는 가슴 안에서 일어나는 황홀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가장 뜨거운 언어로 뽑아낸 그의 사랑 시는 기록으로 전해지는 서른두 편 어느 것을 들추어도 황진이, 매창 등 조선조의 여류 시인 뿐만아니라 사랑 시에 있어서는 어떤 남정네도 견줄 이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는 것이라고는 없이 짝사랑한 내 여자를 은미희 씨가 소설로 부활시켜서 내 눈길과 손길에 닿게 해주었다. 잠들었던 내 영혼에 불을 붙여 준 은미희 씨가 고맙다. 나의 옥봉이시여. 이제 그만 사랑의 불길 거두고 이 나라 사내들을 더는 울리지 마시라. - 이근배 (시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책속으로

세상에 사랑보다 더 지독한 것이 있을까? 사랑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세상을 이루지만 때로 사랑은 독이 되고 가시가 되어 상처를 입히고 세상을 무너뜨린다.
아, 그 지독한 양면성이라니.
신분의 벽이 높던 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 시를 온몸으로 사랑한 조선조 최고의 여류 시인 이옥봉!
그녀의 생애를 통해 사랑의 치명적 독성이 어떻게 한 인간을 변화시키는지 본문에서 발췌해 보았다.

옥봉은 나리처럼 살고 싶었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평생 시나 지으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미움도 증오도 사랑도 다 부질없는 짓. 그저 시로 세상을 보고 시로 세상을 노래하고 싶을 뿐이었다. 여자이기에 더더욱 그러고 싶었다. --- p.26

세상에 태어나 시로 세상을 읊다 가는 것. 아니, 제 스스로가 시가 되는 것. 이보다 더 근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제 몸이 공명통이요, 제 음성이 활이요, 제 생각이 현이 되어 평생을 살다가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다. --- p.30

“나는 말이다. 혼인을 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있어요?”
옥봉의 말에 막례의 눈이 동그랗게 벌어지며 흰 자위가 제법 크게 드러났다.
“아니. 아직은.”
“그럼, 그런 사람을 평생 못 만나면 어떡해요?”
“그럼 안 가는 거지. 평생 시나 지으며 살란다.”--- p.39

옥봉은 그저 여자이고 싶었다. 한 여자. 그것도 한 남자를 지극히 은애하고 연모하는 여자이고 싶었다. 생각의 모반, 반란, 역모였다. 옥천을 떠나올 때만해도, 아니, 윤관서의 집에 처음 갔을 때만해도 그저 한 사람이고자 했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사람. 남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고 시를 노래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렇게 늙어 가리라 했다. 복사꽃, 매화꽃, 차 꽃 같은 얼굴이 시들어 빛을 잃고 젊음이 허무하게 물러나도 자신이 짓는 시만큼은 시간을 거슬러 아름답고 처연하게 남으리라 생각했다.
헌데 이제는 사랑이었다. 여자이고 싶었다. 한 남자의 여자이고 싶었고, 한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그 남자의 품에서 세상을 보고 세상을 노래하며 늙어가고 싶었다. 원앙이 수놓인 베개보다는 남자의 팔베개를 하고 아침을 맞고 싶었다. --- p.127

버들 언덕 강 머리 임 오시는 수레 소리
취한 술 언뜻 깨시어 다락 앞에 내리실 때
임 기다려 시든 얼굴 거울보기 부끄러워
매화 핀 창가에서 반달 눈썹 그립니다.
柳外江頭五馬嘶, 半醒愁醉下樓時
春紅欲瘦臨粧鏡, 試畵梅窓却月眉
-임을 맞으며, 원제:卽事 --- p.158

운강의 살과 뼈를 더듬고 안을 때 제 안에 숨어있던 또 다른 옥봉이 잠을 깼다. 그 옥봉이 운강을 물었다. 그 옥봉이 운강을 핥았다. 요분질을 해대고 이불이 밀리도록 뒹굴었다. 촛농보다도 뜨거웠고, 밤보다도 깊었다. 그 깊고 은밀하고, 격렬한 몸짓에 시간도 멈추었다. 시만 짓고 살겠습니다. 옛 맹세는 유효했다. 다만 시의 대상이 바뀌었을 뿐. 그 시는 곧 운강이었다. 그게 시였다. 노곤해 죽을 만큼 몸으로 쓴 시였다. --- p.240

행여 운강이 올까봐 대문 열어두고 몸단장하고 기다렸지만 끝내 그는 오지 않았다. 춘심에 못 이겨 한번쯤 찾아줄 법 한데도 운강은 무정했다. 무정해도 너무 무정했다. 햇빛은 저리 오지게 푸진데, 저 오지게 푸린 햇빛은 땅속 얼어있는 생명들을 간질여 깨우는데 운강의 마음만은 여전히 혹독했다. 눈이 아프도록 운강이 있는 쪽을 더듬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독한 설움뿐.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살리라, 아니, 죽으리라. 죽고자 하면 행여 운강이 올까 싶어 살고 싶었고, 살고 싶으면 이 생이 끔찍해 죽고 싶었다. --- p.295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다시 올 수 없으리라. 아니 육신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혼백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그때 운강의 곁에서 머물리라. 한 결의 바람으로, 한 점의 푸른 불빛으로, 한 송이의 붉은 동백으로, 한 마리의 나비로, 한 마리의 접동새로 운강의 주변을 맴돌리라. 아무리 차가운 운강이라지만 어느 순간 행여 나인 듯 돌아볼지도 모를 일이다. --- p.302

|은미희 장편소설|

문학의문학
315쪽- |1만1000원

은미희(49)는 사랑을 노래하는 작가다. 장편 《바람남자, 나무여자》에서 그녀는 사랑하는 이에게는 거절당하고

빈 껍질만을 붙잡은 채 살아가는 네 남녀의 엇갈린 애증을 다뤘다. 또 다른 장편 《소수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근친, 또는 동성 간의 위험한 사랑을 통해 사랑의 파괴적 속성과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에 작가가 택한 사랑은 조선 중기 여성시인으로 명성을 날렸던 이옥봉(?~?)의 삶 위에서 펼쳐진다.

첩의 딸로 태어난 이옥봉은 서녀(庶女)는 첩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규범을 거부한다.

시를 향한 열정에 사로잡혀 있던 그녀는 "결혼 따위는 않고 시만 쓰겠다"며 고향 옥천을 떠나 상경한다.

서울에서 남자들과 시를 견주던 그녀에게 훗날 비극을 초래할 사랑이 찾아온다.

사랑에 눈먼 그녀는 "다시는 시를 짓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결혼하겠다"는 남자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시를 포기한다.

기록에 따르면, 옥봉은 결혼 후 시를 썼다가 들통나 내침을 당했다.

중국까지 흘러들어간 이옥봉은 시가 적힌 종이로 온몸을 감싼 채 죽은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사랑과 시의 양립을 부당하게 거부당했던 조선시대 여인의 슬픈 삶과 그녀의 내면에 가득했을 갈등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복원됐다.

 

 

 

 

[동아일보]◇ 나비야 나비야/은미희 지음/315쪽·1만1000원·문학의문학

조선시대 여성시인 이옥봉의 삶을 다룬 역사소설. 이옥봉은 선조 때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의 서녀로 태어났으며 승지 벼슬을 한 운강 조원의 첩으로 알려져 있다. 재색을 겸비했던 옥봉은 결혼한 지 일 년도 안 돼 남편과 사별하자 ‘시를 지아비 삼고, 시를 자식 삼아 한평생을 살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운강을 만나 첫눈에 반한 뒤 시 쓰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하고 첩이 된다. 옥봉은 그와의 사랑이 시의 다른 모습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누명 쓴 산지기를 돕기 위해 무심코 시를 쓴 것을 운강이 알게 돼 원치 않는 이별을 한다.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던 한 여성의 삶을 처연하고 섬세하게 그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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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류시인 이옥봉 통해 순정한 사랑을 묻다
은미희 소설 '나비야 나비야'로 환생

이왕구기자

'요사이 안부 묻사오니/ 어떠 하신지요/ 창문에 달 비치니/ 이 몸의 한은 끝이 없사옵니다/

제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임의 문 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아오리.'


넋이 되어서라도 임을 찾아가겠다는 애절한 사랑의 마음을 노래한 7언 한시 '홀로 읊노니(自述)'.

흔히 '몽혼(夢魂)'으로도 알려진 이 절창의 주인공인 16세기 조선의 여류시인 이옥봉(李玉峰)의 삶이 소설로 되살아났다.


소설가 은미희(49)씨는 장편소설 <나비야 나비야>(문학의문학 발행)에서 시재를 타고났으나

사랑과 문학의 갈림길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이옥봉의 생애를 유장한 문체로 되살려냈다.


이옥봉은 선조 때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의 서녀로 태어났으며 승지 벼슬을 한 운강 조원의 소실이 됐다는 것 말고는,

생몰연도 등 별다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은씨는 단지 이옥봉이 남긴 32편의 한시를 토대로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그 삶과 문학을 추적한다.

은씨의 소설 속에서 이옥봉은 시재를 타고나 중국의 사신들에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조원은 이옥봉으로 하여금 시와 사랑 중 하나를 고를 것을 요구했고, 사랑에 굴복한 이옥봉은 시를 포기하고

조원의 첩이 된다.


그러나 이옥봉이 누명을 쓴 산지기를 위해 무심코 시를 지은 것을 조원이 알게 되면서 연인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조원을 향한 이옥봉의 뜨거운 연정을 묘사한 대목은 소설의 순금과 같다.



가령 병중에 있던 이옥봉이 조원이 찾아왔다는 전언에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부자리를 박차는 대목.

"옥봉은 우겼다. 말을 할 때마다 단전에 힘을 모아야 소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소리의 파동이 온 몸을 울리며 가라앉아 있던 세포들을 깨웠다.

운강을 보면 없던 기운도 날 터이다. 막혔던 기운이 다시 돌 것이며 화색도 다시 되찾을 것이다."



소설 발표를 즈음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씨는 "이옥봉은 조선 최고의 사랑시인이었다"며 "헤어지면서도

'잘 지내'라고 손 흔드는 쿨한 사랑이 미덕이 된 이 시대에 이옥봉을 통해 순정한 사랑의 가치란 어떤 것일까를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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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순애보 일깨우는 글 쓰고 싶어”  

                   역사소설 ‘나비야 나비야’ 펴낸 은미희 씨

“가슴 속 순애보를 일깨우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비둘기집 사람들’의 소설가 은미희(49)씨가 처음으로 역사소설을 썼다. 24일 ‘나비야 나비야’(문학의 문학 펴냄) 출간 기념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작가는 “‘쿨한 사랑’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는 모두 순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짜고짜 섬세한 사랑 얘기를 꺼냈다.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 되살려

다름이 아니라 새 작품의 주제가 바로 순애보다. 순수한 사랑과 문학에 대한 절박함을 그려 내기 위해 작가는 조선시대 여류시인 이옥봉을 되살려 냈다. “요사이 안부 묻사오니 / 어떠하신지요 / 창문에 달 비치니 / 이 몸의 한은 끝이 없사옵니다 / 제 꿈의 혼이 발자취를 낸다면 / 임의 문앞의 돌길은 모래가 되었아오리.”

몸서리치는 그리움을 표현한 시 ‘몽혼(夢魂)’ 등 빼어난 한시 32편을 남긴 이옥봉을 두고 작가는 “나와 그녀는 닮은 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그녀처럼 글을 위해 사랑도 인연도 버리고 지낼 수 있다.”면서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결국 남자를 택했지만, 난 아직 문학을 부여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많이 닮은 옥봉의 이야기라지만 창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시 말고는 옥봉의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전해오는 자료들이 단편적이라, 옥봉의 남편 운강 조원의 가계, 그 가문의 문집 등 이야기가 나올 만한 것은 모두 훑었다.”고 했다.

 

그래도 역시 자료가 부족해 작가는 서사의 많은 부분을상상력에 의존했다고 한다. “시를 읽고 옥봉의 성정과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는 작가는 옥봉의 작품을 분석해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빼어난 여성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워”

허난설헌, 황진이에 비해 덜 알려진 옥봉은 주변의 권유로 알게 됐다고 한다. 작품에 실린 한시는 시인 이근배 선생이 번역해 붙여 주었다. 작가는 “당시는 여성들에게 매우 불리한 시절이었다.”면서 “그때 옥봉과 같은 빼어난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웠다.”고 창작의도를 설명했다. 더 늦기 전에 역사 속 뛰어난 인물들을 작품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차기작도 역사소설을 고려하고 있다. 옥봉과 더불어 역시 빼어난 여성인 ‘홍랑’도 다뤄 보고 싶고, 40-50대 중년의 섬세한 사랑이야기도 써보고 싶다고 한다. 거의 1년에 한 편씩, 오랜 다작에 지친 작가는 새달말쯤 일본으로 떠나 잠시 몸과 마음을 식히고 돌아올 예정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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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미희 조선시인 이옥봉 부활시키다
2009-04-25 11:56:11


‘버들 언덕 강 머리/ 임 오시는 수레 소리/ 취한 술 언뜻 깨시어 다락 앞에 내리실 때/ 임 기다려 시든 얼굴 거울보기 부끄러워/ 매화 핀 창가에서 반달눈썹 그립니다’(임을 맞으며)

소설가 은미희(49)씨가 조선 중기 여류시인 이옥봉(?~?)의 문학과 애달픈 삶의 흔적들을 장편 ‘나비야 나비야’(문학의문학)에 적었다. 명문가 서녀로 태어나 운강(雲江) 조원(1544~1595)의 소실이 되고, 시(詩)와 사랑 사이에서 고뇌한 그녀의 예술혼을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했다.

은씨는 주변 동료작가들의 권유로 이옥봉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 역시 “소설을 위해 결혼도 사랑도 포기했다”고 한다. 사랑을 위해 시 쓰기를 포기한 이옥봉의 마음가짐까지도 작가는 알 것 같았다. 이옥봉 또한 결국에는 시를 놓지 못했다.

“정말 나와 일맥상통한 어떤 부분이 있었다. 구구절절 나와 닮았다”면서 완전히 몰입했다. “이옥봉이가 나인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정말 일사천리로 썼다. 가슴이 아팠고 눈물이 났고 이건 뭐야, 나잖아 혼동할 정도로 아주 즐겁게 썼다”고 한다.

황진희, 허난설헌 같은 작가들과 달리 이옥봉은 낯선 이름이다. 이옥봉에 대한 자료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작가는 이옥봉을 찾아 헤맸다. “조선왕조실록, 민족사 등 자료 찾기에만 1년이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시 32편, 제한된 사료만으로 작가는 한 권의 소설을 만들어냈다. “이옥봉이 남긴 시를 보면서 이러이러 했겠구나 사건들을 만들어 갔다. 시를 보면서 성품을 이렇겠구나, 유추했다”면서 상상력을 발휘했다.

작가는 “이옥봉처럼 절창의 시를 쓰는 여류시인들이 있었다. 그 잊혀진 천재 시인들을 다시 한 번 발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추측했다. 쿨한 사랑이 유행하고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이옥봉 같은 순정을 갖고 있다”면서 순애보적 사랑의 부활을 꿈꿨다.

‘옥봉은 그저 여자이고 싶었다. 한 여자. 그것도 한 남자를 지극히 은애하고 연모하는 여자이고 싶었다. 헌데 이제는 사랑이었다. 여자이고 싶었다. 한 남자의 여자이고 싶었고, 한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다.’(127쪽)

윤근영기자 iamygy@newsis.com 【서울=뉴시스】
출처 : 5.18 민주화운동 -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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