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11_小說家殷美姬

[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아전인수(我田引水) / 국민일보 [2011.11.23]

忍齋 黃薔 李相遠 2012. 8. 1.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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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아전인수(我田引水) / 국민일보 [2011.11.23]





참, 많이, 내가 어리석은 탓에 하나님 말씀 안에서 살지 못한다. 이러저러 살다보면 온갖 유혹들이 생기는데 그럴 때면 올곧게 하나님 말씀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알면서 지키지 못할 때도 있고, 또 모르고 어길 때도 많다. 그러고 나면 마음 한 구석에 가시가 박힌 것마냥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것들은 하나같이 하나님과의 약속이기 이전에 모듬살이에 있어서 꼭 지켜야 할 규율이고 규칙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스스로 변명할 거리를 찾는다. 모르고 어길 때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알면서 어길 때의 변명이라는 것이 참 궁색하기도 하다.

생떼 부리기 기도

이번에는 어찌할 수 없어서 그랬노라, 혹은 하나님은 이해해주실 거라는 마음으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만다. 아마 하나님이 보시기에 그런 내 모습이 마치 꽁지는 그대로 내놓고 얼굴만 숨기는 꿩처럼 보이리라. 아무튼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참 어렵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믿는 사람에 대해 불신감을 갖지 않도록, 아니, 내 자신을 위해서라도 매사에 순결한 삶을 살아야 하지만 가끔, 아니, 자주, 내 자그마한 이익을 좇아 하나님 말씀을 저버리니, 어찌 내 스스로가 하나님을 섬긴다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나는 하나님 말씀과는 부합하지 않는 일을 두고 기도까지 한다. 꼭 이루게 해달라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한 일이 아닐지라도 부디 이 소원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아마도 그 심정 안에는 하나님은 자애로운 분이기 때문에 딸의 간곡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으시리라는 어리광 섞인 치기도 들어있을 것이다. 이 딸이 이렇게 조르는데 아버지인 하나님이 모른체하시지 않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믿음도 한몫 한다. 이제까지 내 기도를 다 들어주셨던 것처럼 이 기도 또한 들어주시라고 생떼까지 쓴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께서 들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헌데 며칠 전이었다. 그날은 아버지의 기일이었고, 멀리 사는 작은 아버지들도 잊지 않고 찾아 오셨다. 그렇게 가족들이 모여 추도예배를 드릴 때였다. 남쪽 지방의 한 시골 교회에서 장로직분을 맡고 계신 셋째 작은아버지가 창세기 13장을 가지고 하나님 말씀을 일러주셨다. 난 이 성경말씀에 크게 고무되었고, 의기양양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다고 했으니, 더 부지런히 기도해서 내 소원을 이루리라, 결기도 다부졌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성경을 읽고 묵상하자는 가상한 마음까지 먹었다.

그날 저녁 나는 내 결심에 따라 그 뒷장을 읽어 내려갔다. 한데, 아뿔싸. 롯의 위기를 접한 나는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한 치 오차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날의 느낌은 다른 때와 달랐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롯에게 시련을 주심으로써 다시 하나님에게 돌아오도록 하셨다. 왜 그랬을까? 왜 그날따라 내 머리끝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았을까.

말씀의 자의적 해석

아마도 그것은 잘못된 내 신앙생활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로 여겨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 구절 역시 나의 잘못된 이기심을 질타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뭇별처럼 수많은 자손을 주시기로 약속했지만 자식이 없자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는 자신의 여종 하갈을 통해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이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아니었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자신들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소원을 이루려 한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일은 분란만 낳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나는 지금 어떡하고 있는가? 나 역시도 하나님의 계획과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뻐하지 않는 일을 두고 기도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 이제 어떡할까? 그래도 이렇게나마 깨닫게 해주시니 감사하다.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 그것은 참 쉽고도 어렵다. 세상에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던가.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하나님 말씀 안에서 살 수 있도록 내 스스로가 나를 붙잡아 세울 일이다.

■ 대표작 ‘비둘기집 사람들’ ‘만두빚는 여자’. 2001년 삼성문학상 수상. 광주(光州)순복음교회를 섬긴다.

은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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