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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빼곤 다 오른다”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9. 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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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빼곤 다 오른다”

시골의사가 알려준 과학기술인 재테크 “똑똑하다고 투자 잘 하나”

2009년 09월 01일
 
편집자주 - 언론 인터뷰를 피하던 시골의사 박경철 경제평론가가 과학기술인을 위해 시간을 냈다. 그는 과학기술인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투자에서 실패하는 이유로 똑똑함에서 오는 자기 과신을 꼽았다. 경제평론가로 투자 조언을 하는 그도 조건만 된다면 과학기술인연금이나 공제회에 가입하길 원했다. 그가 말한 과학기술인이 돈을 잘 벌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언론 인터뷰를 피하던 시골의사 박경철 경제평론가가 과학기술인을 위해 시간을 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전문직인 과학기술인은 계량적인 증명과 검증을 좋아하는 속성을 가집니다. 결과는 동기가 있어야 하고, 방정식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즉 모든 현상을 X와 Y값이 존재해 해가 존재해야 하고, 그 역도 성립해야 한다고 보죠. 그래서 이들은 투자나 경제현상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과학기술인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특성이 강해 투자를 잘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런가를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에게 묻자 그는 과학기술인과 경제의 특성 및 원리를 연결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거시투자 경제학자, 주류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과학으로 풀었다”며 “그들은 경제학이 과학으로 인정받길 원했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기존의 계량적 지표로 해석이나 설명이 안 되면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서 설명했고, 이런 식으로 계속 경제학을 계량적으로 설명하려 했다는 것.

그는 “실제 투자에서는 현대 경제학의 주요 이론가인 존 케인즈도 망했고, 노벨상을 받았던 어빙 피셔도 망했다”며 “주류 거시경제학자들이 사용한 잣대를 과학기술인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사용해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즉 과학기술인은 투자에 대해 계량적 접근을 하는데 그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는 고도의 지적 행위가 아닌 감각적 행위
시골의사에 따르면 시장에서 전체 기간의 80%는 계량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이때는 안정적인 기간으로 큰 변동이 없고 은행 이자 수준의 변화를 나타낸다. 하지만 시장에서 극적인 가치 상승이나 하락, 1998년에서 2000년에 나타난 벤처 기업의 10배 상승과 같은 예외적 사례는 어떤 계량적 잣대로도 설명이나 예측이 안 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20%의 기간이 자산 변화를 좌우한다. 즉 안정적인 기간에는 대부분의 자산이 비슷하게 유지되지만 특이구간에서의 변화는 사람과 투자상품 간의 자산 격차를 발생시킨다는 것.

왜 시장에서 80%는 설명이 되는데 20%는 설명이 되지 않을까. 경제학자들은 이 20%를 설명하기 위해 새 방정식을 만들자고 하고, 전문직 종사자들은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 부족 또는 이해가 부족했음을 탓한다. 그런데 박 원장은 “문제는 이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존 케인즈가 얘기했던 ‘야성적 충동’이나 ‘시장심리’를 살펴보죠.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무리 짓기와 집단적 행태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이 나서 출구로 이동할 때 넘어진 사람을 밟고 가면 그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밟고 가는 행위와 같이 인간의 경제 현상에는 비합리적인 구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전문직 종사자들은 이런 특성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검증되거나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파이넌스 랩’ 연재에서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이런 비이성적 상황을 계량화해서 예측하려는 망상까지 가졌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그 결과가 롱텀캐피털 파산이다”며 “서브프라임 사태도 모든 것을 계량화해서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한 망상이 만들어낸 사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과학기술인은 투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까.

“과학기술인이 계량과 검증가능한 정보만 다루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보탐식이 무의미하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하죠. 그런데 이들은 습성이 돼 있지 않아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어렵죠. 직접 투자는 안 어울려요.”

그는 “과학기술인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자신감이 투자활동에서 문제가 된다”고 했다. ‘투자’는 완전 새로운 영역인데 이들은 공부를 잘 했다고 무거운 것도 잘 들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 똑똑하다고 투자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라는 얘기다. 그는 “주식투자를 고도의 지적행위로 생각하는데 오해다”며 “주식투자는 고도의 감각적 행위로 그들은 출발부터 잘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 된 박경철 경제평론가의 집무실 풍경.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원장이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다. 상대를 인정하라는 것.

“차라리 투자 전문가를 믿고 맡기는 게 낫습니다. 자신이 과학자여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다른 분야 사람들이 믿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투자 분야의 전문가를 믿어야 합니다.”

과학이 발전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첨단과학의 집합체로 불리는 챌린저호도 폭발했다. 당연히 과학자도 완벽하지 않다. 그는 “펀드매니저도 한계가 있지만 과학자의 오차나 실패 확률을 인정하는 것처럼 그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다 살리지는 못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펀드매니저의 실패를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투자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될까. 그렇지는 않다. 투자 전문가라 하더라도 개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거나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의 모든 책임과 결과는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안목과 원칙을 스스로 갖춰야 한다. 박 원장은 “투자에 지나치게 무관심한 상태와 직접 투자의 중간쯤에서 절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차익실현을 잘 해야 돈 번다
일반적으로 재테크나 투자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분산투자다. 분산투자의 핵심은 특정자산에서 돌발적 위험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안정적일 수 있느냐다.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위기를 맞아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산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현재 자산을 얼마나 잘 분산하고 있느냐와 일맥상통한다”며 “스스로 자산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분산투자의 의미를 설명했다.

“똥을 제외한 모든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오르게 돼 있습니다. 다만 언제 어떤 게 오를지를 모를 뿐이죠.”

분산투자를 할 경우 상황에 따라 각 자산의 변동이 다르게 나타날 뿐 기본적으로 자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상승을 한다. 다만 때에 따라 어느 것이 더 오르고 얼마나 오르냐가 다를 뿐 골고루 나누면 비슷해진다. 따라서 하나가 위험에 빠져도 나머지가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면 자산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이렇게 분산투자를 할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과 손해가 상쇄돼, 결국 은행에 저축하는 수준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면 분산투자가 의미 없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박 원장은 “모두 그대로 안고 가면 그렇게 된다”며 “그래서 자산투자에서 특정자산이 올랐을 때 이익실현을 해야 한다”고 했다. 평가이익이 났을 때 이익을 회수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을 잘해야 분산투자를 하면서 좋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어떤 비율로 분산투자를 하느냐는 개인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며 “투자 시 한 쪽에 ‘올인’하지 말고 자신에게 알맞게 배분한 뒤 비교해가며 이익이 더 발생하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대박을 노리지 말고, 작은 이익을 우습게 생각하는데 이걸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차익실현’이라는 관점에서 항상 상품을 볼 때 평균보다 유리한 점을 보면 된다는 의견이다.

시골의사 曰 “공제회 회원 된다면 상품 가입할 것”
“일반 민간기업의 금융상품은 운영을 하는데 사업비가 많이 듭니다. 운영수수료나 사업비로 연금의 20% 가량이 빠져나가죠. 하지만 과학기술인공제회 상품에는 이런 사업비가 없죠. 따라서 민간기업 상품에 비해 과학기술인공제회 상품이 훨씬 좋을 수밖에 없어요. 사실 회원 조건만 된다면 저도 공제회 상품에 가입하고 싶어요.”



시골의사 曰 “공제회 회원 된다면 상품 가입할 것”.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 원장의 말 한마디는 때로 경제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가 바라보는 현재의 경제 상황은 어떨까.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기가 회복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 그는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현재 1500포인트의 코스피지수를 2000포인트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본전에서 한참 먼 수준이지만 1000포인트 때로 보면 많이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보느냐 아래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따라서 어떤 현상을 일부만 보면 안 되고 전체를 봐야 합니다. 유동성으로 유지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결국 유동성은 흡수될 수밖에 없죠. 자산 시장은 빠르게 움직였지만 경제 자체의 빠른 회복은 여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박 원장은 “뉴스가 전하는 소식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도 덧붙여 말했다. 뉴스는 그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지만 그대로 되는 것도, 전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8월 중순 한국은행 이성재 총재는 3분기 경제 상황에 따라 4분기에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가장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면서도 개인이 수익내기가 쉽지 않은 주식투자에 대해서 그는 “주식을 도박처럼 하면 도박이 되고 주식처럼 하면 주식이 된다”며 “주식의 본질은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본드는 붙이는데 사용하면 유용한 물질이 되지만 흡입하면 환각제가 되는 것처럼 주식도 마찬가지라는 것. 가격만 보고 주식을 사고파는 건 순간순간 이 회사 주주가 됐다가 저 회사 주주가 되는 것으로 제대로 된 주식투자를 하려면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본업에 충실하면 자연적으로 재테크 성공한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대한 그의 견해가 궁금했다.

“인류가 쌓아올린 탑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기왓장 한 장도 못 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과학자가 새로 개발한 게 아니고 남이 한 것을 빨리 따라잡는 노하우를 제공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보니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사회적 시선에서도 폄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박 원장은 “그래도 요즘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점차 창의적인(creative)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지성의 탑에 돌맹이 하나라도 쌓아올리게 된다면 자연적으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덕에 국민들이 먹고 살게 된다면 사람들은 과학자들을 저절로 우대하고 존경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CEO에 이공계출신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공계 출신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시대가 융합학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세라는 의견이다. 미생물학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생물만 봤을지 몰라도 지금은 유전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이 결합돼야만 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경제평론가인 그를 친구로 둔 과학기술인들은 재테크를 잘 할까.

“(재테크엔)젬병이죠. 서울대 교수로 있는 한 친구는 애 유학비로 쩔쩔매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재테크에 젬병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대신 자기 일을 잘 한다고 자신을 가지면 되죠. 먹고 살만하다면 앞에서 말한 ‘차익거래’만 열심히 하면 충분합니다.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욕심낼 필요 없어요.”

자기 일을 잘하면 그로 인해 자기 가치가 상승하고 자연적으로 부도 따라온다는 얘기다.

대학원을 갓 졸업한 이공계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돈 버는 법을 제대로 알 정도로 자산운용을 이해하는 건 과학에서 노벨상 타기보다 어렵다”며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과와 배를 동시에 한 손에 쥘 수는 없다는 비유로 돈도 많이 벌고 연구도 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재테크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본업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사회가 지나치게 재테크에 대한 강박증을 갖고 있는데 이런 강박증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안정적인 곳에 투자하면 결국 다 똑같아집니다.”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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