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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힘, 노무현의 힘 [칼럼] 노 대통령의 정치 지분을 물려받을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 열린우리당 복귀선언만으로 정치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 뉴시스 유시민 장관의 당 복귀를 두고 온통 정치권의 화제가 되는 것을 보니 문득 유 장관이 정말 큰 인물이 되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 유 장관은 솔직히 과거 TV토론프로그램의 사회자로서의 인상이 깊이 박혀 있어 그 시절 그 모습밖에 기억에 없다. 거기에 덧붙일 것이라고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가끔씩 TV 토론프로그램에 ‘같은 편’으로 동반출연하면서 한 두어 마디 나눈 것 정도라고나 할까. 고향에서 아랫도리 벗고 함께 뒹굴던 어린 시절을 겪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출세한 모습으로 나타나면 여간해서는 그걸 인정하기 어려운 법이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출세하는 것이야 그가 애초부터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 뭐든 이유는 있겠지라며 상상력으로 때울 수 있지만, 잘 아는 사람일수록 도대체 왜 저 인간이 갑작스레 출세했는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재선(再選)에 불과한 현직 의원이 장관직을 물러나 정당으로 복귀하는 일이 그렇게 드물게 일어나는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인지 그 이유를 해설하는 것도 정치논평가의 의무 가운데 하나이니 나는 이제 그 의무를 이행하고자 한다. 유시민은 열린우리당 소속의 정치인 가운데서 거의 유일하게 자기 지분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나는 평가한다. 그것이 재선에 불과하면서도 지난 4년간 자칭타칭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원이나 김근태 의원 등과 차별화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화려한 운동권 경력이란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지도 않으면서도 여타 운동권 출신의 의원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40대 후반 연령대에 즐비하게 포진해 있는, 사교술 좋고 처세술 좋은 많은 ‘장래유망한’ 의원들의 유망함을 단숨에 짓밟을 수 있었던 이유였던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자기지분이란 무엇인가. 과거 지분정치의 주역인 3김(金)씨의 경우 그것은 지역기반이었다. 경상도, 엄밀하게 얘기하면 부산과 경남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분이었고,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분이었다. 약하지만 충청도는 김종필 씨의 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철승을 비롯해 쟁쟁한 정치인들이 모두 화려한 꽃망울을 펴보지도 못하고 져버렸던 것과 대조적으로 3김씨가 각각 대통령이 되거나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지분 때문이었다. 지역기반이란 지분은 실은 3김씨가 사라진 지금까지 살아 있다. 한나라당이 그토록 ‘깽판’을 쳐도 선거만 하면 압승하거나 최소 반타작을 하는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특정한 개인이 아니어서 그렇지 한나라당이란 무형적 실체 자체가 지역맹주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영남의 ‘묻지마 지지’가 한나라당의 힘의 원천인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가 설사 불만이 있다손 치더라도 한나라당을 쉽게 뛰쳐나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 아닌 한나라당이란 무형적 실체에게 쏠리는 영남의 ‘묻지마 지지’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뿐인가. 열린우리당이 한때 의석과반을 지녔고, 그 이후에도 원내 최대 다수당이면서도 국민들의 지지가 바닥을 기었던 이유 역시 호남의 민심 이반 사태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영남의 ‘묻지마 지지’를 최소한도라도 커버하기 위해서는 호남의 ‘묻지마 지지’가 필수적인데, 이 호남이 열린우리당을 외면해 버리니 바닥을 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완전 바닥을 긴 이유의 원천은 바로 호남 지분의 상실이란 지분정치의 특성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면서도 불과 몇몇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이 지분을 사실 유시민이 갖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물론 알고보면 전혀 놀랄 것도 없지만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유시민의 지분은 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지분의 반영(그림자)이다. 3김씨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분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바로 노 대통령이었다. '노사모'란 노 대통령이 갖고 있던 지분의 상징이었다. 이 지분은 노 대통령이 아무리 수구언론들의 공세에 밀릴 때에도 10% 지지를 견인해 줬던 세력들이다. 이 지분은 유권자 대비 최저 10%에서 최대 20~30%에 이른다고 나는 계산한다. 이 지분의 상속자가 누가 될 것인지 사실 나는 매우 궁금했었다. 물론 4년전부터 이 지분의 상속자는 유시민이 될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다. 이 지분은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는 것이었지만 조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믿음이었다. 김근태나 정동영에게는 애초부터 이런 믿음이 없었다. 오로지 유시민만이 그 믿음을 갖고 있었다. 노 대통령의 이른바 측근이라고 자부했던 모든 인간들 역시 이 믿음을 갖는데 실패했다. 정청래가 유시민을 가리켜 ‘간신배’라고 얘기했다는데, 표현이야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본질은 자신도 모르게 제대로 짚은 것이었다. 수구언론들의 선동질에 넘어가 합리를 가진 모든 이들이 다 노 대통령을 비난할 때에도 유시민은 노 대통령에 대한 강한 믿음을 표시했다. 어쩌면 그런 행위로 인해 유시민이 간신배로 비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는 바로 그것 때문에 유시민이 노 대통령의 유일한 상속자가 됐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 임기말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지지가 살아나자 그러한 믿음은 간신배의 아첨이 아니라 정확한 정세판단과 신념의 소산이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지분인 이른바 ‘노빠’ 지지가 정청래를 비웃고 오로지 유시민에게 쏠리는 이유는 바로 유시민 자신의 올바른 판단과 신념 덕분이다. 현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지분의 상속 여부가 매우 중요한 일이 돼 버린 것은 노 대통령의 지지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는 현실에 기인한다. 지리멸렬한 범여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노 대통령이다. 어떤 후보감도 10% 지지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노 대통령이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도 상승을 가로막고 있는 격이다. ▲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노 대통령을 뛰어넘는 정치인이 없어서라는 주장은 진부하다. 그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지난 4년간 보였던 정치역정과 철학에 대부분 반대해왔던 사람들이 이른바 범여권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탈당하면서 노 대통령을 비난했을 때 최소 10% 지지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것에 대한 상세한 부연이기도 하다. 장관 유시민이 아닌 정치인 유시민이 관심을 받는 것은, 지난 4년여의 정치적 역정을 통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지분을 물려받을 유일한 사람이란 점을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는 유시민의 정적들마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단언하지만, 범여권의 후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노 대통령 지분의 10~30% 지지의 도장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정치적 행위도 무의미하다. 이런 후보가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면 유시민이 그 짐을 지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작성일시 : 2007.05.22 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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