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기초생활보장법 10년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9. 9. 01:48
반응형

기초생활보장법 10년
 

  •  

    1530년대 영국에선 거지나 떠돌이 부랑인들을 조사해 일할 능력이 있으면 동냥을 못하게 했다. 한 번 걸리면 매질하고 두 번째는 귀를 자르고 세 번째는 사형시켰다. 병자나 노약자는 일종의 '거지 면허'를 줘 교회에서 돕도록 했다. 일하지 않으면 돕지 않는다는 전통을 세운 것이었다. 1601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교회만으론 빈민구제가 어렵다며 자선원을 만들어 빈민을 수용하고 옷과 음식을 나눠주면서 정부가 직접 떠안기 시작했다.

  •  

  • ▶ 미국은 1930년대 사회보장법을 도입해 가난한 사람은 무조건 정부가 도와줬다. 그러다 '복지병(病)'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면서 자립의지를 키워주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 1935년 만들어진 '요(要)보호 아동보조' 제도의 경우, 빈곤 탈출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1971년 근로 인센티브제를 도입했고 1996년엔 5년 동안만 보조금을 주기로 하는 등 지금까지 18차례 넘게 법을 고쳤다.

  •  


  •  ▶ 1998년 외환위기로 우리 사회에 실직자와 자살자, 노숙인이 크게 늘면서 시민단체와 학계가 빈민구제를 위한 새로운 법 제정을 요구했다. 노인과 장애인처럼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만 지원하는 기존 생활보호법으론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듬해 탄생한 것이 기초생활보장법이다. 일할 능력이 있더라도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사람에겐 정부가 자활을 조건으로 소득과 생계비의 차액을 보조해주도록 해 1년여 준비를 거쳐 2000년 10월 시행됐다.

  •  

  • ▶ 1999년 39만명이던 지원 대상은 이제 154만명으로 늘었고 1인당 지원액도 최대 15만2000원에서 40만5000원으로 뛰었다. 그간 '돈만 퍼먹는 하마'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전달과정에서 한 해 새는 돈만 전체 8조 예산의 5%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3월 지방 어느 공무원이 5년간 노인 생계비 등 10억원을 가로챘다가 붙잡히는 등 횡령이 잇따라 드러나기도 했다.

  •  

  • ▶ 선진국은 복지 누수(漏水)를 엄격히 다스린다. 미국의 경우 수혜자가 소득 변화를 고의로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2년 동안 수혜 자격을 뺏는다. 복지사기범 얼굴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한다. 영국은 정부가 사기 방지팀 3000명을 만들어 운영한다. 우리도 복지전달 체계를 세심하게 점검하고 이중 삼중으로 감시해야 한다. 수급자 중 일자리를 얻어 빈곤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 100명 중 6명에 그치는 것도 문제다. 오늘로 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지 10년을 맞았다. 예산 퍼붓기보다 스스로 일할 능력을 키워주는 한국형 복지제도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  

  •  - 김동섭 논설위원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