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대한민국에 관심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들끼리 아옹다옹 살기도 벅찬데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까지 끼어 감 뇌라 배 놔라 하는 게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면 쉽게 그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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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서울놈이 전라도와 인연을 맺는 그 순간 나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1980년 5월 17일 자정 전북대 학생회관에서 농대 1년 선배 이세종 열사가 금마공수의 개머리판 가격으로 비명 한번 못 지르고 내 눈앞에서 꼬꾸라지던 그 순간 나의 한국 인생은 그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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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김대중에게 50만 원을 받아 순진한 전라도에 학생소요를 일으키기 위해 위장입학을 하였네부터. 간첩으로 조작되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할까요? 이세종 선배의 죽음을 보았느냐고 닦달할 때는 죽음을 직감하고 보지 못했노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세종의 죽음에 대해 언급할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린다는 협박을 단단히 받으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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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빠서 그리 죽도록 고문을 받았는데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조서를 살인마 전두환이가 체육관 대통령이 될 때까지도 외우질 못해서 기소조차 되지 못한 체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잡혀간 딴 애들은 기소되고 학교에서 잘리고 하였는데 나는 멀쩡하게 학교로 돌아가니 또 학생들은 저놈 프락치다 오해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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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미국을 방문했던 통일운동가 한상열 선배는 순진하게 아예 대놓고 물어보더군요. "너 정보부 프락치 아녔느냐?"고 한국에 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여 1988년 유학을 핑계로 한국을 탈출합니다. 학비며 생활비 주는 학교 찾아 미국의 4개 대학원을 전전하여 환경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연방 정부에 직업을 구해서 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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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5차 5.18 민주화 유공자로 명예가 회복되기 전까지 15년이 넘는 세월을 한국을 향해선 오줌조차 싸지 않고 살았습니다. 내 아들이 한국을 물어오면 악마들이 사는 곳이라 이야기를 해주었고요. 혹시라도 한국사람이 보이면 고문하던 보안대 하사관 준위들처럼 보여 말 한번 썩지 않고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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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차 5.18 민주화 유공자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싸였습니다.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선배 같은 존경할 만한 분은 살인마 전두환이 두 눈이 시퍼렇게 살아 기고만장한데 무슨 5.18 민주화 유공자냐고 일갈하는 겁니다. 저도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그때 제 각시가 한마디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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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트라우마는 중증이야"라고 포스트 투라우마틱 디스오더가 있는 사람과 사는 가족들의 고충은 또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목적으로 5차 5.18 민주화 유공자를 수용했습니다. 대신 장애등급 운운하는 신체검사는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천만 원이 조금 못 되는 보상금은 불우이웃돕기에 희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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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원? 내가 1억 원 줄 테니 살인마 전두환을 내가 두들겨 맞고 고문받듯 딱 하루만 원 없이 패고 고문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인터넷에 보상 많이 해주었다고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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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한국과 인터넷을 통해서 화해하고 있는 겁니다. 비어버린 정서적인 공백도 메워보고 있고 악마들이 사는 한국이라고 뻥 친 이 못난 아빠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머리 다 큰 아들을 살살 꾀어서 충남 연기에 원어민 강사로 보내고 민족고대로 편입시켜 졸업시키는 노력도 불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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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5년 살인마 전두환이 설치던 80년대가 오래전에 지나버린 민주화된 한국이 유신의 잔당들이 설치는 땅이 되어 있는 게 거저 신기할 뿐입니다. 닭 도살공장에서 비숙련직 이민 쿼터 몇십 명 받았다고 소개 좀 하라 해서 이 페이스북에 10시간 게시했더니 1,500명이 넘는 페이스북 친구가 가겠다고 연락을 해서 제가 기겁할 정도의 한국이란 게 정말 서글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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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서슬퍼런 군부독재를 피해 잠시 미국에 도망와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이 민주화되고 살인마 전두환이 죽으면 내 조국 내 나라에 가서 살날을 기대하며 사는 한국사람입니다. 아~ CPA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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