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0. 韓山李氏/07_芳園(李盛粲)

[지운 선생과 방원 선생]

忍齋 黃薔 李相遠 2020. 12. 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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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되던 해 1927년생 내 부친 방원(芳園) 이성찬(李盛粲, 1927~2018) 선생은 경성원예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이왕직에서 운영하던 창경궁 식물원 원장으로 취직했다. 말이 원장이지 혼자 서구식 유리온실을 관리하는 막일꾼이었을 거다. 만 18세 청년으로 그 창경궁 식물원은 사회에 첫걸음을 걷는 직업이었다. 1893년생 지운(芝雲) 김철수(金綴洙, 1893~1986) 선생은 해방을 맞아 공주감옥에서 출옥하여 서울에서 장안파들과 남북으로 갈려질 조국의 운명에 노심초사하며 좌우익을 설득하여 분단만은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탔다. 서로 우두머리가 되어야겠다고 치사하고 야비한 음모나 꾸미는 좌우익 정치가들을 대하며 얼마나 골머리를 썩여야 했을까? 지운 선생에게 창경궁 식물원은 그나마 머리를 식힐 곳이었을 것이다. 만 48세의 지운 김철수 선생은 그 창경궁 식물원 일꾼인 18세의 내 부친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그리고 부친이 누구인가를 물었다. 만주에서 미곡 검사관을 하셨던 성자 구자 쓰시는 분입니다.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를 올 갈 때마다 군자금과 은신처를 제공해주던 은인의 아들이었으니 정말 반가우셨을 거다. 1986년 작고 하실 때까지 이어진 인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 인연으로 중매도 스셨고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다. 내 부친에게 젊은 시절 내렸던 호는 방산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중년 이후에는 방원으로 바꾸어 주셨다. 몇 달이 멀다 하고 지운 선생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냐며 찾아오던 정보과 형사들에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심약했던 내 부친이 이처럼 긴 인연을 이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지만, 아무튼 이 서화와 서찰들은 내 부친과 지운 선생과 인연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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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

1. https://blog.naver.com/samswlee/222180426133

2. https://blog.naver.com/samswlee/22218045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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芳山幽居(방산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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芳園書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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