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현대판 고려장 - 노인들의 세상에 가다

忍齋 黃薔 李相遠 2015. 5. 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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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늙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불효의 문제는 결국 돈 문제입니다. 철없는 자식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네들이 비싸고 넓은 집에서 뭐하러 사느냐고 합니다. 그보다 싸지만 이런저런 보살핌이 있는 노인네 원룸이나 요양원에 가서 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는 노인네 원룸이나 요양원을 방문해 보면, 이건 분명히 사심 많은 자식이나 며느리들의 생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제 아버님이 평소 건강하실 때 잘 가셔서 화가들과 어울려 고스톱을 치시던 인사동을 가시려고 이런저런 꾀를 내시려다 어머니 등 가족이 돌보기 힘든 지경인 줄 오해하여 요양원에 하루 보내지셨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신 뒤에 눈물을 줄줄 흘리시며 처량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셨답니다. 자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중에도 효자인 자식이 어머님에게 근처 가톨릭 교구 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원룸시설과 요양원을 소개하더랍니다. 마침 제가 한국을 방문하던 때라 어머님이 그곳에 한번 데려다 달라고 하셔서 모시고 가보았습니다. 결론은 현대판 고려장 시설이라는 겁니다. 원룸이니 자식들이 와도 잘 데가 없습니다. 근처에 방문자 숙소가 있다지만 저 같아도 발길이 멀어질 곳입니다.


임대에 월세를 내는 곳이니 생각보다 오래 살아 돈 떨어지면 길거리 노숙자 신세가 되는 건 생각 안 하나요? 또 요양원에 들어가면 장기로 있어야 한답니다. 노인네들을 원룸과 요양원에 따로따로 장기 격리하는 시설입니다. 안내하는 분에게 그런 점을 지적했더니 금세 방어적인 자세가 되더군요.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그곳에서 식사도 해보고 이곳저곳 돌아보다가 결국 어머님은 요양원 요양시설 초입에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서셨습니다. 그리곤 단호하게 "나 그냥 살던 곳에 살다가 요단 강 건너가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어머님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8십 중반의 연세에 소형자동차를 지팡이 삼아 동네 일도 보시고 아파트 텃밭에는 유기농을 키워 동네 사람과 나누어 드시니 말입니다. 


가족이 없는 노인네 부부가 살기에 적합한 그곳의 취지와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5씩이나 있고 손주들이 9씩이나 있는 제 부모님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곳입니다. 더욱, 노인네들만 모인 곳이니 음침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빨리 자리를 뜨고 싶던 차에 단호하신 어머님의 판단이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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