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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인륜지대사 결혼 / 문화일보 [2012-03-15]

忍齋 黃薔 李相遠 2012. 3. 2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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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광장> 인륜지대사 결혼 / 문화일보 [2012-03-15]

 

 

은미희/소설가

 

결혼에 대한 금언은 많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했으니, 그럴 바에는 차라리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는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 루이제 린저, 톨스토이…. 그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든,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든 결혼과 관련한 소회를 남긴 것을 보면 결혼은 그 어떤 현자라도 풀기 힘든 숙제인 모양이다.

 

어쨌든 요즘 들어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이 많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싶다. 결혼에 대한 준비. 정말, 그게 중요하긴 중요하다. 아무런 각오나 미래 설계 없이 덜컥 결혼부터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 한 사람의 일생에 있어 결혼만큼 큰일 중의 큰일도 없으니,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난감한 표정부터 짓는다. 아직 안정된 직장도 없고, 고정 수입도 없는데다, 결혼해서 살림을 꾸릴 만한 집도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느냐는 것이다.

 

며칠 전 친구 생일에 맞춰 여러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사람들 가운데는 결혼 말이 오가는 한 쌍의 커플이 있었다. 남자는 서른 중반, 여자는 서른 초반의 나이였다. 남자는 독립피디협회 소속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었고, 여자는 지역 케이블 방송사 피디로 근무하다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둘이 사귄 지는 오래됐다. 결혼할 거라면 빨리 하라는 내 말에 둘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다. 서른 중반을 넘었는데 때가 아니라니? 가만 눈치를 보니 둘 다 고정적인 수입도 없고 안정된 직장도 없어 그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보기에 둘은 잘 어울렸다. 요즘 세상에 그 둘만큼 괜찮은 젊은이도 찾기 힘들었다. 늘 밝고 예의가 바르며, 올바른 사회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까칠하지 않으니, 그보다 더 좋은 게 뭐 있겠는가? 유쾌한 그들 하고 함께 있노라면 나도 덩달아 즐거워지곤 했다. 나는 그런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 없었다. 물론 결혼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니, 안정된 수입도 중요하고 그럴 듯한 직장도 중요할 터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터. 살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던가? 준비가 되면 결혼한다는데, 결혼에 있어 완벽한 준비는 없는 것이다. 결혼 그 자체가 서로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채우며 사는 것이다. 결혼 생활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춘 뒤 결혼할 생각이라면 나처럼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서른다섯 살 즈음해서 난자도 노화가 된다고 한다. 건강하고 밝고 총명한 아이를 위해서는 서둘러야 하지 않겠는가.

 

간혹 젊은여성들 중에는 결혼은 하지 않고 일만 하는 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소를 짓는다. 왜냐하면, 가장 못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물주가 음양을 따로 만들었을 때는 당연히 짝을 이뤄 살라는 뜻이다. 그 신의, 자연의 섭리에 반할 때는 그만큼 무언가가 부족하고, 늘 허수하다. 우스갯 소리로 나는 내 안에 남자와 여자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니무스 말고, 살다보면 어떤 중요한 순간에 선택하거나 결정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참 외롭다. 남자가 필요할 때가 있고 여자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나는 그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한다. 그러니 그만큼 부담이 따르고 삶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다. 한 지인이 언젠가 나를 보고 농담하듯 말했다. 불쌍하다는 말이 무슨 말인 줄 아느냐고. 세상 만물은 원래 쌍인데, 쌍이 아닌 것을 두고 불쌍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나는 웃고 말았지만 왠지 그 말이 잊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조금 나이든 사람으로서 삶을 간섭하건대, 결혼을 망설이는 청춘 남녀들이 있다면 되도록 빨리 하라고 권하고 싶다. 부족한 것은 상대의 존재만으로도 다 채워지니 염려 말고 결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가장 현명한 삶이라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Samuel Sangwon Lee | Create Your Ba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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