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3_생각해볼글

가톨릭이 죽인 후아나 수녀 2005년 5월 6일 pm 4:04

忍齋 黃薔 李相遠 2005. 5. 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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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이 죽인 후아나 수녀 2005년 5월 6일  pm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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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이 죽인 후아나 수녀
[한겨레21 2005-04-29 18:12]
[한겨레] [김재희의 여인열전]

▣ 김재희/ <이프> 편집인franzis@hanmail.net “오, 마이 갓!” 이건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며칠 전, 여성 혐오가 심각한 인물의 교황 선출에 대해 내지른 감탄사라 한다. 번번히 300년쯤 늦게 진리를 선포하는 가톨릭 교회의 딱한 현실을 개탄하는 가톨릭 최고의 지성 한스 큉 교수는 일찍이 <슈피겔>에 보낸 기고문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안위와 차기 교황의 노선을 걱정하며 “교황의 죽음이 교회의 죽음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 1651년 12월 스페인 식민지였던 멕시코에서 태어나 외할아버지 농장의 서재를 놀이방 삼아 수학·천문학·생물학·미술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대던 천재 소녀 후아나가 가톨릭 교회를 새로운 반석 위에 올려놓을 ‘주님의 딸’로 칭송받아 마땅했으나, 여성을 끔찍이 혐오하며 여성의 지적 추구를 엄금했던 대주교의 박해를 받아 참회진술서를 쓴 뒤 혈서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여자”라고 서명해 제출했던 까닭도 실은 300년 먼저 태어난 탓이었을 게다.

뛰어난 미모와 재능과 재치로 왕실의 총애를 받던 ‘후아나 이네스 델 라 쿠르스’는 15살 때 스페인 총독 부인의 자랑거리가 되어, 수학과 과학과 문학과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 40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이 쏘아대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며 천재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독립된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 열일곱살에 수녀가 된 그녀는, 당시 정상급의 지식인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4천권이 넘는 책을 서재에 채워넣고 각종 지도와 악기, 실험기구까지 끌어들였다. 그런 그녀의 방은 멕시코 정신문화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과 위대한 영혼을 지닌 수녀로, 시와 희곡, 코미디 작가로 이름을 날리며 멀리 스페인에서까지 ‘열 번째 뮤즈’로 사랑받았던 그녀는 주교들의 권력 다툼에 이용돼 신학 비평을 쓰게 되는데, 결국 이 글로 대주교의 분노를 사고 종교 재판에 회부돼 지적활동과 저술활동을 금지당한다. 그녀는 곤혹스런 자기학대의 징벌을 수행하는 한편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동료 수녀들을 간호하다, 자신도 전염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요즘 몰지각한 여자들이 남성과 여성이 동등해질수록 여성이 해방되고 자유로워진다는 위험한 세계관을 퍼뜨리고 다니는데, 우리가 굳이 여성을 육체적인 생식기능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출산 능력에서 비롯하는 귀기울임과 수용 능력, 겸손, 충실, 칭송, 기다림 등의 미덕을 잊고 남성을 적으로 규정하는 이들의 바람은 유해한 혼란을 일으켜 가족제도에 치명적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증언은 후아나 수녀를 징계한 17세기 멕시코 대주교의 판결문이 아니다. 이건 최근까지 신앙교리성 장관이었던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작성해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름으로 발표한 21세기 문헌의 일부이다. 신부의 결혼 금지 철폐와 여성사제 임명 또한 수백년 뒤 베네딕토 21세 때나 돼야 가능해질까?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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