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핏줄까지 감쪽같이 '의안 이식'… 뽑힌 치아에 사랑니 심는 수술도…
어린이 사시, 화상 흉터 눈물길 뚫어주는 수술… 독보적인 전문가들 많아
"개업하면 떼돈 벌텐데…" 유혹 뿌리치고 연구 몰두… 외국 의사들도 배우러 와
눈꺼풀이 아래로 처져 시야를 가리는 안검하수증 때문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상열(56) 교수에게 눈 성형 수술을 받으려면 지금부터 딱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외상이나 눈에 생긴 암(癌) 등으로 안구(眼球)를 적출한 환자들이 인공 안구를 넣는 의안(義眼) 수술을 이 교수에게 받으려고 해도 내년 여름에나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눈꺼풀과 안구 성형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외래 진료와 학생 강의 스케줄 사이사이 빈틈없이 수술에 시간을 할애하는데도 밀려오는 환자를 처리할 수 없다"며 "수술과 관련된 궁금증이나 질문은 환자 모임인 인터넷 다음 카페에서 답변을 다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1996년 국내 병원에서 처음 세운 의안 연구소에서 제조되는 의안은 정상 눈과 실핏줄도 똑같아 의안이라고 말하기 전에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게 그에게 수술받은 환자들의 말이다. 성형외과·안과 개업의사들에게 눈꺼풀 성형을 받을 경우 수술비는 약 200만원. 주변에서 그가 개업한다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교수는 "전 세계에서 교과서로 쓰일 만한 눈 성형 책을 집필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말했다.
- ▲ 안구성형의 권위자, 안검하수증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상열 교수가 안구 모형을 들고 눈꺼풀 성형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왼쪽). 모발이식의 대가 모발이식의 대가인 경북대병원 김정철(50) 교수가 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그에게 수술받으려면 2년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사진 오른쪽)./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안검하수증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윤덕(54) 교수한테도 긴 줄을 서고 있다. 수술 대기가 현재 1년 2개월이다. 눈물은 안구 바깥쪽 눈물샘에서 나와서 눈에 머물다 코로 연결된 관을 통해 빠져나가는데 이 길이 막힌 경우 눈물이 지나치게 많이 고여 눈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막힌 눈물길을 열어주는 수술로도 유명하다. 멀리 남미나 중동 국가의 의사들도 병원으로 찾아와 김 교수의 수술을 배우러 몇 달씩 머물기도 한다.
대구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50) 교수는 '대머리 수술'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그에게 모발 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앞으로 2년 1개월을 참아야 한다. 수술 기다리다 머리카락이 다 빠질 판이다. 모발이식 수술은 머리카락이 풍성한 뒷머리에서 모낭을 떼어다 앞머리에 옮겨 심는 방식이다. 그는 1992년 세계 최초로 두피에서 1~3개의 머리카락을 감싸고 있는 모낭을 직접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10여 명 등 5000여 명이 그에게 모발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을 배우려는 외국 의사들도 이곳에 줄을 잇는다.
소아 안과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에게는 어린이 사시(斜視) 환자들이 하염없이 대기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안과 김명미 교수의 경우, 일단 그에게 눈 상태를 점검받는 데만 7개월(초진 예약)이 걸린다. 아이가 학교 수업에 지장 없이 방학 때 사시 수술을 받으려면 3년 후인 2012년 여름 방학에나 가능하다. 사시 수술은 눈동자를 움직이는 안구 근육의 길이를 조절하여 정상 위치로 돌려주는 섬세한 수술이다. 김 교수는 한 해 400여 건의 사시 수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어린이 사시 수술로는 고려대병원 안과 조윤애(61) 교수가 12개월 대기 상태고, 세브란스병원 이종복 교수는 8개월 후에나 예약 가능하다. 김안과 병원 공상묵(52) 교수는 일주일에 3~4일 수술을 하는데도 내년 봄까지 수술 스케줄이 빡빡이 잡혀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백혜정(47) 교수에게도 730명의 환자가 수술을 기다리고 있고, 강북삼성병원 장혜란(56) 교수는 저녁 7시까지 진료를 하는데도 예약 대기 일수가 90일이다.
중이염이나 청(聽)신경 종양 등 귀 수술을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58) 교수에게 받고 싶다면 1년을 참아야 한다. 처음 얼굴 보는 진찰도 한달 밀려 있다. 이 교수는 귀 안쪽이나 두개골 바닥에 생긴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는 기술이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지러움과 평형장애 진료도 전문이다. 이 병원의 난청(難聽) 수술 전문가인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 수술도 8개월치가 잡혀 있다.
강동성심병원 두경부암센터 노영수(54) 교수에게는 갑상선암, 후두암, 인두암, 구강암 환자들로 진료 예약이 한달 정도 밀려 있다. 이처럼 목 주변에 생기는 두경부암이 흔치 않은데도 노 교수가 이 분야 수술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그에게 쏠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동헌종 교수에게는 코 막힘 등으로 고생하는 '코 환자'들이 수술 날짜가 어서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 전문가인 동 교수의 수술 장부에는 이미 5개월치 이상이 적혀 있다. 축농증 수험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선 여름 방학 동안 원하는 날짜에 동 교수한테 코 수술받는 것이 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화상을 입어 생긴 흉터로 고생하는 환자가 있다면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 장영철(55) 교수에게 빨리 예약을 잡아야 할 듯하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화상 후유증 재건 수술 전문가인 장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화상 흉터는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주변 살을 잡아당겨 변형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관절의 움직임도 굳게 한다. 끓는 물에 손이 빠진 아기의 경우 손가락 다섯 개가 붙어버리기도 한다. 장 교수는 이 경우 화상 흉터를 째고 돌려놓는 방식으로 손가락 다섯 개의 기능을 되살려 주는 등 흉터 치료 전문가이다.
치과 분야에서는 연세대 치과 병원 이승종 교수에게 진료 예약이 몰려 있다. 그는 상실된 치아에 임플란트 대신에 사랑니 등 환자 자신의 치아를 이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플란트 시술에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몰리면서 지난 5월에 이미 올해 수술 예약이 다 끝났다.
성형수술의 무한 진화, 아무도 모르게 이뻐진다 매혹적인 '성형제국'의 미래가 수상하다 쁘띠 성형으로 '동안' 만들어 볼까
내과계열
27년전 건선클리닉 개설 관리받는 환자 5000명…
관절염 논문 300편 발표 진료중 바이올린 연주도
피부 질환인 건선(乾癬)환자들에게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62) 교수의 진료실은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성지순례하듯 윤 교수에게 몰려들기 때문이다. 지금 진료를 신청하면 1년 후 진찰 일정이 잡힐 만큼 환자가 밀려 있다.
건선은 면역 반응 이상으로 생기는 만성 난치성 피부 질환이다. 피부에 서리가 내린 것처럼 하얀 각질이 두껍게 쌓이며, 염증이 생기면 짓무르기도 한다. 대략 인구의 1%가 크고 작은 건선을 앓는다.
윤 교수는 27년 전 국내 처음으로 건선 클리닉을 냈다. 그전까지 중구난방으로 행해지던 치료법을 그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러자 환자들이 몰리면서 그에게 관리받는 환자가 5000여명에 이르렀다. 한명의 의사에게 건선 환자가 이렇게 몰리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 환자들은 자기들끼리 환우회(患友會)도 만들었다.
- ▲ 서울대병원 윤재일 교수가 건선 피부질환 환자를 자외선 광선 치료기로 치료하고 있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조선일보가 30여개 대학병원에 대기 환자 현황 자료를 받아 조사한 결과, 이처럼 진료 예약이 수개월 이상 밀려 있는 내과 계열 의사들은 주로 관절염·치매 등 만성 질환이면서 잘 낫지 않는 난치병 분야 전문가였다.
한양대 의대 류머티즘병원 내과 배상철(50) 교수팀은 류머티즘 관절염의 '4차 병원'으로 불린다. 의료 전달체계에서 최종 종착지인 대학병원을 '3차 병원'이라고 하는데, 대학병원 진료 환자들도 이곳을 찾는다고 해서 붙은 별칭이다. 류머티즘이나 루프스 환자들이 배 교수 진료를 처음 받으려면 9개월 걸린다. 그가 지금까지 쓴 관절염 논문만 국내외 학술지에 약 300편에 이른다.
대전 을지대병원의 심승철(45) 교수는 '한국의 패치 아담스(Patch Adams)'로 불린다. 환자들에게 치료뿐 아니라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의사가 주인공인 영화 제목을 붙인 것이다. 관절염 치료가 전공인 심 교수는 삶의 의욕을 잃은 환자들을 보면 진료 중이라도 즉석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준다. 중부권에서는 처음으로 류머티즘 내과를 개설한 덕에 그에게는 대기 환자가 7개월 차 있다. 이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 류머티즘 내과 송영욱 교수에게도 진료 대기가 5개월 걸려 있다.
심장병 분야에서는 유난히 부정맥(不整脈) 전공 의사에게 대기 줄이 길게 나 있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병이다. 최근에는 심장에서 부정맥을 일으키는 포커스를 찾아내 그곳을 전기자극으로 지져 없애는 시술이 활발한데, 고려대병원 심장내과 김영훈 교수에게 이 시술을 받으려면 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는 국제학회 초청 강의가 100여회에 이를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의대 병원이 거액의 강사료와 1등석 항공권을 보내주면서 그의 강연을 초빙한 바 있다.
- ▲ 을지대병원 심승철 교수가 입원 환자를 위해 병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해주고 있다./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부정맥 분야는 서울아산병원 김유호(54) 교수의 시술도 6개월 밀려 있으며, 부산대병원 홍택종(53) 교수, 세브란스병원 박희남(43) 교수 등도 치료가 활발하다.
치매 환자들이 붐비는 곳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53) 교수 진료실이다. 진료 대기가 6개월이다. 서울대 의대 학창시절 그의 별명은 '뇌덕렬'이었다. 그만큼 뇌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뿌리가 깊다. 그가 2000년 개발한 한국형 치매진단 검사법은 현재 전국의 치매 클리닉에서 쓰이고 있다. 그가 권하는 최고의 치매 예방법은 독서다. 치매 환자는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광우(59)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이재홍(49) 교수에게도 3~4개월 대기하고 있다.
아토피와 소아 천식 환자들은 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편복양(57) 교수에게 5개월 줄 서 있다. 그는 국내 최초의 소아 전용 '알레르기 호흡기센터'를 이끌고 있다. 편 교수는 "아직도 많은 '아토피 엄마'들이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아이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주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호영(61)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넉달을 참아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을 지낸 그는 인슐린 효능 연구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정신과 김지훈(42) 교수에게는 불안장애·학습장애 어린이들이 5개월 대기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44) 교수에게 첨단 방사선 치료기 '사이버 나이프' 시술을 받으려면 12월 하순에나 일정이 잡힌다.
의료신문 '청년의사'의 박재영 편집국장은 "요즘은 각 병원이 진료 시간을 늘리면서까지 환자 적체 해소에 나서면서 명의(名醫)로 소문난 의사들도 진료 대기가 적은 경우가 많다"며 "만성질환자라면 가까운 병원에서 전문의사를 찾아가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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