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의 장으로 누구나 입학하여 공부할 수 있는 미래라이프대학을 만들겠다는 이화여자대학교의 계획이 이화여대 학생들과 동문 그리고 교수들이 합세하여 무산시켰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접하니 아주 어렸을 적 동네 어른들이 "이화여대에 청강생을 하도 많이 받아서 학생 수가 왕십리 배추밭 똥파리 수보다 하나 더 많다"고 하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이화여대 학생 수가 많았는지는 내 모르겠지만, 왕십리에 똥파리 많은 건 알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불광동 보건원 사택에 살았는데 종마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가끔 뚝섬 경마장의 종마장으로 나와 친하던 말이 가면 그 말을 만나기 위해 50환 백동전을 한 줌 집어 들고 버스를 타고 종로로 나가 전차를 타고 왕십리 전차종점에 내려서 기동차로 갈아타고 뚝섬 경마장을 오갔다. 그 기동차가 왕십리에서 뚝섬으로 오가는 길이 배추밭이었는데 똥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기동차를 쌔까맡게 덮은 똥파리떼에 기겁을 했던 그 기억은 아마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어른들이 없어도 있는척하는 사람들을 뚝섬에서 나는 배추로 담근 김치를 먹고는 갈비 먹은 듯 거드름을 피운다고 "뚝섬 갈비 자셨나?"고 빈정거리던 이야기도 기억이 난다. 50환 백동전 하나가 편도 가격이었던 이 전차는 1968년 11월 29일 마지막 전차가 왕십리를 떠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화여대 학생 수가 왕십리 똥파리 숫자에 희화되도록 많은 청강생을 허락했던 이화여대가 2016년 기득권 지키기에 나선 것 같아 씁쓸하다. 마치 왕십리 똥파리가 뚝섬 갈비 자시고 거드름 피우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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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1월 29일, 69년 6개월 12일 만에 마지막 전차가 왕십리를 떠났다. 1968년도의 전차 정류장의 모습으로서 전차철거를 반대하는 직원들의 반대구호가 걸려있다.
왕십리와 뚝섬을 오가던 기동차
전차
영화 왕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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