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미의 사는 이야기 그리고 80518

2. Humanities/25_전라도_운암강

장편소설 운암강 [40] - 김여화

忍齋 黃薔 李相遠 2007. 8. 1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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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mylib.kll.co.kr/gen/main_0602.html?kkk=5&sss=1&sl=1&id=yehwa21&no=2355&sno=7646&n=40 

장편소설 운암강의 작가 김여화님의 허락을 얻어 제 어머님의 고향 전북 임실 운암의 이야기가 얽혀있는 운암강을 올립니다. 작가의 허락없이 퍼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노란장미 주]

 

 

장편소설 운암강 [40] - 김여화

 

 


 

제목  [40회] 물차던 여름-4
등록일  2001-12-02
조회수  10회
물차던 여름-4

본시 간자터 앞 냇가에는 진안 백운산 마이산 덕태산 골짜기의 물이 관촌 방수리에서 회치미 상월리 학골 절골 물을 아우러 창인리 앞에서 임실천과 함께 시암내를 이루다가 학산이 앞 시루바우 앞에서 부터 강다운 강을 이루고 돌아 월맹이 나루터를 돌아나오는 물이 강쟁이쏘 앞에서 조월리 옥녀동천과 살을 섞는데 관촌에서 내려오는 물의 량이 좀 많은가 게다가 상류 지역 진안 백운 골짜기가 워낙 방대하게 넓어 수천 수만개의 골짝 물이니 자연 간자터 앞에서 옥녀동천 물은 역류라고 할 수는 없지마는 두리벙벙 근처를 삼키기 일쑤라.
해마다 한 두차례 물 난리를 격었는바 이때도 일찍이 잿말이 물 밑에 묻히기 전에 물 난리를 한차례 겪었는데 그때 까지만해도 가히 그리답지 않아 그렇듯 수장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게다가 수몰선은 돌성이네 큰집 수형씨의 집 그 아래로 그어져서 돌성이네를 비롯한 잿말 동네 윗뜸 사람들은 타물탐 하였으니 그리 급하게 이사를 못하였던 것이라.
간좌터 물 찰 때마다 바라보면 보릿다발이 동동 떠 다니는가 하면 돼지도 떠 내려오고 어느때는 사람이 떠 내려오거나 더러 냇가 미루나무 가지에 사람이 매달려서 살려달라고 고함을 치지마는 누구도 성깔내며 물머리 휘도는 그곳에 뛰어들어 구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허다한 것을 물 가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구원의 손을 내밀 수 없으니 필경장에 미루나무는 사람을 매단채로 낭창낭창 붉덩물을 도리깨질 하다가 영영 물 속으로 묻혔다 물이빠지거든 사람은 떠내려 보내고 저만 홀로 푸른잎삭 반들거리며 서 있는 것이 예사라.
이렇듯 간좌터 물난리를 격는 것이 연중행사 일 수 밖에 없는 지형상 운암강의 가운데라.
설마설마 했던 사람들의 생각에 저 정도면 우리집은 내일이나 아니면 저녁이나 물이 닿겠거니 뭉청뭉청 바라보다가 금방새 싸립에 물이 돌아 들어오니 마당이 벙벙히 붉은 바다를 이루며는 그제야 정신없이 징을 두두리고 짐들을 챙기는데 그 모양이 6,25전쟁 때 보다 못하지는 않으니 물을 피해 피난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다며는 마치 시앙쥐 꼴이라.
홈조로이 젖은 몰골은 빨래를 쥐어 짜다만 듯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고무신짝 신은 듯 만 듯 걷어올린 가랭이는 한쪽은 풀어져 내린 것이 지게를 진 사람 무엇이든 이고 가는 사람 이 같이 동네사람이 모다 나선 것은 제일 아랫뜸 집이 물이 차면 급한김에 그집에 물건을 저만끔 윗뜸 높은 집으로 옮겨놓고 다시 낮이되면 짐을 옮기는데 날이면 날마다 이삿짐을 나르고 밤에도 물 차온다 징소리가 울리면 횃불을 붙여라 잡아라 모두가 나서는거라.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나서는데 돌성이네 큰 집 물찬 밤을 그려보자.
낮부터 잿말 아랫뜸에 빈집 지붕이 떠 있는데 뉘집뉘집 지붕만은 그대로 있으니 마치 지붕까지만 물이 찬 것으로 보이지마는 실은 집이 물에 잠겨 시간이 가면 지붕을 떠 밭치던 기둥이나 대들보는 그대로인채 지붕만 물위에 온전히 뜨는거라.
이는 붉덩물이 한꺼번에 밀리는 수압 때문에 그러하니 물머리 한 번 흔들적마다 보에 박혀있던 도리나 서까래가 빠지는거라. 게다가 방구들에는 방장이 눌러 있으니 무거운데 초가지붕만 자연 물에 떠 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돌성이네 집에서 바라보면 흙탕물 덜 가라 앉아 아직은 푸르지도 않은 물 위로 초가지붕들이 떠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안개속에 보이는 동네같고 산수화 그림속에 비치는 산골 동네 같은거라 앞산 병풍산에 풀색이 짙어 풀색 물색 거기에 둥웅둥 떠 움직이지 않는 지붕마다 풀씨 떨어져 쫑긋 올라온 채로 날갯장 얼기설기 엮었던 새끼줄이 가지런히 묵인채로 였으니 수몰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 짬생이도 모르는 열살짜리 돌성이의 눈에는 그저 희안하고 우습고 재미도 나는거라.
낮에 까지 돌성이네 큰 집 보릿다발을 호암산 중턱까지 옮겼는데
"아이고매 저놈으 비암조께바 아이고 징그러라 오매 어찌야까 이"
피보리 가마니를 짊어지고 기슭을 올라가는 고샅마다 물천이라 술렁술렁 물길을 가르면서 빠져 가는데 아직 잠기지 않은 울타리가상 돌다무락에는 살비암이 떼지어 붙었으니 횃불아래 비암 대가리 종긋종긋 보이는 것이 온몸에 찌릿찌릿 피가 솟고 머리카락은 귀신 만난 것 보다 더 무섭게 하나씩 일어서며 겁이나고 마룽짝 밑에 혹은 군불때는 웃방 아궁이에도 비암이 사리를 틀고 있기도 하고 가물치나 붕어가 아궁이속으로 방으로 들어오기도 하니 돌성이는 마냥 재미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산 기슭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들이 한 번만 지나가면 잡풀들은 밟히고 흙탕물에 짓이게져서 미끄럼 타기 딱 알맞다. 지게 바작이 �으며 지나가는 길목은 눈부시게 흰 찔레꽃이 흐옇게 그들을 바라보며 이죽거리고 있는 밤이다. 보리 가마니가 물에 적셔지고 찐하게 밤바람에 묻어오는 꽃 냄새가 그들의 허기진 속을 긁고 있었다.
밤에 눈을 들어 둘러보는 산천의 녹음은 익모초 찧어놓은 것보다 더 진한 것이 오싹 진저리 치게 만든다.
"큰아부지 이것바요. 가마치요 가마치"
"아따 돌성이 너 이놈 가마치 못이기 먹겄다. 아매 너보담은 가물치가 심이 더 좋을거다 이?"
"앙그리요. 내가 잡었는디요?"
"야야 고놈의 가마치 메루먹은놈 아니냐? 가마치 나무우에까지 올라간다고 안 허댜?"
"가마치가 어뜨케 나무우에 까지 올라간대라우 아이고 아자씨는 고짓말도 잘히 요. 큰아버지 참말로 근대라우?"
"하먼 올라가고 말고?"
돌성이 큰아버지 수형씨는 그 바쁜성상에 생질 돌성이의 말을 모다 대꾸 해 주면서 연신 짐을 챙겨 마룽에 내 놓고 가져갈 것을 챙긴다.
"고놈의 가마치가 말이다 이"
가물치란 민물고기로 진흙을 좋아하고 빛깔은 암청갈색인데 마치 독사의 무늬와 같은거라 이놈은 힘이세어 바닥에서 펄쩍 뛸 때에 근처에 나뭇가지 위로 올라앉는것도 예사라. 이는 산란기에 이르러 암수가 서로 희롱하다가 제힘에 겨워 그러하고 본시 물고기란 암수가 함께 산란을 하게 되니 배때기는 흰 것이 알을 깰 때에는 물가에 얕은 수초밑으로 들어가고 산고를 겪은 산모에게 보혈식으로 최고라
옛적에는 소나기가 그치고 나면 미꾸라지나 줄종게가 사람사는 집 마당에까지 널리는 경우가 있는데 새 물따라 빗줄기 따라 올라가게 된다더라는 말도 있고 또는 칠월에 칡 꽃 필적에 게가 칡 꽃 따 먹으러 가기 위하여 그러한다는 말이라.
"히이. 그렇게 심이 씨대요?"
"야야, 돌성아 마룽밑이 있는 달구새끼 좀 잡어서 욍겨라이?"
"거그 비암 있으먼 어쩌게요?"
"안적은 거그꺼정은 물 안 들었응게 �찮히여 어여 부지렝히 잡어 내와"
대개의 사람들은 마루밑에 장태를 만들어 닭을 키웠는데 알을 깨일 때는 대나무나 싸리로 만든 덕가리를 사용하여 병아리를 가두었다가 병아리가 자라 중닭이
되면 밤에는 마루밑으로 닭을 몰아넣고 장태문을 잠그는 것인데 이는 살갖이나 족제비 쥐나 비암이 물어가는데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 범접키 어려워 닭이 물림을 당하지 않는것이라.
돌성이가 마루밑에서 닭을 꺼내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간장 황을 져 나르고 더러는 간장을 동이에 이어 나르는데 앞에서 한 사람이 횃불을 들고 줄줄이 이고지고 벌컥거리는 고샅을 올라가는데 어두운건 고사하고 미끄럽기가 살 얼음 판이라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칫 발걸음이 삐끗하면 옹기 동이가 깨지는 것은 물론 이고가는 간장을 길바닥에 쏟을까 염려라.
마른 보릿가마를 지고 가는사람은 넘어져 가마니가 터지며는 물속에 쏟아질 것이 뻔하니 횃불을 잡는이나 짊어지고 가는이나 조심스럽기는 매한가지라.
이렇듯 옮겨진 짐들은 호암산 중턱에 펀펀한 곳이 없으면 산기슭 괭이로 땅을 파 만들고 거기에 짐들은 쌓아놓고 비를 피하여 덕석을 덥기도 하고 더러 비니루를을 사다가 덮어두고 사람들은 천막안에서 자는데 끼니는 일어나 바깥에서 끓이는데 것도 한 두 끼니지 날이 갈수록 이들의 고초는 심하여지고 곳곳이 장독이요 허청이고 난 들이 정지가 된 것이라.
저녁을 먹고나서 또 한차례 난리를 치렀더니 모두가 녹초가 된 듯 지쳤거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밤에 돌성이네 집도 온전히 날을 새기는 틀린 일이라. 자다가 새벽에 물 만나 곤욕을 치르느니 미리 짐을 옮기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려요. 참말로 이따 자다가 욍기는 것 보다는 그게 낫지 않겄어?"
이장까지 나서서 돌성이 아버지 수만씨를 설득하고 있다. 이장의 의견은 한 집이라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 피해를 줄여야하는 입장인데다 사실 수만씨도 엮시 그 편이 낫다고 여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직은 물이 안심해도 좋은 상태라고 하지만 두어시간 지나면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물은 지금 시시각각 불어나고 있었고 진안쪽에 내린 비의 양이 엄청나서 이미 산천은 흠뻑 물을 머고 오히려 생수까지 터져 홈태기 홈태기 물 나지 않은 곳 없고 더러는 산사태까지 나는 지경이니 돌성이네 집이래서 안심할 처지는 되지 못하였다.
본시 수몰선은 수만의 형 수형씨네 집 아래였다. 그곳은 잿말에서도 맨꼭대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집이어서 그 집과 잿말 장터와는 거의 100여미터 이상 차이가 나는 곳 인데다 그 집앞에 있던 산기슭 텃밭아래 수몰선 깃발이 꽂혀 있었기 때문에 누구든 그 집이 잠긴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돌성이네집도 수몰선 윗쪽 한참 높이 있었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임병헐 놈덜 천막이래도 여러개 주어야지 도대체 우리가 강아지새끼여 돼지새 씨여?"
비단 수형씨만 그렇듯 분통을 터뜨린건 아니다.
"어이 이장 자네는 말여 멋 �간디 천막하나 더 얻어오지 못허능겨 이 사람아"
"아이고 어르신 천막이 있어야 하나 더 얻어오던지 뺏어오던지 허지라우 맨사 무소도 없당개로?"
"그렁개로 쥑일 놈덜잉겨 안그런가 적으덜은 말여 후다닥 지어서 욍겨놓고는 말여"
"아이고 긍게 맨사무소도 난리라우 요세 우리 운암에 난리 아닌디가 어딨어라 우. 긍게 엇그저끄 하운암서는 글씨 어쩐종 알어요."
이장은 닳아진 갈 빗자루를 끄집어 당겨 이쑤시개를 만들면서 방안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좁은방에 포겜포겜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이 동시에 이장을 바라보는데
"어쩌기는 어쩌 맨사무소 가서 뒤집어 엎었겄지?"
누군가 넘겨짚어 그렇게 말했지만 누구도 "저런어째" 하는 눈빛을 보이거나 그 다음이 궁금해서 입을열어 물어보는 이는없다. 다만 이장은 뻐드렁니 쑤시개도 필요없는 이빨 사이사이를 덛트고 나서
"긍게에 그런다고 머시 달러지냐고요. 아, 입정만 사나지고 힘없는 맨서기 두들 겨 패봤자 없는 천막이 나오겄냐고요?"
"오죽 답답�으먼 그�겄능가 아, 우리덜바 언지 돌성이네 큰집이 물에 잼긴다 고 히서 잼�능가?"
모두들 수천양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장은 사뭇 부드러운 말씨로 사람들에게 애원하듯 말을 잇는다.
"긍게 지말은 무조건 그런사람덜 같이 큰소리로 머 책상 뒤엎는대서 종게 아닝 게요. 상에히서 어�거나 서로간에 도와줌서 천막이 아무리 좁아도 이해허자 그 말씸이요."
"긍게 누가 머라간이? 우덜은 연적 한 번도 누가가서 맨사무소 책상 뒤집어 엎고 그러던 안�잖이여?"
"긍게 지가 일허기가 좋잖이요. 법이라능게 있지마는 사실 사람이 집행헝게 우 리가 몬자 이해 허는 방향으로다 험서나 우리가 필요헌 지원을 받자 그거지라 우"
"하먼 맨서기도 내내야 우리 동고간 인디 머"
"하따 누가 맨세기네 큰아버지 아니라깸시 두둔허네 그랴?"
"암암 그리야지 당연허지"
"우선 긍게 저녁으 얼릉 이 집 살림살이 다 욍기놓고 앉었더라고 이?"
"예에 우선 성님네도 수형어른네 들어간 천막으로다 살림을 욍기고요. 봐감서 나 허게요? 긍게 낫겄지요?"
"어여 칠성이는 횃불부텀 만들어라 이 ? 아까쓰던 것이다가 섹우지름 좀 나수 붓고 이?"
"에에 아자씨 걱정마셔라우 지가 아까 뒤안으로 잘 두고 왔구만요."
"그리여 어여덜 나가 다행이 오늘 저녁으는 비가 안 옹게 좋네야"
수천양반이 앞장서고 아낙들은 한쪽에서 이불 호청을 드드득 뜯어 이불짐을 싸고 정지간에서도 옹백이 동이 이남박 차곡차곡 들어내다 항아리를 나르는 사람 가지가지라.
모두다 제 힘에 맞게 누구하나 군소리 하나없이 꾀 파는 이도 없다. 이들에게는 지금 일가 붙이고 아니고가 문제되지 아니하고 다만 그 상황에서 그래도 살림살이 쾌쾌 묵은거나 아니었거나 고스란히 욍겨 놓아야만 당장 내일이라도 끼니 끓이고 밭 뙈기에 나가 지심을 맬 수 밖에 별도리가 없는거라.
이참에 돌성이네 큰아버지 수형씨는 사양리 앞에 있는 논 서마지기를 사서 이종을 하였는데 그는 자식들도 모르게 논을 사 두고 배매기 논이라 속였거늘 모 심어놓은 이�날 부더 비가 퍼 붓기 시작하니 누구에게 터놓고 이야기도 못하고 속으로 골내종 든 것이니 말은 집까지 옮겨 속이 상하다 하였지만 내심은 그러하였다.
"이거바 수형이 어쩌겄능가? 이? 잊어뻔져야지"
"내가 수천양반이 말릴적으 말었어야 되는디 나는 조께라도 아니 올해만 농사 를 지어도 논 값은 뺄텅게 그렇게 생각�던 것인디"
"긍게 다 내 맘먹은대로 되는 것이 있간디? 긍게 사람살기 에룹다능거 아닝가"
"아이고 아까라 그놈갖고 차라리 지집질이라도 �으먼 재미라도 있지 이 안그 러요?"
"에라이 불한당 같으니 올 농사 지어서 호강한번 헐라고 야소록허니 자네 가 그�지 어라 지집질 잘허겄다. 지집질도 아무나 허간디?"
"아무나 안허먼이라우 따로 있다요? "
"그 물건이 좋아야지 자네가 원- 어니 잘도 허겄다"
"참 성님도"
"적어도 거뜸이 순자 신랑만은 허양겨 알었어? "
"아, 그놈은 내 논놈인디 머"
"아이구 순자가 우리 거뜸이 제수씨 헌티와서 어쩐종 알어? 개개복진허고 빔서 나 그 인간 간디만 기수아버지 헌티 알어서 귀뜸 히돌라고 허뎔야"
"거뜸이 어른이 어디 말씸을 허실 양반이간이요?"
"아, 그렁게 어리석지 그 동상은 한 번 아니먼 죽어도 아닝게"
"참 오늘은 그 어른이 안뵈깁디다?"
"어, 임실 갔잖응가 전주 기수헌티 갔다가 낼 온다고 �응게"
"근디 그 어른네는 왜 집이랑 새로 지�음서 잿말에 기냥 눌러 지셔갖고 물난 리를 만나�대요? "
"우리덜 못잊어서 그렁겨 인자 살림을 죄다 욍�응게 상운암서 살겄지맹"
"지도 못나가겄어라우 아, 밭도 겁난디 어뜨케 나가요? 글고 질로 배웅게 있어 야 어디가서 살지 소도 어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안 헙뎌?"
"아, 기수네 아버지는 배왔어도 못나가는것바"
"그댁이야 전주다가 집이라도 사 놨응게 여그서 그럭저럭 벌어먹으먼 되겄지만 요 우리같은 것덜은 아무것도 없고 달랑 딱지 한장 갖고서나 계화도꺼정 갈 수 도 없고 글고 안적 바다로 기냥 있담서요?"
"긍게 정책이 잘못되�다고 허능거 아닝가 무조건 댐부터 막어놓고 쫓아내고 보자는거지"
"요번에는 쌍암리다가 우펜국도 세운다더만 이?"
"그려어?"
"우선 당장으야 헐일 없응게 날 일 이라도 가서 허먼 품삯이라도 받겄지만 앞 으로가 문제 아닝가?"
"그리서 말은 상운리 앞으다가 둑을 쌓는디 머시냐 그걸 벌어먹으라고 하루 일 허먼 밀가루 �키로씩 주고 품삯은 180원 준다냐 머 그러더만"
"장정이 닷새를 일히야 밀가루 한푸대 준다니 참 우리가 사람이여 멋시여"
"아, 알어서 인자 어뜨케 허겄지맹 설마 그거 어쩌겄능가?"
"제기 참, 그것이라도 헐 일 없응게 히야지 어쩌 논전답도 없는디 머시라더라 480사업이다냐 머라고 허덩만"
"무신놈의 그런 사업도 있능간만 이?"
"아녀 나도 귀동냥 쪼게 히서 잘은 몰르고 밀가루 주는 거디야"
천막 하나 얻어다가 수형씨네와 돌성이네를 비롯한 인선네 식구까지 함께 밤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이제 스므명이나 된다. 간밤에 늦게까지 횃불잡고 짐을 옮기느라 모두들 늦어 일어나니 수형씨와 수천양반이 붉덩물을 바라보며 밖에 쪼그리고 앉아 주고받는 이야기라. 수천양반은 다른 천막에서 자고 일어나 이쪽으로 올라 온 것이다.
"하따 저게 머시대요? 큰 아버지"
어느새 돌성이가 나와 손가락을 가르킨다.
"긍게 저개 누구여? 어- 어? 아니 칠성이 아니다냐?"
"긍게요. 저거 어뜨케 배를 맨들어갖고 저렇게 타 까이?"
"와 저거 마룽짝 아니대요?"
"으? 저거 칠성이 아닝가"
"저렁것도 있었네야 이? 아이고 꾀는 많어갖고 참, 그거 희안허다. 마룽짝이 나 뭉게 뜨지 그려 참 잘 생각�다야."
돌성이 큰아버지와 수천 양반은 넋을 잃고 물가운데 장대하나 들고 서 있는 칠성이네를 바라본다.
"아자씨-이 나도 그거조께 태와주요."
"야 이놈아 큰일나 빠져죽어 아덜은"
"아니요. 나도 헐 수 있어라우"
돌성이는 물가로 달려 내려간다.
"아서 돌성아 너 큰일난다 이? 핵교 안가고 시방 어디를 갈라고 허냐?"
"그려 핵교갈 시간인디 저놈이"
"핵교 조께 늦게 가먼 되지라우"
이미 저만끔 아래로 내달리고 칠성이는 여유만만 그들이 있는 앞으로 장대를 밀면서 다가온다.
"아자씨덜 처음 보�지라우? 아 하운암 누가 그�다고 히서 지도 한 번 시험삼 어서 나갔다 와봉고만요."
사람들은 놀라서 모두 칠성이를 바라보며 넋나간 사람마냥 그러하고 천막에 있던 사람들도 씨끌작한 소리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물가상으로 나왔다.
"아자씨 기가 맥히고만요. 나도 한 번 태와주요."
돌성이가 나서서 매달리자 수만이가 고함을 친다.
"쪼꼬만 놈이 멋을 탄다고 혀 이놈아 쥐알만헌 놈이"
"하아, 네끼 쥐알보담은 크네 이 사람아"
나와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한마디씩 하는데 돌성이는 혼이 나고서도 여전히
아쉬운 모양이다.
"치 나도 맹글거고만요. 이따가 학교갔다와서 맹근담말요."
"지랄 지가 멀 맹글어 아새끼가 밸 것을 다 헌다고허네"
아낙들도 모두 한마디라. 간밤에 돌성이네집도 물이 찰까보아 짐을 옮겼었지만 다행이 그 집은 물이 차지 아니하니 사람들이 모두 안도의 눈빛이었지만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천기라.
다시 비가 더 내린다면 알 수 없는 일이라. 붉덩물은 넘실넘실 이제는 잠잠한채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차 올라오고 있었다. 누구도 물머리 없이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면 물이 불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없는 이제 운암의 입석리 잿말 간좌촌 하적동이 그렇게 흔적없이 물속에 잠기었다.
양요정 누각을 옮긴 둠벙쏘 산 날맹이 강정날 바위가 깍아지른 듯 구성물앞에 옮겨 지었는데 본래 양요정 이란 명칭은 진필의 선선조 응숙선생의 호 인 것을 그분의 자는 청지이며 호가 양요정이라.
위정공 칠석 장군의 9세손이셨다가 임진왜란 당시에 임금의 가마를 호종하여 화양까지 갔으니 난이 평정이 되자 3등 훈에 녹훈이 되시어 조정에서는 그분께 교관을 추증하였던 분이시라. 강쟁이쏘 앞에 여나믄평 되는 제법 큰 누각으로 사람이 앉은다면 사오십이라. 깍아지른 바위 아래 들앉은 누각을 강정날 위쪽으로 올린 것이다.
양요정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면 오른 쪽은 구성물 외안날이요. 왼쪽은 잿말 동네위로 본래의 양요정이라는 뜻을 조금은 비켜간 것이다. 돌성이가 마룽짝을 뜯어 뗏목배 삼아 그 위에 앉아 개선장군 처럼 나타난 것은 칠성이가 나타났을 때보다 더 사람들을 기겁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매 저놈 조께바 아이고 어쩌까이 오매 쑤악히라 아이고 시상에"
"아이고, 자가 큰 일내고 말겄네 야야 칠성아- 아 칠성아-아"
칠성이를 불러대는 동네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기겁을 한 것은 돌성이의 부모라
"관세음보살 아이고 하나님"
"아지매 정신 채리기요"
"자를 어찌까이 얼릉 칠성이부텀 불러야혀. 칠성아 -아"
물가상에 앉아 사람들이 칠성이를 불러자치는 뜻은 아침에 그가 마룽짝 배를 타고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칠성이만 옆에 있으면 해결이 되리라 싶어 그러한 것이라.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 듯 신내린 무당이 들고 있는 신대나무 떨듯 하는데 물위에서 마룽짝을 타고 있는 돌성이는 태연히 유유자적 한가롭게 낚시줄을 내리
고 있는거라.
기가막힌 사람들이 칠성이를 불러다가 돌성이를 달래고 얼렀는데 돌성이는 헤엄을 쳐 마룽짝을 뜯어 그리한거라. 사람들은 그제야 칠성이로 부터 노젓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 배가 있을리 없으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듯 칠성이는 하운암에서 누가 그러하였다는 말에 실제로 시 험삼아 해 본 것이 어린 돌성이가 제일 먼저 흉내를 낸 것이라.
"아이고 인자 언지꺼정 천막으서 살어야 허까이 후다닥 움막이라도 지어야 헐 턴디 이?"
천막 주변에는 솥을 건 한데 아궁이가 생기고 각기 나름대로 사는 방편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당장에 먹을물은 골짝에서 내려오는 물로 해결하고 끼니를 끓이는데 있어 그 모양이 말이 아니니 한 데다 임시로 걸어둔 솥은 양은 솥이니 그런다 쳐도 하다못해 텃밭 솔뿌렝이 한줄 심었던 마늘 감자고랑도 물속에 들었으니 반찬이 있을리 없고 보릿쌀 갈아 속 뜨물받아 소금국을 끓이는가 하면 된장 고추장이 반찬의 전부라.
이들은 하루 아침에 대책없이 빌어먹는 거지꼴이 되어버린다. 하나가 나서 움막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러 산으로 올라가고 우선은 여름이라 살겠지만 이제 서늘바람이 불면 그때는 어찌 할 것인가?
거둔댁은 수천댁 편에 돌성이네 집으로 황석어젓 한 양푼을 보내어 이들의 반찬에 보태도록 하였으니 그네는 자기네만 쌍암리로 가게되고 수천댁네는 한데서 살게되자 동서보기 미안했던 탓이라.
허나 수천양반은 우선 움막이라도 만들 동안 함께 살자하는 진필의 청을 굳이 사양하는고로 어찌 할 수가 없다. 수천양반은 잿말에 그대로 남아 움막집을 짓기 위해 이튿날 부터 나서고 수만이 형제도 수천양반과 함께 움막을 짓기로하여 세집은 어울이로 준비하니 우선 강당골에 가서 서까랫감으로 소나무를 베어오고 날마다 소나무 껍질을 벗기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때 3월ㅇ일 삼남일보는 4월 만수에 대비 긴급한 곳 주민부터 우선적으로 이주 시키도록 촉구한 바 있어 비상대책을 세운다고 했고 농지 분배도 사전 보장한다고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살만 한 곳을 마련 해준 것이 아니므로 수몰민들 전체가 이사를 가지 않아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하였다.
하여 4월ㅇ일에는 이들의 요구대로 보상을 하겠다고 하고 이농비 3천원과 이향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도지사가 발표를 한다. 이정우 도지사는 수몰민들에 대한 협의를 위해 상경했던 것을 설명하고 반월 염전은 공사 업자가 공사 조건이
까다로워 공사를 중단했지만 도 단독으로라도 이주 대책 업부를 추진한다고 밝히고 당초에 수몰민들이 요구한 6개월분에서 4개월로 단축 4천 8백만원을 지급한다 하였다. 며칠 뒤 다시 이향 위자료를 증액하여 전액 확보되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이미 진작부터 수몰민들은 재무부가 이들에게 대부키로 했던 땅을 다른 사람들에게 대부한 것에 대한 항의로 도청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부안의 서외리 지구의 땅을 현지주민들에 대한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이틀째 데모를 벌인바 있고 거처할 곳이 마련되지 않은 주민들은 계속 투쟁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망친 농사를 보상하라고 그들은 투쟁을 하면서도 그 여름은 그렇듯 물이 찰지를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헌집을 밧줄로 나무에 묶어두는 사람들이 생기고 초막을 지으며 시끌사끌 대책없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밧줄에 묶는대서 어디 그냥 묶여 있을 집인가?
이미 떠난 사람들중에도 아니 다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그네들은 가지고 나간 보상비는 떨어지고 객지에서 안주하지 못한채 보따리만 달랑 짊어지고 잿말 산기슭에 움막을 짓고 있었다.
이때에 면사무소에서는 이들이 움막집이라도 쉽게 짓도록 벌채허가를 해주기도 하였지만 그 엮시 쉬운 일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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