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防腐劑, Antiseptic)·살균제(殺菌劑, Germicide)·보존제(保存劑, Preservatives)·항생제(抗生劑, Antibiotics)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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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호주 연구진은 베트남의 소시지인 넴츄아(Nem chua)에서 리스테리아나 보톨리누스 세균을 퇴치시켜주는 새로운 ‘천연 방부제’ 성분을 발견했다. 넴츄아는 바나나 잎으로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는 전통 돼지고기 음식이다. 이 천연 방부제는 넴츄아에 들어있는 유산균(Lactiplantibacilus plantarum)이 만들어내는 ‘플란타사이클린 B21AG’라는 항균성 단백질인 박테리오신(bacteriocin)이다. 열대의 더운 날씨에서도 넴츄아가 쉽게 상하지 않는 비밀은 이 ‘플란타사이클린 B21AG’이었다. (https://pubmed.ncbi.nlm.nih.gov/2183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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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防腐劑, Antiseptic)’는 목재나 생물표본 등의 부패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방부제는 인체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섭취는 물론 흡입이나 피부 접촉도 해서는 않된다. 방부제를 사람이 먹는 식품에 쓸수 없다. 식품의 부패와 변질을 막기 위해서 사용하는 첨가제는 ‘방부제’가 아니라 ‘보존제(保存劑, Preservatives)’다. 가공식품에 맹독성 방부제가 들어있다는 오해는 두 용어의 차이를 모르는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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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腐敗, Putrefaction)는 생태계에서 박테리아(세균)나 균류에 의해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다. 부패는 충분한 양의 수분이 있고, 온도가 적절한 곳이면 어디서나 일어난다. 부패는 공기(산소)가 없는 곳에서도 일어난다. 식물이나 동물이 만들어놓은 유기물을 분해시켜서 자연에서의 물질 순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인간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발효’와 달리 부패는 많은 경우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 목조 구조물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음식이나 의약품을 썩혀버린다. 부패로 고약한 악취도 발생한다. 부패로 상해버린 음식이나 의약품은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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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를 막기 위한 기술은 부패가 일어나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을 때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수분을 제거하면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조·훈제 기술이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소금·식초·설탕(꿀)을 이용해서 부패를 차단하는 방법도 경험적으로 개발한 방법이다. 야채·생선·육류를 소금에 절인 ‘염장’, 야채를 식초에 절인 ‘피클’, 과일 등을 설탕이나 꿀에 절이는 ‘설탕절임’도 부패를 막기 위한 저장 기술이다. 한국에서는 설탕절임이 ‘효소’라고 잘못 알려져 있다. 20세기에는 공기를 차단하는 통조림과 온도를 낮추는 냉장고를 이용한 음식물의 부패방지기술도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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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가 일어나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낸 것은 19세기 중엽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와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의 통찰력 덕분이었다. 자연에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미생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기물이 부패하고, 감염(感染, Infection)에 의한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연에서 생명이 저절로 발생한다는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발생설’은 용도폐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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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나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나 균류를 제거하는 ‘살생물질’(바이오사이드)을 이용해서 부패와 감염을 방지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박테리아나 균류에 강한 독성을 나타내는 살생물질은 수없이 다양하다. 미생물의 세포막을 무차별적으로 파괴시켜버릴 정도로 독성이 강한 살생물질도 있고, 특정한 미생물의 대사 작용에만 선택적으로 독성을 나타내는 살생물질도 있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피톤치드’(phytoncide)도 사실은 숲의 나무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벌레·박테리아·균류를 제거하기 위해서 만들어내는 살생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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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물질의 독성은 농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살생물질이라도 충분히 묽으면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포르말린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연적인 이유로 매우 적은 양의 포르말린이 들어있는 식품을 소비한다. 반대로 독성이 강하지 않은 살생물질이라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만성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미생물의 경우에는 독성이 충분히 강하지 않은 살생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유전물질에 돌연변이가 일어나서 ‘저항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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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게 독성을 나타내는 살생물질은 당연히 인체에도 피해를 준다. 페놀이나 포르말린과 같은 강한 독성의 살생물질은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그런 살생물질은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자칫하면 빈대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몽땅 태워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살생물질을 ‘방부제(防腐劑, Antiseptic)’라고 부른다. 독성이 강한 방부제는 사람이 접촉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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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이 약한 살생물질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영장·화장실 또는 가재도구의 표면에 묻어있는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살생물질은 ‘살균제(殺菌劑, Germicide)’라고 부른다. 흔히 ‘락스’라고 알려진 ‘하이포염소산(차아염소산)’이 대표적이고,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 PGH·PHMG·MIT·CMIT 등도 살균제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살균제는 ‘소독제(消毒劑, Disinfectant) ’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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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이 포함되어 있는 가공식품·의약품·의약품·화장품의 부패·변질을 예방하는 목적으로는 인체 독성이 더욱 약한 살생물질을 사용한다. 그런 살생물질은 ‘보존제(保存劑, Preservatives)’라고 부른다. 레몬산(구연산, 시트르산)·안식향산(벤조산)·아스코브산(비타민 C)·토코페롤(비타민 E) 등이 흔하게 사용하는 보존제다. 포르말린은 자연 상태에서도 만들어지지만, 많이 섭취하면 위험하다. 보존제는 대부분 화학공장에서 대량으로 합성한다. 합성 보존제는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 보존제보다 값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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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에 민감한 알러지(이상반응)를 나타내는 사람에게 보존제는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세균·균류에 의해 부패된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실제로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은 물티슈가 유통과정에서 부패해버린 경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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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제는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해놓은 ‘허용기준’을 지켜야 한다. 허용기준 이상의 보존제가 포함된 제품은 식품위생법 등에 따라 생산과 유통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허용기준은 인체 독성, 경제성,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허용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면 생산·유통 과정에서의 부패·변질을 예방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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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살생물질은 ‘항생제(抗生劑, Antibiotics)’라고 부른다. 페니실린이 가장 오래된 항생제다. 항생제는 특별한 종류의 세균에게만 선택적으로 독성을 나타낸다. 감염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종류와 양은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에 따라 결정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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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살균제’를 항생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작년 여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살균제를 인체에 주사하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말을 고지곳대로 믿은 사람으로 인해 실제로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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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인체 독성이 비교적 약한 살생물질이다. 그렇다고 항생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항생제의 사용량과 사용기간도 중요하다. 감염이 완전히 치유되기 전에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면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변종’ 세균이 발생할 수 있다. ‘슈퍼 박테리아’가 그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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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防腐劑, Antiseptic)·살균제(殺菌劑, Germicide)·보존제(保存劑, Preservatives)·항생제(抗生劑, Antibiotics)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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