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3. Sciences/34_Hydrology

[펌-농민신문] ‘구들연구소’ 구들방 체험기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2. 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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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연구소’ 구들방 체험기
 
자연 상생원리 이용 흙·돌로 지은 집…아랫목과 윗목의 따스함에 절로 감탄

“구들은 잘 모르고, 서양 보일러에 길들여져 있으니….” ‘고수’가 놓은 구들방에서 하룻밤 배와 등짝을 깔고 따스함을 느껴보기 위해 강원 양양군 강현면 답리 삼륜(三輪) 구들연구소를 찾았다. 김명환 소장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구들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며 첫 인사말을 건넸다.

도착하자마자 구들방부터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빗나갔다. 구들방 강의부터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토수’(미장이·구들 놓는 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저녁을 먹는 잠깐을 제외하고는 7시간 내리 구들 강론을 펼쳤다. ‘탁탁 소리 내며 타는 장작불’ ‘숯불에 뜨거워진 바지 속의 살닿는 감촉’ ‘부지깽이로 벽에 낙서하는 멋’. 듣고 있으려니 27년 전 기자가 소죽을 끓이며 군불을 때던 경험이 되살아났다.

구들에 대한 이야기는 밤 11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흥분된 마음을 간직한 채 김소장이 5년 전 혼자서 돌과 흙으로 지었다는 10평 규모의 구들방에 들어섰다. 오전 9시쯤에 땐 군불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랫목과 윗목의 따스함에 절로 감탄했다. 방 안에는 참새 한마리도 들어와 퍼덕이고 있었다. 홀로 잠자는 나그네의 친구가 되기 위함이거니 하고 ‘동침’의 기쁨도 누렸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구들방을 만져봤다. 여전히 아랫목과 윗목은 따습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방바닥에 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방바닥이 탄 것은 구들을 잘못 놓은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아침을 먹고 다시 따스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구들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구들은 불을 먹는다. 아궁이는 입이요, 고래(골)는 오장육부다. 굴뚝은 똥구멍이다. 아궁이는 밑에 있어야 하고, 굴뚝은 높을수록 좋다.” 오전 내내 강의가 이어졌지만 방은 여전히 따뜻했다.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시린 사람들이 찜질하기에 아주 좋은 것이 구들방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구들연구소는 낙산사와 600m 정도 떨어져 있다. 2005년 식목일에 덮쳤던 낙산사 화재 참상의 흔적이 연구소 주변 곳곳에 아직 남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집은 멀쩡했다. 이유인 즉 불·물·바람 등의 상극과 상생 원리를 이용해 집을 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들의 신비로움과 겹치는 순간이었다. 꼬박 하루 동안 구들 이야기를 듣고 장작불을 지펴보면서 자긍심과 함께 조상들의 번뜩이는 지혜를 잘 활용하면 ‘블루오션거리’를 많이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다. 이곳에서는 매달 한차례 구들학교를 연다. 홈페이지 www.gudeul.net ☎ 033-672-0173.

양양=최인석 기자 ischo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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