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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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내 간절한 기도 / 국민일보 [2012.05.09]

忍齋 黃薔 李相遠 2012. 7. 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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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내 간절한 기도 / 국민일보 [2012.05.09]




우리말에 자식을 둔 사람은 함부로 남의 자식 흉보지 말란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식은 마음대로 못한다는 뜻인데, 꼭 자식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인생살이가 미음대로 안 된다는 뜻으로도 읽혀진다. 정말, 살다보면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던 궂은일이 내 일이 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그러니 삶을 어찌 장담하며, 남의 불행이나 허물을 두고 함부로 말하거나 평가할 수 있을까. 남의 불행일지언정 함께 마음 아파하고 위로하며 그 힘든 시간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것이 잘 사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연약한 생명 앞에서 반성


나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니까 내 바로 위의 언니가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한 달 째 병원에 입원중이다. 급성 백혈병. 그 병은 텔레비전 속에서나 보는 중한 병인 줄로만 알았다. 헌데 그 병이 텔레비전이나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내 가까운 사람이 앓게 될 줄 어떻게 생각이나 했을까. 작은 언니 역시 처음에는 자신이 백혈병이란 사실은 생각지도 않은 채 그렇게 억척스럽게 삶을 살았다.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새벽에 일어나 조카 도시락을 싸고, 출근을 했다. 그저 감기인줄로만 알고 독한 약만 속 쓰리게 먹었노라고 했다. 


물론 요즘은 의학기술이 발달되고 약이 좋아 치료가 잘 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백혈병은 아직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병인 것이다.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입실절차가 까다로운 무균실 면회를 하면서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 언니 앞에서는 웃었지만 병실을 나와서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 언니도 그렇지만, 그 병실 안에는 스물다섯 살의 어여쁜 처녀도 있었고, 그보다 더 어린 아이도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그런 병에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웃으며 말하는 그들의 표정이 순해 보이고 천사 같아 보였다. 하긴 아픈 몸에 무어 욕심이 생겨 사나운 표정일까. 그저 소망이라면 병이 나아 건강하게 사는 것뿐일 텐데. 건강한 사람들은 무탈한 하루하루가 축복인지 모르고 그냥 지낸다. 더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거나 불평하고, 또 다가올 내일을 지겨워하며 고약스럽게 군다. 우리가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하루나 내일이, 그들에게는 간절한 소망인 데 건강한 우리는 그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 연약한 생명들 앞에서 반성하고, 또 회개했다. 


십여 년 전 나는 우연한 기회에 장기를 기증하겠다며 장기기증단체에 내 이름을 올렸다. 각막은 물론 사후에 여러 장기를 기증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때는 차마 무서워 골수기증까지는 결심하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하느님은 그런 나를 때리신 모양이다. 조만간 나는 작은 언니를 위해 골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제발 내 골수가 맞아 언니에게 이식되기를 희망하고, 또 기도하지만, 이런 일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골수기증이 내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사람은 시련을 통해서 더 성장하고 여물어진다. 이런 시험 없이 내 스스로가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지고, 더 겸손해지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그렇게 무서워 도망쳤던 골수기증을 이제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것도 부디 내 것이 맞아 언니에게 나누어 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내 미래에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참 놀랄 일이 많다. 그러나 이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도망치면 하나님은 어떤 계획으로든 나를 불러 세우지 아니하신가. 그러니 담대한 마음으로 맞설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이 건강한 삶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특별한 축복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응석 부릴 수 있는 하나님…


나는 기도한다. 다행히 내 골수가 맞아 언니에게 이식해줄 수 있기를, 그리고 언니가 건강하게 나아 다시 예전처럼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믿는다. 이제까지 하나님이 내 기도를 전부 들어주셨으니, 이 기도 또한 들어주시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믿고 기댈 수 있고, 응석부릴 수 있는 하나님이 내게 계시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제 마음을 아시지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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