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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도전하라, 젊은이여 / 문화일보 [2012-04-12]

忍齋 黃薔 李相遠 2012. 5. 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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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도전하라, 젊은이여 / 문화일보 [2012-04-12]

 

은미희/소설가

 

며칠 전 조카가 제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병원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던 아이라 입대를 할 때만 해도 부모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잦은 병치레로 부모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런 탓에 조카가 입대하던 날, 오빠와 언니는 노심초사(勞心焦思)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 부모의 염려대로 조카는 군 생활 중에 몇 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씩 휴가를 나올 때마다 조카는 살도 붙고, 햇볕에 그을린 게 오히려 입대하기 전보다 더 건강해진 듯했다. 게다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긴 하다.

 

한데 제대하기 며칠 전, 마지막 휴가를 받아 집에 온 조카의 얼굴이 다른 때 같지 않게 근심으로 가득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 속내를 알 만했다. 앞으로 자신이 헤쳐 나가야 할 날들이 몽근짐으로 어깨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하긴 조카가 치러야 할 일들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학교도 복학해야 할 테고,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도 해야 할 터였다. 이 때문에 조카는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컴퓨터 학원에 등록을 했다고 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란다. 거기에다 영어 공부도 더 해야 하고, 자격증도 몇 개 더 따야 한다고 했다. 그런 조카의 삶은 무거워 보였다. 이제 이십대.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조카는 그렇게 살아갈 날에 대한 고민과 취업의 압박으로 하루하루를 걱정으로 보내고 있었다.

 

실제로 조카는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혈기 왕성한 시기, 그 시기를 책상머리에 앉아서 컴퓨터랑 씨름하거나 책에 코를 박고 하루 종일 보냈다. 가만히 그 조카를 보고 있노라니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그렇듯 소진하며 보내는 게 마땅한 일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조카를 보는 내 마음은 답답했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도 좀 알고, 또 상처를 입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몸으로 한번 부딪쳐보기도 하고, 미지(未知)의 세상에 대해 동경(憧憬)도 품으며 그렇게 그렇게 좌충우돌, 청춘을 살면 좋으련만, 이건 숫제 청맹과니처럼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만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조카가 불쑥, 세상에 나왔을 때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조카 또래의 청년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느닷없는 내 물음에 그 학생이 대답하길,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삶을 꿈꾼다고 했다. 남들보다 더 두드러지지도 않고, 더 뒤처지지도 않는 삶을 원한다고 했다. 학생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가장 어려운 일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정말,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나는 그때 그 청년에게 주제넘게 몇 마디를 덧붙였다. 친구들보다 한두 개 더 자격증을 따고, 더 좋은 점수를 받고,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보다 먼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뭔가를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비록 내 말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지라도 인생은 장기전이니,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했다.

 

출발은 조금 뒤처질지언정, 나중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들어가 먼저 좋은 위치를 선점한 이들이 중간에 넘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 않던가. 그러니 인생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진득하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한 어른이 나에게 그랬다.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첫째는 정열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자기 기술을 연마해야 하며, 셋째는 자신이 한 말은 지켜야 하고, 넷째는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고, 다섯째는 기대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되 이 다섯 가지만 지킨다면 그런 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은 나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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