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인생은 로또' 가르친 국제중(中) 추첨

忍齋 黃薔 李相遠 2009. 11. 1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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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로또' 가르친 국제중(中) 추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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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대원국제중학교 강당. 1단계 전형 합격 통지를 받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 267명이 손에 각각 파랑·빨강·초록색 탁구공을 들고 모여 앉았다. 학생 옆에는 학부모가 한 명씩 앉아 있었다.

    이윽고 무대 위에서 김일형 교장이 가운데 놓인 하얀색 나무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하얀 장갑을 낀 김 교장의 손이 상자에 들어갔다가, 천장을 향해 치솟았다. 꺼낸 공은 파란색이었다. 김 교장과 같은 파란 탁구공을 들고 강당 왼쪽편에 앉아 있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일제히 손을 번쩍 들며 "와" 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순간 강당 가운데와 오른쪽에서 빨강·초록공을 들고 있던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추첨 전 빨간 공을 보여주며 "어제 좋은 꿈을 꿨어요"라고 씩씩하게 말하던 이모(12)군의 눈엔 눈물이 고였고, 손을 모아 기도하던 최모(12)양은 손에 쥔 초록색 공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같은 시각, 서울 강북구의 영훈국제중은 탁구공 대신 구슬 추첨으로 합격생을 뽑았다. 글로벌 리더가 될 아이들에게 수월성(엘리트) 교육을 시키려 만든 국제중이, 정작 학생 선발을 운(運)에 맡긴 것이다.

    두 국제중의 '3배수 선발 후 추첨' 방식은 입시 경쟁을 과열시킨다는 비판을 피하려 서울시교육청이 만들어 낸 '꼼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2월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고 13곳도 컴퓨터 추첨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외국어고도 추첨 선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원국제중의 추첨식이 끝나자 파란 공을 쥔 아이들과 부모는 저마다 강당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반면 다른 3분의 2의 학생과 학부모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강당을 빠져나왔다. 탈락한 여학생 2명이 강당 밖에서 서로 끌어안은 채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추첨 직전,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결과에 승복하는 것도 '월드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학부모 강모(39)씨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로또'라고 가르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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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현석·사회정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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