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운(芝雲) 김철수(金綴洙, 1893~1986) 선생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작품
논어(論語) 첫머리는 세 가지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토를 달아 외우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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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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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운 김철수 선생도 배움의 기쁨과 벗과 어울림의 기쁨을 인생의 낙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서화보따리에서는 헤어지고 좀슬은 서화를 많이도 남기셔서 나오고 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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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는 이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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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벗 우(友)가 아니라 붕(朋)이다. 붕은 벗 중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同志之友를 말한다. 그 붕(朋)은 학문을 갈고 닦아 틈날 때마다 내 것으로 만드는 나를 도와주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붕(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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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뜻을 함께하는 同志之友가 바로 붕(朋)이다. 정치결사를 예를 들어보자. 정치지도자와 동지의 관계에 적용해서 말하면 정치지도자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받는 同志之友가 바로 붕(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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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붕(朋)이 저 멀리 원(遠)에서 온다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측근과 간신과 부인 그리고 친족들에게 두눈과 두귀가 마비되도록 둘러싸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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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랍시고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라도 일반 백성들의 공적인 의견이나 비판적인 견해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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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럴 때 그냥 그런 측근배[具臣]가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동지(朋臣)가 있어야 한다. 동지(朋臣)는 그런 쓴소리와 비판과 공적인 의견을 듣고 와서 가감 없이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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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는 성내지 않고 오히려 평소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어 고마워하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그럴때 맘껏 同志之友들은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정치지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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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가 조금이라도 즐거워하지 않는 표정을 짖고 내색을 보이면 제아무리 신뢰를 받는 측근이라도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감히 할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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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지운 선생은 이 상식적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를 오랜 세월에 걸쳐 쓰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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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는 정치지도자에게 스승 같은 동지[師臣]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고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는 정치지도자에게 뜻을 같이하는 벗과 같은 동지[朋臣]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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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모두 정치지도자의 진실된 겸손한 마음[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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