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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레미제라블’에 열광하는가 - 경향신문

忍齋 黃薔 李相遠 2012. 12. 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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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레미제라블’에 열광하는가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ㆍ“혁명은 실패했지만 희망을 노래하자” 대선 후 좌절한 사람들, 영화서 위안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개봉 8일째인 26일 200만 관객을 넘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피터 잭슨 감독의 대작 <호빗: 뜻밖의 여정>보다 4일 빠른 기록이다. 또 453만 관객을 동원한 최고 흥행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와 비교해도 6일이나 앞서 200만명을 돌파했다. 뮤지컬 영화라는 한정된 시장과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레미제라블>이 얼마나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개봉 8일 만에 200만 돌파

, 단순 장발장 이야기 넘어

, 민중 혁명에 대부분 할애

, 대선 맞물려 관객 감정이입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는 <레미제라블>의 힘은 무엇일까.


<레미제라블>은 영국의 유명 뮤지컬 제작자 캐머런 매킨토시가 만든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겼다.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 훔쳤다가 19년 동안 혹독한 옥살이를 한 장발장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는 프랑스대혁명 이후 피폐해진 민중의 삶을 참지 못하고 다시 총을 든 청년들의 이야기에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극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은 빈익빈 부익부가 계속되는 사회의 모순을 변혁하려는 청년 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의 열정과 행동에 열광한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레미제라블>의 내용을 한국 정치 현실 등에 대입해 이해하려는 관객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누리꾼들은 “대선 후에 봐서 그런지 더 먹먹했다. 프랑스혁명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닮아있는 것 같다”(@Fly2Miri), “우리는 해방 이후 지금껏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luoes),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피에 의해 세워진 근대적 민주주의를 여러 예술 장르를 통해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누구는 광주조차 지우려고 애쓰고 폭동이라 부르며 모욕하고 있다”(@cinemAgora)는 등의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강유정 영화평론가 겸 고려대 연구교수는 “프랑스혁명 이후 나아지지 않은 세상, 부유한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더 비참해진 가난한 자들의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관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을 견디지 못한 판틴(앤 해서웨이)이 머리카락도 팔고 몸도 팔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 즉 가난 때문에 나락에 빠지는 모습이 한겨울에 더 혹독한 경제적 궁핍과 맞물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9일 개봉 후 점차 스크린 수도 늘어나고 있다. 19일에는 589개 스크린에서 상영됐으나 3일째인 21일에는 652개, 6일째인 24일에는 696개 스크린이 <레미제라블>을 선택했다. 마케팅·홍보를 맡은 레몬트리 박주석 실장은 “메시지 자체가 진중하다 보니 대선국면과 맞물려 20~30대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또 “혁명은 실패했지만 좌절감을 주는 게 아니라 희망을 노래하는 부분에서 위로를 받는 것 같다”며 “주제곡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 감정이 격해진 관객들이 사랑의 전사가 되어 내일을 맞이하자는 내용의 마지막 대사 ‘내일은 오리라(Tomorrow comes)’에서 위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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