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_082_五.一八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

忍齋 黃薔 李相遠 2018. 5. 1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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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8일 5.18민주항쟁 38주년에 해보는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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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8일, 5.18민주항쟁 38주년을 맞아, 38년 전 5월부터 10월까지, 고문 속에서 만난 나의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님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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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소리 소문 없이 살인마 전두환의 졸개들 손에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불쌍한 나의 어머니는 전라도로 유학 간 아들이 80년 5월에 행방불명되었다고 아직도 구순을 바라보는 노구를 이끌고 찾아다니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설혹 살아남었어도, 어쩌면 나는 아직도 실성한 정신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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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기도와 로사리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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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가서 벌거벗겨지고 젖은 모포로 싸인 몸은 복날 개 잡듯이 몽둥이찜질부터 당했습니다. 그때 패는 놈들에게 간절하게 목숨을 구걸했습니다. 살려달라고. 그리고 제일 많이 내 목숨을 구걸한 분이 주님이었습니다. 화살기도며 로사리오기도며 손가락을 꼽아가며 1달 반을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수천 수만단의 로사리오 기도를 올리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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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기도는 응답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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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에게 구하는 기도가 소용없다는 걸 깨닫던 어느 날, 나는 나보다 더 한심한 꼴로 가시관을 쓰고 무거운 십자가를 끌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러 올라가는 이스라엘 민족의 보잘것없는 지도자 예수님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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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민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실패한 민족지도자 인간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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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기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 양반에게 목숨을 구걸했다니. (Oh My God! I prayed to the wrong person for saving my life.)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나보다 더 불쌍한 예수도 죽으러 가는데 나쯤이야' 하는 생각과 '그래 죽자' 하는 다짐이 일었습니다. 그 순간, 고문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나의 삼촌, 큰 형뻘 되는, 고문을 가하던 보안대 악마같은 중사와 상사들에게 "당신에겐 나 같은 동생도 조카도 없느냐?"는 말이 차분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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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야비하고 행동이 아주 노련해 보이던 상사 한 명이 "이 자식 맛이 갔군." 했지만 난 그들의 눈빛에서 그들이 내말에 두려워 한다는걸 느꼈고, 내가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삶의 희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죽으려고 하는 자 살 것이라는 음성이 귓전에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또 저 버러지 같은 인간들은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잔인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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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가련하고 초라한 인간적인 예수를 경험하고 난 후로는 쓸데없는 걸로 기도 별로 안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주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 내가 경험했던 그 초라한 인간의 몸으로 오셨던 예수를 2018년 5.18민주항쟁 38주년을 맞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증언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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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나는 그 지옥 속에서 죽음을 넘어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죽기를 각오했던 그 날들을 생각하면 그 무엇인들 못할것이 없었습니다. 정보과 형사들의 감시의 눈길 속에서 오파상도 했고 전세계유학가이드도 발간했습니다. 잡지협회 연구원에 잡지기자 그리고 88올림픽.파라림픽 풀 잡지 취재기자단 총무도 즐거운 마음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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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미국유학을 나와 환경공학박사에 미국 환경청 표준모델도 개발했고 미국인들도 버거워하는 미국연방공무원도 되었습니다. 2003년에는 5.18민주화유공자로 명예도 회복되었지만 2018년 3월 미국국적보유를 이유로 5.18민주화유공자를 박탈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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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비상임전문가 이력과 과학기술유공자 표창장등을 첨부하여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통한 북수국적허용을 신청해서 그 결과가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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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미국인으로 미국에 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런말하는 자들과는 상종하지 않을 겁니다. 또 그러러면 미국국적을 버리고 한국국적을 회복하지 그러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재 호구지책이 미국연방공무원입니다. 또 미국국적을 버리면 평생 싸아둔 은퇴연금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말 하는 자가 날 먹여 살릴겁니까? 아무튼 올해는 우울한 날들이 매년 반복되는 5월병에 가중되어 힘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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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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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련하고 불쌍하고 초라한 예수님 고만 팔아먹고, 인간으로서, 같은 민족에게서조차 버림받은 실패한 민족지도자 인간 예수가 인류의 구세주가 되는 그 과정을 2018년 5월 18일 5.18민주항쟁 38주년을 맞아 묵상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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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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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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