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것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포함한 생활을 미국에서 하고 있습니다. 제 한국 이름 '상원'이 미국인들에게 발음하기도 힘들고 제가 듣기에도 비속어 '쌍'이나 '쌩'으로 들려 고민하다가 천주교 견진명이기도 한 '사무엘(Samuel)'을 공식 미국 이름으로 사용하여 쓰고 있습니다. '사무엘'의 애칭이 '샘(Sam)'입니다. 주위에 직장동료나 친구들은 저를 한결같이 '샘'이라고 부릅니다.
.
한국을 방문하거나 SNS상에서 가끔 저를 호칭할 때 '샘'이라고 하여 기뻤던 적이 많습니다. 한국도 많이 미국화되어 저를 부를 때 '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나이 어린 사람들이 저를 '샘'이라 부르면 속으로 '아이고 이 괘씸한 녀석들이 나를 한국사람이 아니라 미국사람 대접을 해서 이름을 존칭 없이 마구 부르는구나!' 생각하며 머릿속의 혼란을 극복하여야 했습니다.
.
오늘 마침 소설가 은미희(Meehee Eun) 선생님과 페이스북상에서 새해 인사를 나누느라 댓글 확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를 여러 차례 '샘'으로 호칭하여 주셔서 한국의 저명한 중견 여류 소설가로부터 받는 친근감의 표현으로 여기고 우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샘'으로 호칭을 하셨는데 댓글 줄이 바뀌기도 전에 제 각시 이름과 함께 샘이 또 붙어 있는 겁니다. 그러니 그 '샘'은 제가 생각한 제 이름 '샘'이 아닌 겁니다. 바로 '선생님'의 신조어 '샘'인 겁니다.
.
선생(先生)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학예가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성(姓)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국어사전에 '샘'이 없으니 신조어입니다. 학자들 사이에도 유달리 존경하는 은사님에게는 박사님이나 교수님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찌 그 선생님 의미의 '샘'은 친근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상대를 낮추어 부르는 느낌도 듭니다.
.
한국의 중견작가이고 삼성문학상에 빛나는 소설가이며 국문학 관련 대학원 공부를 하시고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은미희 작가님이 사용하는 '선생님'의 약어(略語)로서 '샘'입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의 석 자를 초성, 중성, 종성에서 한 획씩 따서 만들었으니 과학적 결합이기도 한 신조어입니다. 학생들도 '선생님'보다는 '샘'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하늘처럼 받들던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존경심은 사라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젊은 학생들이 주고받는 SNS 대화를 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무슨 말을 나누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약어와 은어가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젊은 학생들이 주고받는 약어와 은어를 별도로 공부하지 않으면 남과 북의 이질감 극복은 고사하고 세대 간의 이질감도 극복하지 못하고 요단 강을 건너야 할 판입니다. 신세대에게 약어와 은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퇴물 구세대가 될까 봐 아찔합니다.
.
+++
반응형
'0. 韓山李氏 > 08_黃薔(李相遠)'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ddington Bear (0) | 2016.01.18 |
---|---|
임석수 바오로 신부님 (0) | 2016.01.13 |
천주교대구대교구 2대리구청 교구장 대리 Fr. 박성대 요한 (0) | 2015.12.25 |
예술가의 손길을 거친 나의 모습 (0) | 2015.12.10 |
[FUBU와 삼성물산] (0) | 201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